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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청년 전태일 기억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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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태일기념관 지난해 개관… <전태일평전> 50주기 개정판 나와

서울 동대문 평화시장 앞 버들다리 위에는 전태일 동상이 있다. 그래서 버들다리는 ‘전태일 다리’라는 이름도 얻었다. 동상 주변 보도에는 열사의 뜻을 기리는 시민들이 새겨넣은 동판이 빼곡하다. 2005년 35주기에 동상과 동판이 설치된 뒤 수많은 전태일이 이곳에서 마이크를 잡았다. 오토바이와 사람 소리로 분주한 평화시장 초입. 둥그런 동판이 전태일이 분신한 장소임을 알린다. “1970. 11. 13 평화시장 재단사 전태일, 여기서 근로기준법 준수를 외치다” 전태일의 삶을 기억하는 방법은 멀리 있지 않다.

서울 종로구 전태일기념관 3층 상설전시장 모습 / 권도현 기자

서울 종로구 전태일기념관 3층 상설전시장 모습 / 권도현 기자

전태일 다리에서 1.5㎞ 떨어진 청계천 수표교 인근에는 6층짜리 전태일기념관이 있다. 노동절을 하루 앞둔 지난해 4월 30일 문을 열었다. 입구 외벽에 새겨진 글은 질문을 던지며 시작한다. “오늘날 여러분께서 안정된 기반 위에서 경제 번영을 이룬 것은 과연 어떤 층의 공로가 가장 컸다고 생각하십니까?” 1969년 12월 전태일이 근로감독관에게 보낸 진정서다. 그의 삶을 담아놓은 전시장, 노동권익센터, 노동단체 네트워크 공간인 노동허브 등이 기념관을 이룬다.

상설전시장은 전태일의 생애와 허리조차 펴기 힘든, 좁고 어두운 다락 작업장을 재현했다. 1960~1970년대 평화시장의 어린 여공들은 하루 15시간 넘게 쭈그리고 앉아 ‘미싱’을 돌렸다. 전태일은 버스비를 털어 배곯는 여공들에게 풀빵을 사주고, 2시간 넘게 쌍문동의 집으로 걸어가곤 했다. 그 시절 노동문제에 눈을 뜨고 행동하며 남긴 글과 유품, 전태일 사후 어머니 이소선 여사와 동료들의 투쟁 기록들이 전시장을 채우고 있다.

내년 상반기 개봉 예정인 애니메이션 영화 <태일이> 포스터(왼쪽)와 <전태일평전> 50주기 개정판 표지/ 명필름, 전태일재단

내년 상반기 개봉 예정인 애니메이션 영화 <태일이> 포스터(왼쪽)와 <전태일평전> 50주기 개정판 표지/ 명필름, 전태일재단

내년에 애니메이션 <태일이> 개봉

기획전시장에서는 내년 8월 15일까지 <청계, 내 청춘, 나의 봄> 전시가 열린다. 전태일의 분신 이후 이소선 여사, 친구들, 여성노동자들이 그의 뜻을 이어 결성한 청계피복노동조합의 활동을 엿볼 수 있다. 기념관은 매주 월요일 휴관이다. 현재 코로나19로 홈페이지에서 예약해야 관람할 수 있다.

전태일은 공책 7권 분량의 일기를 남겼다. 일기는 고 조영래 변호사가 쓴 <전태일평전>의 밑바탕이 됐다. 최근 <전태일평전> 50주기 개정판이 나왔다. 본문은 2009년의 세 번째 개정판을 따랐다. 전태일의 일기와 수기를 인용한 부분에는 색을 입혔고, 요즘에는 잘 쓰지 않는 말이나 젊은 세대에게 생소한 사건에는 주를 달았다. 보릿고개를 넘긴 지가 언제인데 전태일의 시대를 떠올리냐고? 개정판을 펴낸 전태일재단은 ‘책소개’에서 그 의문에 답한다.

영화 「아름다운 청년 전태일」 속 분신 장면.

영화 「아름다운 청년 전태일」 속 분신 장면.

“인간은 밥 없이는 살 수 없지만, 그 만고의 진리가 인간더러 밥의 노예가 되라고 가르치지는 않는다. 만 스물두 살 젊은 육신에 불을 댕기며, 전태일이 이루려 했던 것. 그것은 바로 인간의 나라였다. 전태일의 외침에 귀를 기울여야 하는 까닭이다.”

전태일은 25주기였던 1995년 11월 영화가 되었다. 한국영상자료원 홈페이지 또는 자료원이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한국고전영화’에서 무료로 만나볼 수 있다. 내년 상반기에는 애니메이션 영화 <태일이>가 개봉한다. 장동윤, 염혜란, 진선규, 박철민, 권해효 등 쟁쟁한 배우들이 목소리 연기를 맡았다. 50주기에 개봉하려 했으나 제작일정이 길어지면서 2021년 개봉으로 가닥을 잡았다

<노도현 기자 hyun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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