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즈의 마법사-보물 중의 보물은 자기 자신 혹은 주변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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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기생충>에 조명이 쏟아진 올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여우주연상을 차지했지만, 소리소문없이 사라진 작품이 있다. <오버 더 레인보우(Over the Rainbow)>를 부른 영원한 도로시, 주디 갈랜드의 삶을 그린 <주디>다. 원작인 <오즈의 마법사>에서 어려움을 이겨내는 캐릭터를 가장 잘 구현한 배우가 어른들에 의해 가장 비극적인 삶을 살았다는 것은 역설적인 대목이다.

아무튼 오즈는 영화로, 노래로, 커피로, 도넛(먼치킨)으로 뻗어 나가면서 미국 대중문화의 아이콘으로 떠올랐다. SF영화 <스타워즈>의 주요한 배역들인 C3PO나 추바카는 도로시의 친구인 양철나무꾼과 사자에서 영향을 받았을 정도다. 여행의 목적지인 에메랄드시티는 미국인의 전원주의가 지향하는 녹색의 도시인 동시에 기계주의적 소망이 결합된 유토피아다.

왜 오즈를 끊임없이 반복하고 재생할까. 그것은 ‘즐거움으로 시작해서 지혜로움으로 끝나는’ 성장의 경험을 얻기 때문이다. 도로시는 신화의 주인공처럼 살던 곳을 떠나서 시련을 겪지만, 다시 돌아온다. 회오리바람에 캔자스의 집이 날아가면서 오즈의 나라로 진입하는 것은 다른 세계로 넘어갈 때의 극적 충격을 나타내고 있다. 집으로 귀환하려면 대마법사 오즈를 만나야 한다. 그가 사는 곳까지 끝없이 펼쳐진 노란 벽돌길을 따라 걷는 여정은 마치 허클베리 핀이 미시시피강을 내려가면서 친구를 만들고 위험에 처하는 것과 흡사하다. 도로시의 길동무가 되는 허수아비·양철나무꾼·사자는 각자 두뇌·심장·용기(간)를 소원한다.

어려움을 극복하면서 발휘되는 자질들은 이들이 여행의 목적지에 이미 도착했음을 알려주지만 ‘인증’ 절차가 필요하다. 마법사 오즈는 서쪽 마녀를 죽이고 오라는 공통 과제를 제시한다. 임무를 완수한 도로시 일행에게 탄로 난 오즈의 정체는 볼품없는 노인. 그럼에도 오즈는 각자에게 지성과 마음과 용기를 확인시켜주는 의식을 치러준다. 고향에 가야 하는 도로시의 문제는 기구를 만들어서, 즉 기계주의적 해법을 채택하지만 노인만 타고 떠나는 반쪽의 성공에 그친다.

나 홀로 길을 찾아야 하는 도로시는 친구들의 도움을 받아 돌아갈 방법을 얻는다. 알고 보니 자신이 신고 있던 은(銀)구두가 마법을 갖고 있었던 것이다. 하늘을 빙글빙글 날다가 풀밭에 내려온 소녀는 새로 지은 집과 녹색의 초원을 보게 된다. 무관심한 어른들과 사는 잿빛의 공간이 생기발랄한 장소로 바뀐 것이다. 고향집이 실제로 변했을 수도 있고, 도로시의 눈이 재인식한 것일 수도 있다. 파랑새를 찾기 위해 온 세계를 떠돌았지만, 정작 가장 좋은 것은 가까이 있다는 삶의 진실은 <오즈의 마법사>에서도 확인된다.

아이로니컬하게도 도로시는 떠났기 때문에 집이 얼마나 좋은 것인지를 깨닫게 됐다. 답답하고 지루한 현실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면 의식의 각성은 쉽지 않았을 것이다. 쳇바퀴 도는 나날을 사는 생활인이 모험을 동경하고 선호하는 것도 일상을 재발견하기 위해서가 아닐까. 오즈를 만나러 가면서 겪는 천신만고는 기적을 바라는 도로시 일행에게 내린 은총이다. 보물 중의 보물은 자기 자신 혹은 주변에 이미 들어 있다.

프랭크 바움 지음·김양미 옮김·인디고

<정승민 독서팟캐스트 일당백 진행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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