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6시가 되니 잠잠해지더라고요. ‘술 깼느냐’고 물어보니 ‘깼다’길래 조사해도 되겠냐고 하니 ‘해도 된다’고 답하더군요. 조사하고 7시 20분에 귀가조치했습니다. 아, 물론 아직 피의자 신분입니다.” 경찰 관계자의 말이다.

페이스북 영상 캡처
경기 수원 인계동의 유흥가 밀집지역, 속칭 ‘인계박스’ 지역에서 대학생 ㄱ씨가 주취난동을 벌였다. 누군가가 휴대폰으로 찍은 그의 행각은 주말 인터넷을 달궜다. 영상을 보면 심야시각 거리인파에 옴짝달싹 못 하고 서 있는 한 외제차를 한 남성이 발길질하며 시비를 걸고 있다. 한눈에 봐도 만취 상태다. 그 사람을 걱정하는 사람도 있지만 난동을 독려(?)하는 구경꾼들의 응원구호에 묻힌다.
한 누리꾼은 이렇게 품평했다. “이 사람 평생 노예계약 각.” ‘노예계약’이라고 이야기한 건 차량보험으로 감당 안 되는 수입 외제차의 천문학적 수리비 때문에 나온 말이다. 그가 발로 찬 차(벤틀리)는 그중에서도 최상급이다. ‘가오가 육체를 지배했다’는 말도 나온다. 술김에 주변 사람들의 충동질에 용기를 과시했다 ‘폭망’했다는 정도의 뜻일 것이다. 자신도 돈이 없는데 자기 또래의 젊은이가 벤틀리를 모는 것을 본 흙수저의 ‘열폭’? “그걸 자기도 모르겠다는 겁니다. 친구 2명과 같이 술 먹고 있었는데 친구들은 어디 가고 왜 자기 혼자 차를 차고 있었는지 모르겠다고….” 경찰 관계자 말이다.
“댓글 단 사람들의 추측처럼 제가 그렇게 돈이 넘친다면 수리비도 안 받겠죠. 그냥 열심히 일하는 사람입니다. 금수저나 스포츠토토 같은 거 하는 사람 아닙니다.” 4월 20일 기자와 통화한 벤틀리 차주 ㄴ씨(25)의 말이다. 그는 “언론의 주목을 받으면서 사실 확인이 안 된 엉뚱한 이야기가 쏟아져 나온다”고 했다. ‘차주가 선처 없다고 말했다’는 보도가 대표적인 예라고. “수원의 익명 제보 사이트에 누군가 나를 사칭하면서 그런 글을 올렸습니다. 항의했어요. 내가 쓴 글도 아닌데, 저라고 주장한다고 그렇게 실어주면 됩니까.” ㄴ씨는 “차를 좋아해 열심히 돈을 모아 샀다”고 덧붙였다.
그는 “ㄱ씨와는 전화통화만 했을 뿐 아직 만나지 않았다”며 “가급적 최소한의 수리비만 받고 합의하는 방향으로 끝내고 싶다”고 밝혔다.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