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예방 조치, 사생활 침해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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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염병예방법 제34조의2에 따라 동선 공개 등은 가능하지만, 비례원칙상 만약 자유를 덜 침해하면서도 동일한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수단이 있다면 그 수단을 사용해야 한다.

모로코 교민들과 코이카 봉사단원 등이 4월 3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하고 있다. 이들에게는 14일간 의무적 자가격리 조치가 적용된다./연합뉴스

모로코 교민들과 코이카 봉사단원 등이 4월 3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하고 있다. 이들에게는 14일간 의무적 자가격리 조치가 적용된다./연합뉴스

얼마 전 사람들에게 질문을 받았다. “자신의 종교를 숨기는 것을 처벌할 수 있을까요. 그렇다면 종교의 자유 침해는 아닐까요”라는 것이었다. 이는 종교의 자유 문제이기도 하지만, 사생활의 영역이기도 하다. 비단 종교를 밝히는 문제뿐 아니라 확진자의 동선을 공개하는 문제나 개인의 이동을 통제하는 문제 등 코로나19 감염을 막기 위한 조치들이 개인의 사생활의 자유나 다른 자유를 침해한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이번 글에서는 이런 논점들을 간략히 살펴보도록 하겠다.

우선 자신의 종교를 밝히거나 밝히지 않을 권리는 헌법상 강하게 보호되는 종교의 자유와 양심의 자유의 본질적 영역이다. 헌법 제37조 2항에 따라 국가안전보장 등을 위해 꼭 필요하다면 이러한 자유마저도 제한될 수 있지만, 그 제한의 영역과 정도는 필요한 만큼에 한정돼야 한다. 이를 ‘비례원칙’이라 한다. 즉 확진자가 참여한 집회 등에 참가하는 등 자신이 감염되었을 가능성이 있는데 이를 숨긴다면 이는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감염병예방법) 제18조 3항의 역학조사 방해 또는 회피에 해당되거나 제41조 등의 위반이다. 중히 처벌받는다면 법 제79조에 따라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까지 내려질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집회 등 참가 사실이 없어 감염 가능성이 높지 않은 경우에도 종교를 말할 것을 강제하고, 말하지 않을 경우 처벌한다면 이는 헌법상 종교의 자유와 양심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으로 보아 위헌적 행위일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비례원칙은 확진자의 동선 공개 등 기타 사생활의 자유에서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감염병예방법 제34조의2에 따라 동선 공개 등은 가능하지만, 비례원칙상 만약 자유를 덜 침해하면서도 동일한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수단이 있다면 그 수단을 사용해야 한다. 즉 확진자의 동선 공개 없이도, 어떤 장소에 확진자들이 들른 적이 있는지를 공개하는 것만으로 동일한 방역 효과를 거둘 수 있다면 이 방법을 택하는 것이 옳고, 최소한 확진자의 신상이 공개될 가능성 등은 최대한 막아야 할 것이다.

이동제한은 생각해볼 점이 있다. 감염병예방법 제47조 제1호 다항은 감염병환자가 발생한 장소 내의 이동제한이 가능하다고 규정하고 있으나, 여기에서의 ‘장소’는 소규모 지역이지 도시 등 넓은 지역이 아닌 것으로 보인다. 즉 중국·유럽·미국에서 행해지는 도시 폐쇄와 외부 이동 전면 금지는 적어도 우리의 현행법에서는 힘들다. 법률 없이 헌법적 근거로 이동을 제한하려면 계엄 등이 필요한데, 헌법상 대통령 계엄이나 긴급명령도 그 사유로 ‘감염병’이 규정되어 있지 않다. 따라서 법률을 개정하지 않는 한 오해가 있었던 ‘대구 폐쇄’ 등 포괄적 이동제한은 힘들 것으로 보인다.

먼 훗날 2020년을 되돌아보면,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의 시대로 기억할 것이 분명하다. 과학기술과 시장경제가 만들어낸 인류 역사상 가장 풍요롭고 자유로운 세계, ‘지구촌’이 사실 얼마나 취약하고 위험한 것이었는지 드러나고 있다. 부디 먼 훗날 2020년을 되돌아볼 때, 비참한 추억이 아닌 국난과 세계적 재난 극복의 추억으로 기억하길 바랄 뿐이다.

<박기태 법무법인 한중 소속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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