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 오더 「Blue Mon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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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일마다 우울하고, 또 다른 시작의 감정

I see a ship in the harbor
I can and shall obey

But if it wasn’t for your misfortunes
I’d be a heavenly person today

And I thought I was mistaken
And I thought I heard you speak

Tell me how do I feel
Tell me now how should I feel

[내 인생의 노래]뉴 오더 「Blue Monday」

고등학교 시절, 주머니 사정이 가벼웠던 나에게 라디오는 음악천국이었다. 특히 매일 저녁 6시 고전부터 최신 유행곡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장르의 팝송을 소개해주는 <배철수의 음악캠프>는 나의 보물창고였다. 어느 월요일 저녁 배철수의 소개로 유난히 내 귀에 쏙 들어오는 음악이 있었다. 바로 뉴 오더(New Order)의 노래 <Blue Monday>다. 그 이후 현재까지 매주 월요일 거의 빠짐 없이 한 주의 시작을 이변이 없는 한 <Blue Monday>와 운명처럼 함께하고 있다.

이를테면 기분 좋은 월요일에도, 비참한 월요일에도, 설레는 월요일에도, 지옥의 불구덩이 속과 같은 월요일에도, 초조한 월요일에도, 믿었던 도끼에 발등 제대로 찍힌 월요일에도.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무수히 다양한 월요일을 통과했지만 항상 시작은 <Blue Monday>였다.

<Blue Monday>는 1980년 영국에서 결성된 신스 팝 그룹인 뉴 오더가 1983년에 발표한 신스팝 넘버다. 7분에 이르는 동안 반복되는 드럼 비트와 시종일관 통통 튀는 그루브감에 버나드 섬머의 모호하면서도 무미건조한 보컬이 한데 어우러진 명곡이다. 못내 우울하지만, 가슴 한편으로는 신나는 ‘양가감정의 찬가’라고나 할까.

아마도 영화를 만드는 일은 하얀 백지의 공포를 극복하고 시나리오의 첫 신을 쓰기 시작하면서부터 개봉을 하여 관객을 만나기에 이르기까지의 지난한 과정이 마치 또 다른 의미의 철인3종경기를 방불케 한다.

작품마다 예외는 없다. 그만큼 때론 고독하고 힘들지만, 그 이상으로 즐겁고 희열 또한 매우 크다. 2014년 <소녀괴담>으로 장편영화에 데뷔한 이후 2020년 1월에 개봉한 <살인택시괴담: 야경 챕터2>까지 13편의 공포·스릴러·액션 장르 영화를 연출하고 개봉하는 과정에서 위대한 뮤지션들이 남긴 숱한 명곡들이 고마운 ‘페이스메이커’가 되어주었다. <Blue Monday>는 한 번도 빠지지 않고 작품마다 나와 함께 뛰었다.

한 주를 시작하는 월요일이 되면, ‘월요병’이라는 단어가 어느 순간부터 친숙한 관용어로 자리 잡았듯이, 몸과 마음이 무겁고 괜히 기분이 심연 아래로 침잠하는 듯한 감정을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동시에 월요일은 다가올 한 주를 기대하게끔 하는 스타트 라인에 선 달리기 선수의 마음가짐과도 같은 날이다.

일요일 다음 날이면서, 긴 한 주의 시작점이듯이 말이다. 우리는 월요일이 되면 누구나 비슷한 감정을 월요일마다 느낄 것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과감하게 <Blue Monday>를 같이 듣자고 추천하고 싶다. 그리고 그 출발선의 긴장과 다가올 ‘러너스 하이’를 온몸으로 느껴보라고 감히 권해보고 싶다.

영원히 끝나지 않은 월요일처럼 지속적으로 들어왔고, 앞으로도 내 귀에서 떠나지 않을 <Blue Monday>를 내 인생의 노래로 만든 것처럼.

<오인천 영화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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