코로나 사회서 우린 어떻게 연결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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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가 여전한 연말, 사회적 거리 두기도 지속되고 있다. 바이러스 전파의 매개가 될 수 있는 몸과 몸 사이에 거리를 두자는 뜻이고 당연히 지켜야 할 방역지침이지만, 말만 따져보면 이상하다. 그게 왜 ‘사회적’ 거리 두기일까? 몸과 몸의 만남을 제한하는 데 쓰인 ‘사회적’ 거리 두기라는 말은 가까운 거리, 오프라인만을 사회로 직결하는 착시를 만든다. 사회란 게 고작 그런 것일까? 몸과 몸이 만나지 않는 사회, 멀지만 여전히 연결된 사회는 왜 간과되는가?

「안녕 커뮤니티」 표지 / 창비

「안녕 커뮤니티」 표지 / 창비

그 착시에 속지 않고 온·오프라인이 통합된 사회를 살아가는 ‘스마아트’한 노인들이 있다. “우리가 가까이 사니까 방심하는 순간들이 있단 말이여.” 1949년생 방덕수 영감은 그 방심으로 인해 자신의 건물에 셋방 살던 사진관 박 사장의 고독사를 뒤늦게 발견하고 만다. 이후 방덕수는 가까운 동네 노인들이 순번대로 전화 안부를 묻는 연락망을 만든다. 7인으로 시작해 14인까지 늘어난 이 연락망이 바로 문안동 ‘안녕 커뮤니티’다. 아침에 노인들끼리 돌아가며 생사를 확인하고 간단한 안부를 묻는 것이 커뮤니티가 하는 일의 거의 전부이건만, 그 속에서 끈끈하고 촉촉한 온·오프라인의 ‘사회적’ 이야기가 길어 올려진다.

‘안녕 커뮤니티’ 14인의 이야기를 살피기엔 지면이 모자라니 일부만 간단히 소개한다. 멤버 전원이 최소 예순을 넘긴 노인들인 가운데, 회장 방덕수는 필리핀에서 건너온 며느리와 손주들과 왕래하며 홀아비로 살고 있다. 김밥과 폐지를 팔며 쪽방촌에 살고 온라인 게임에서 레이드를 즐기는 정분례는 자신을 포함해 5인의 쪽방촌 사람들을 안녕 커뮤니티에 가입시키고 그들의 안부를 확인해 보고하고 있다. 그렇다고 멤버 모두가 독거노인은 아니다. 동네 식당에서 소일하는 설쌍연과 은퇴한 택시기사 조영순 부부, 공인중개사 허보경과 장영남의 레즈비언 커플은 동거노인들이다. 별거 중인 장형팔·김경욱 부부도 있다. 이처럼 다양한 가족 형태와 그 구성원 각각의 다른 이야기가 빼곡하다.

「안녕 커뮤니티」 표지 / 창비

「안녕 커뮤니티」 표지 / 창비

이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그 자녀, 며느리, 손주들의 이야기까지 챙기니 <안녕 커뮤니티>는 600쪽이 넘는 책 2권이 되어버렸다. 넉넉한 분량 속에서 노인만이 아니라 결혼이주여성, 성소수자, 청년, 어린이 등 다양한 주체를 둘러싼 멀다면 먼 사안들까지 교차해 담아낸다. 그중 한 대목만 그림과 함께 소개하자.

방덕수의 며느리 안젤라와 설쌍연·조영순 부부의 막내딸 조진주가 우연히 한 버스 옆자리에 탔다. 시댁·본가로 향하는 둘이 남편·언니와 나누는 ‘꼬톡’ 대화가 공교롭게 겹치며 사회적 보편성을 담아낸다. 문안동 골목 어귀에는 한국 남자답게 노인네가 진을 치고 있다가 안젤라를 두고 음담패설을 쏟는다. 안젤라가 화를 내려는 순간, 조진주가 더러운 소리를 향해 침을 뱉는다. 그렇게 ‘안녕 커뮤니티’의 이름 밖에서 또 다른 연대가 탄생한다. 이렇게 <안녕 커뮤니티> 속 사회는 교차하며 연결되는 개별성과 보편성을 두루 담아낸다.

가깝다고 방심하지 않을 것, 멀다고 소홀하지 않을 것, 혼자와 모두를 이어낼 것. <안녕 커뮤니티>의 이야기하기가 견지하는 자세를 요약하면 이런 것이다. 독특하고 정갈한 작화도 같은 자세로 개개의 얼굴과 표정을 세심하게 그린다. 어디 하나 놓친 구석이 없는 이 수작을 읽으며, 코로나 시국의 ‘사회’에 대한 말들을 곱씹게 된다. 이 시국이야말로 몸과 몸의 만남 없이 서로 안부를 묻는 사회가 제대로 기능해야 할 때이므로.

<조익상 만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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