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젤 해즈 폴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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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론을 이용해 대통령을 공격한 ‘뉴칼라’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개막식 하이라이트는 1218대의 드론이 군집비행으로 수놓은 오륜기였다. 드론의 군집비행을 이용한 라이트쇼는 이제 주요 행사를 빛내고 있다. 그런데 여기서 질문 하나. 이런 드론에 폭탄을 탑재한다면?

영화 <엔젤 해즈 폴른>은 드론을 이용한 대통령 암살 시도를 소재로 한 미국 액션 스릴러 영화다./라이언스 게이트

영화 <엔젤 해즈 폴른>은 드론을 이용한 대통령 암살 시도를 소재로 한 미국 액션 스릴러 영화다./라이언스 게이트

릭 로먼 워 감독의 <엔젤 해즈 폴른>은 드론이 얼마나 무서운 공격용 무기가 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박쥐 떼처럼 덤벼드는 수백 대의 드론 공격은 지상 병력으로도, 공군력으로도 막기 어렵다. 시놉시스는 이렇다. 대통령이 낚시 휴가를 즐길 때 수백 대의 드론이 암살을 시도한다. 안면을 인식할 수 있는 드론은 대통령과 경호실 주요 인사들을 무차별 폭격한다. 경호실장인 배닝은 천신만고 끝에 트럼불 대통령을 구해내지만 도리어 대통령 암살 테러범으로 몰린다. 드론이 유독 배닝만 공격하지 않은 점, 그리고 그의 해외계좌에 엄청난 돈이 입금된 것을 미연방수사국(FBI)이 주목했다. 몰락한 천사는 반전을 이뤄낼 수 있을까.

촬영용·레저용으로 널리 알려진 드론은 사실 처음부터 공격용 무기로 개발됐다. 1916년 미 육군은 ‘에어리얼 타깃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군사용 무인기 개발을 시작했다. 무기를 실은 비행체가 원격조종으로 날아가 적을 타격하도록 하자는 아이디어에서 출발했다. 그래서 만들어진 것이 1917년 개발된 ‘스페리 에어리얼 토페도’다. 100㎏이 넘는 폭탄을 싣고 날아가 목표물에 떨어지는 1회용 비행체로 최초의 공격용 드론 무기로 불린다. ‘윙윙거리는 소리’라는 뜻의 ‘드론’이라는 명칭은 1930년 처음 사용됐다. 현대전에 첫 투입된 것은 1982년 이스라엘의 레바논 침공 당시로 기록된다.

영화에서 백악관 경호원들은 드론을 자유자재로 활용하는 적, ‘뉴칼라’ 앞에서 맥을 못 춘다. 뉴칼라란 4차산업혁명 시대에 적응해 새로운 것을 연구하고 개발하는 노동자를 말한다. 육체노동자를 뜻하는 ‘블루칼라’와 전문 사무직을 뜻하는 ‘화이트칼라’가 아닌 새로운 직업 계층이다. 2016년 IBM 최고경영자인 지니 로메티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에게 보낸 공개서한에서 “더 이상 4년제 졸업장은 필요 없다. 인공지능(AI)과 정보기술(IT) 능력을 갖춘 뉴칼라를 길러야 한다”며 “이를 위해 IBM은 새로운 학교를 미국 전역에 100개가량 만들 계획이니 도와달라”고 밝혔다. 그는 2017년 다보스포럼에서도 “4차산업혁명 시대를 움직이는 주역은 새로운 교육방식으로 양성된 뉴칼라 계급”이라고 강조했다.

AI와 빅데이터·5G·자율주행기능 등의 발달로 기존 노동이 자동화로 바뀌면서 기존 직업은 사라지고 새로운 직업이 떠오를 수밖에 없다. 데이터사이언티스트·인공지능·클라우드 컴퓨팅·사이버보안·코딩 전문가 등 다양한 직업이 기대된다. 그중 하나가 드론 조종사다. 드론산업은 촬영·레저에 이어 농업·방제·측량·배송 등 다양한 분야로 확대되고 있다. 뉴칼라들은 학력보다 실력을 더 중요시한다.

트럼불 대통령을 공격한 적도 ‘뉴칼라’다. 이들은 코딩된 드론을 자유자재로 활용한다. 해킹을 통해 자동차의 통신과 전원을 끊고, 병원의 설비시스템을 제어하기도 한다. 이런 뉴칼라의 공격에 기존 경호시스템은 무력하게 무너진다. 뉴칼라의 공습에 변호사·의사·회계사 등 기존 직업군이 무력하게 사라지는 것을 영화가 빗대고 있다고 해석한다면 과도한 것일까.

<박병률 경제부 기자 mypar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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