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침내 밝혀진 털보네24시 국밥집의 정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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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뼈다귀해장국, 북어해장국, 각종 식사 일체.’ ‘털보네24시’의 주메뉴다. 메뉴로 보면 해장국집 같다. 사진이 10년 넘게 누리꾼의 관심을 끄는 건 상호 옆에 내건 주인장으로 보이는 초상 때문이다. 덥수룩하게 수염을 기른 남자가 단순한 털보라기보다 다른 사람을 연상시키기 때문이다. 마르크스다.

2004년부터 상호 옆 초상화로 화제를 모은 국밥집 사진. 현재는 문을 닫은 것으로 알려졌다. / woong22.tistory.com

2004년부터 상호 옆 초상화로 화제를 모은 국밥집 사진. 현재는 문을 닫은 것으로 알려졌다. / woong22.tistory.com

<공산당 선언>·<자본론>의 저자 카를 마르크스. 4월 26일, 이 국밥집의 내부 사진이라고 주장하는 게시물이 인터넷에 올라왔다. 사진을 보면 ‘가족을 생각하는 마음으로 정성을 다하겠습니다’라는 주인장의 인사말 아래 마르크스·엥겔스·레닌·스탈린의 초상화가 걸려 있다. 그러니까 이 국밥집 주인은 진짜배기 마르크스주의자?

저 사진 속 간판은 상당히 오래된 것 같다. 국밥집은 어떻게 되었을까. 전화를 해봤지만 없는 국번이라고 나온다. 누리꾼 증언에 따르면 저 국밥집은 4호선 길음역 출입구 인근에 있었고, 문을 닫은 지 10년이 넘었다고 한다. 최초로 사진이 찍힌 날짜를 확인했다. 2004년 9월 20일 찍은 사진이니 16년쯤 된 것이다. 그나저나 최근 추가된 저 ‘내부’라고 주장하는 사진의 출처는 어딜까. 초상화 위의 주인장 이름을 단서로 찾아봤다. 당연히 털보네24시 국밥집 내부가 아니다. 서울 마포의 ‘전가복’이라는 중국음식점 2층 올라가는 계단에 전시된 사진이다. 대표 오홍매씨와 통화했다. 오대표는 중국 옌지 출신 조선족 기업인이다.

공산주의 지도자들 사진은 왜 걸었는지. “사진을 보고 빨갱이가 아니냐고 의심하는 사람은 없어요. 딱 한 번 누가 경찰에 전화해서 경찰관이 나와서 둘러보고 간 적은 있습니다.” 오 대표의 설명에 따르면 마르크스 사진뿐 아니라 마오쩌둥·저우언라이·덩샤오핑 사진도 가게에 걸어놓고 있다. 중국에 살 때 1980년대 초등학교에 가면 초상화가 걸려 있는데, 그런 ‘옛 추억’을 보여주기 위해서 사진을 걸었다는 것. “중국 교포뿐 아니라 한국 손님들도 재미있어하면서 보는 역사 추억이지 다른 의미는 없습니다.” 일종의 ‘노스텔지어 마케팅’인 셈이다. 어쨌든 오늘의 결론. ①털보24시 국밥집은 사진만 남기고 사라졌다. ②내부 사진이라고 공개된 사진은 전혀 다른 중국요릿집에 걸려 있는 것이고, 주인은 사회주의 이념을 고취하고자 내건 것이 아니었다. 끝. 조금 싱거웠나.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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