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eedom is coming tomorrow (영화 <사라피나> 삽입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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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픔과 분노를 삭여내는 남아공 민중의 투쟁

혹여 내가 그날을 보기 전에 죽더라도
난 그 자리에 있을 거야
여기가 나의 집이며 난 여길 떠나지 않을 거야

내일이면 자유가 온다네
엄마 그 자유를 준비하세요
내일이면 자유가 온다네
엄마 그 자유를 준비하세요

이야~호 와서 춤을 추자
이야~호 와서 춤을 추자

[내 인생의 노래]Freedom is coming tomorrow (영화 <사라피나> 삽입곡)

1993년 초여름으로 기억한다.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넬슨 만델라가 출옥하고 민주화 이행을 위한 협상이 본격적으로 벌어지고 있던 시점, <사라피나>라는 영화가 개봉됐다. 우피 골드버그가 역사 선생님으로 주연한 이 영화는 남아공 소웨토에서 1976년 벌어진 학생 항쟁을 배경으로 삼았다.

소웨토 항쟁은 어느 날 갑자기 학교에서 네덜란드 식민주의자들의 언어인 아프리칸스를 사용해야 한다는 정책에 학생들이 저항하면서 촉발되었다. 한 학교에서 시작된 저항은 곧 다른 학교 다른 지역으로 퍼졌고, 이 과정에서 수백 명이 군과 경찰의 총에 맞아 숨졌다. 이후 이 사건은 반아파르트헤이트 투쟁의 상징이 되어 90년대 초반 남아공 민주화의 기폭제가 됐다. 한국 민주화에 1980년 광주가 있었다면, 남아공에는 1976년 소웨토가 있었던 것이다.

영화 개봉 당시 한국은 격하게 타올랐던 91년 5월 투쟁의 급작스러운 몰락, 소련과 동구권 사회주의 체제의 붕괴 그리고 김영삼 정부의 개혁 드라이브로 운동권이 큰 혼란에 빠져 있었다. 이런 배경을 뒤로하고 찾아갔던 영화관, 다른 나라의 운동 역사를 다룬 이 영화는-그리고 이 영화에 나왔던 노래 한 곡은-나의 운동관과 인생을 크게 뒤흔들어 놓았다.

아직까지 눈에 아른거리는 장면. 학교에서 첫 학생 행동이 일어나고 경찰의 총격으로 친구들이 픽픽 쓰러지던 날, 학생과 주민들은 죽은 이들을 관에 담아 어깨에 지고 행진을 한다. 한국에서도 무수히 보았던 장면이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엄숙하고 경건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되었을 이 관들의 행진이 소웨토에서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전개된다. 행진 참가자들은 관을 이고 깡충깡충 뛰면서 춤을 추고 노래를 부른다.

그 장면뿐만 아니다. 볼을 타고 눈물이 흘러내리고 눈빛은 결기로 가득 차 있는데, 사람들은 박자에 맞춰 깡충깡충 뛰며 노래를 부른다. 그것이 그들의 투쟁이었고 슬픔과 분노를 삭여내는 방식이었다. 가미카제식 엄숙함의 운동문화, 일상생활에서의 절도와 규율이 강조되던 한국의 80년대 운동문화에 젖어 있던 나는 그 장면들을 보며 둔탁한 망치로 머리를 맞은 듯한 충격을 받았다. “아, 운동이 꼭 내가 아는 방식으로만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구나….”

이후 나는 한국의 사회운동과 운동문화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더 넓은 세계에서 벌어지는 더 많은 사회운동의 방식과 맥락을 공부해야 할 필요가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결국 공부의 길로 접어들게 되었다. 그러면서 영화에서 봤던 춤과 노래가 ‘토이토이’라는 이름을 가졌으며, 소웨토 이후 남아공 반아파르트헤이트 운동의 중요한 무기가 되었음도 알게 되었다.

영화 <사라피나>에서 토이토이가 나올 때마다 흘러나오던 이 노래만큼 토이토이의 정신을, 그리고 남아공 민중의 운동문화를 가장 잘 보여주는 노래가 있을까? 여기에 비해 우리의 운동문화는 어떠한가?

<김선철 사회운동연구자·기후위기비상행동 집행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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