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인권 주제 <유예된 존재들> 낸 공현씨 “법률·제도로 학생인권 보장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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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로 교복은 숨 막히게 느껴졌다. 체벌은 흔했다. “개학했으니 열심히 하자는 의미로 한 대씩 맞자”는 말이 나올 정도로. ‘자율’과 거리가 먼 야간 자율학습은 늦은 밤까지 이어졌다. 학교 현장에서 쌓인 불만은 공현씨(32)를 청소년 인권운동으로 이끌었다. 고교 3학년이던 2005년 내신등급제 및 두발규제 반대 촛불집회가 불씨를 댕겼다. 2011년에는 대학에서 자퇴했다. 대학서열체제와 입시경쟁에 대한 비판을 꾹꾹 눌러담은 ‘자퇴 선언’ 대자보는 적지 않은 반향을 일으켰다.

[주목! 이 사람]청소년 인권 주제 <유예된 존재들> 낸 공현씨 “법률·제도로 학생인권 보장해야”

올해는 ‘청소년인권운동연대 지음’ 출범을 준비하고 있다. ‘대학입시 거부로 삶을 바꾸는 투명가방끈’ 멤버이며 ‘교육공동체 벗’의 편집자로 일한다. 최근 청소년 인권을 주제로 기고한 글을 모은 <유예된 존재들>을 냈다. 누군가 자신처럼 청소년 인권문제에 눈을 뜰 때, 길라잡이가 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에서다.

“제가 생각하는 청소년 운동은 청소년 인권이나 권익을 위해 사회를 바꾸려는, 최종적으로는 청소년 억압이 없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라 생각해요. ‘어른들이 잘해주고 잘 자라게 해주세요’가 아니라 청소년이 어떤 힘을 가지고 무엇을 요구하고 바꾸거나 지킬 수 있는 사회, 사회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이라 해도 어떤 권리의 자격을 묻는 게 아니라 권리 보장에 필요한 게 무엇인지 묻는 사회를 만드는 거죠. 결국 모든 인권의 문제와 연결된다고 생각해요.”

청소년 운동은 값진 성과를 이뤄왔다. 2010년대 들어 경기·광주·서울·전북 4개 지역에서 두발자유가 인권임을 명시하는 학생인권조례가 제정됐다. 몇몇 학교는 두발자유화를 선언했다. 지난해 12월 ‘만 18세 선거권’이라는 진전도 얻어냈다. 만 18세라면 투표는 물론 선거운동이나 정당 가입도 할 수 있다.

하지만 학교 안에는 여전히 학생의 정당 가입·정치 활동 등을 금지하는 규칙이 있다. 촛불청소년인권법제정연대가 전국 5600여 개 중·고교 가운데 533곳의 규칙을 조사해보니 정당 및 정치적 단체 가입을 금지하거나 정치활동을 금지·처벌하는 규칙을 가진 학교가 54.8%(292곳)로 나타났다. 10곳 가운데 7곳은 학교장 허가 없이 단체를 조직하는 것이나 불온 서클 가입 등을 처벌하는 조항을 뒀다. 제정연대는 “사상이 불온한 학생’을 징계대상으로 명시한 학칙 등 독재시대에나 어울릴 법한 규칙들도 다수 존재한다”고 말했다.

“겉으로 드러나는 폭력이나 억압이 줄었다고 해서 불합리하고 비민주적인 규칙과 관행이 바뀐 건 아니에요. 학교 운영·생활규정을 정하는 데 참여할 수 없다거나 부당한 일을 당했는데 제대로 항의할 기회조차 가질 수 없는 현실은 예나 지금이나 큰 차이가 없는 것 같아요. 법률이나 제도로 확실하게 학생인권을 보장해야 한다고 봅니다.”

청소년 운동에 발을 들인 지 15년째. 동료들이 청소년기를 지나며 다른 길을 걸을 때 그는 같은 자리를 지켰다. 종종 “언제까지 청소년 운동을 할 거냐?”는 질문을 받는다. “처음 시작이 두발자유 운동이라서 두발자유 하나는 이뤄지는 걸 보고 싶어요. 진지하게 답한다면 할 수 있을 때까지, 죽을 때까지죠. 제가 청소년 인권문제의 당사자는 아니지만 청소년 인권운동의 당사자라고 생각하거든요. 이게 제 운동이고, 제 일입니다.”

<노도현 기자 hyun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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