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은재 의원 혈서 ‘퍼포먼스’의 전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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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에 등록된 현장 영상에서 이른바 ‘이은재 혈서’ 장면은 짧게 편집되어 있다. 영상 4분 58초부터다. 의혹 발언은 이 의원이 원래 쓸 계획이었던 ‘윤석렬 사수’의 앞 두 글자를 채 쓰기도 전에 나와 영상에 녹취되어 있다. “저거 색깔이 왜 그래?”

시사포커스 유튜브 캡처

시사포커스 유튜브 캡처

누리꾼들이 머큐로크롬 의혹을 제기하기도 전에 이미 영상 속에서 누군가 조그맣게 속삭이며 답한다. “아까징끼….” 나이 좀 있는 사람들은 안다. 상처가 나면 바르는 ‘빨간약’을 예전엔 다 아까징끼(赤チンキ)라고 불렀다. ‘벤또(도시락)’나 ‘우와기(상의)’처럼 일제 지배가 남긴 잔재다. “윤석…까지 쓰고 나니 없어졌다. 진짜 그만큼 다 피로 쓰려면 뉴스 댓글처럼 칼로 난도질을 해야 한다. ‘검찰을 사수해야 한다는 마음을 담았다’는 정도로 생각해주면 안 될까.” 4월 13일 기자와 통화한 당시 ‘현장에 있던 관계자’의 말이다.

이 인사의 주장에 따르면 ‘윤석…’까지 두 자는 실제 이은재 의원이 자신의 손가락을 깨물어 흘린 피로 쓴 것이고, 그 뒤 부족 부분을 당시 구급상자에 가지고 갔던 머큐로크롬으로 썼다는 것이다. 그럴까. 실제 영상을 보면 처음부터 글씨는 오렌지색에 가까웠다. 그러니까, 다시 묻자면 진짜 피가 한 방울이라도 섞여 있나. 그냥 ‘혈서퍼포먼스’ 아닌가. 이 관계자는 “실제 손을 깨물었고 피가 나서 종이컵에 받아 찍어 글씨를 썼으며, 손가락 끝 찢어진 부분을 사진으로 찍어뒀다”고 주장했다. 사진을 보내줄 수도 있다고 했다. 그런데 타 매체가 받아 공개한 사진을 보면 그냥 손가락에 붕대를 감은 사진이다. 이걸로는 증명이 안 된다.

하루가 지나도록 이 관계자로부터 증거사진은 오지 않았다. 이튿날, 오후 6시 40분께 다시 전화했다. “의원님이 그 문제는 더 이상 언급하지 않겠다고 해서 저도 더 이상 할 말이 없네요. 그리고 저 퇴근했습니다. 앞으론 전화주지 마세요.” 이날은 선거운동 마지막 날이다. 통상 심야 자정까지 전력을 다해 막판 선거운동을 한다. 그런데 퇴근이라니. 선거는 포기한 건가. 결과는 예상대로다. 이 의원이 대표를 맡은 한국경제당의 비례의석은 0석. 비례 1번이었던 이 의원도 떨어졌다. 20대 국회에서 ‘사퇴하세욧’·‘겐세이’ 등 주옥같은 어록을 남긴 이 의원을 이번 국회에서는 못 본다고 생각하니 왠지 섭섭(?)하다. 잘 가시길. 멀리 안 나가겠다.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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