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시대는 케이팝처럼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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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류를 따라 살펴본 동남아 현지 보고서

한류를 글로벌 트렌드로 키워낸 숨은 공신이 동남아시아다. 드라마와 영화부터 지금의 케이팝에 이르기까지 한국문화는 콘크리트적 지지의 대상이다.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으로 등치되는 동남아는 과거부터 지금까지 모든 문명과 종교가 교차하는 십자로와 같다. 인도인과 중국인, 무슬림과 크리스천까지 수많은 사람이 교류와 침략을 병행하면서 동남아 문화는 다양하고 두터워졌다. 하지만 우리 사회의 인식은 여전히 ‘이주노동자와 외국인 신부’라는 편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신 남방정책과 동아시아 담론을 추진하고 논의하는 상황에서 동남아시아에 대한 대중적 시각 교정이 필요한 시점이다.

정호재 지음·눌민

정호재 지음·눌민

<아시아 시대는 케이팝처럼 온다>는 대중음악을 실마리로 동남아시아 여러 나라의 문화와 역사 그리고 현재의 정치적 상황까지 간명하게 정리한 현지 보고서다. 저자는 BTS와 블랙핑크로 대변되는 케이팝의 원동력을 한국사회의 민주주의와 개방성에서 찾고 있다. 6월항쟁 이후 정치적 자유가 제도화되는 시기를 거치고 나서 문화적 개성이 폭발적으로 터져나왔다는 것이다. 게다가 일본 대중문화의 틀, 홍콩문화의 정서, 미국 및 유럽의 콘텐츠가 뒤섞였기에 글로벌 문화에 익숙한 동남아 지역에서 선풍적 인기를 끌 수 있었단다.

한류가 깔아준 길을 따라가면 정치나 경제도 새로운 교류와 협력이 가능하다. 즉 케이팝과 케이드라마는 상품에서 문명으로 도약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예전의 인기 드라마 <인어 아가씨>는 미얀마의 여성들에게 복수의 판타지를 안겨준다. 가부장적 문화에서 눈물과 한숨으로 살아가던 이들에게 <대장금>은 스스로 앞길을 개척하는 주체적 여성상 그 자체다. 노래와 극으로 구현되는 문화적 감수성이 동남아 대중의 영혼을 뒤흔들고 마음을 사로잡은 것이다. 무엇보다 한류에서 그려지는 젊고 정의로운 캐릭터들은 국가나 사회 앞에서 쉽게 굴복하지 않는 개인의 존재를 부각시키기에 일종의 문명 충격적 효과가 있다는 논지에 고개가 끄덕거려진다.

개방과 협력의 아시아 시대는 모두가 노력해야 열리겠지만 적어도 ‘집값’에서 이미 아시아는 하나다. 한국의 아파트값만 지붕을 뚫은 줄 알았더니 미얀마나 베트남, 싱가포르 등지도 천정부지다. 양곤의 쓰러져가는 100평 주택이 몇년 새 50억원으로 폭등했다. 호찌민에서 4억원을 들여 지은 집이 순식간에 15억원으로 껑충 뛰었다. 내 집 마련 걱정이 없는 싱가포르는 상대적 박탈감 때문에 야당이 돌풍을 일으키기도 했다.

흥미로운 대목은 미얀마의 부동산 광풍을 개방 축하금으로 해석하는 것이다. 그동안 기득권을 움켜쥔 군부와 관료가 권력을 쉽게 포기할 리가 만무하다. 국가와 군대가 소유한 상당한 땅이 그들의 몫으로 사유화가 되었기에 국제사회로의 편입이 순탄했을 수 있다. 식민지에서 독립한 이후 배타적이고 폐쇄적인 체제를 오랫동안 운영하면서 서방세계와 교류가 끊어졌던 미얀마의 역사적 개방이 오늘의 한반도에 던지는 시사점이다.

<정승민 독서팟캐스트 일당백 진행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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