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 사용, 개인의 자유와 사회질서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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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을 돌아보면, 연예인과 사회지도층의 마약 스캔들이 연초부터 연말까지 끊임없이 들려왔다. 생각해보면 1980년대 ‘대마초 파동’ 이후, 유명인의 마약 투약에 관한 이야기는 매년 꼬박꼬박 등장했던 것 같다. 그때나 지금이나 많은 이들이 마약을 투약한 사람들을 비난한다. 그런데 마약을 범죄의 도구로 사용했거나 마약을 판매한 것이 아니라면, 혼자 마약을 한 이는 자신의 몸과 경제력을 상하게 할 뿐, 남에게 직접 피해를 줬다고 보기 어렵다. 그럼에도 이들을 처벌하고 비난하는 것은 정당할까.

한국은 기본적으로 속인주의를 적용하기 때문에 한국인은 어디서 대마초를 복용하든 처벌받을 수 있다. / 나무위키

한국은 기본적으로 속인주의를 적용하기 때문에 한국인은 어디서 대마초를 복용하든 처벌받을 수 있다. / 나무위키

근대 이전의 국가에서 마약의 처벌 근거는 따로 필요하지 않았다. 국가는 아버지와 같은 권위로 신민을 계도할 권리와 의무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근대 국가의 기초인 사회계약론에 따르면, 개인의 권리는 신성불가침한 천부인권이고, 개인의 권리가 남의 권리를 침해하는 경우에만 국가가 다른 이의 권리를 제한할 수 있다. “나의 자유는 타인의 자유가 시작되는 곳에서 멈춘다”는 존 스튜어트 밀의 말은 이를 단적으로 드러낸다. 이런 논리대로라면, 국가가 피해자 없는 범죄(마약 투약, 성인 간 합의에 의한 성매매 등)를 처벌하는 것은 국가가 부당하게 개인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 된다.

그러나 어떤 행위가 직접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아도, 사회 전체에 간접적인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을 생각해야 한다. 마약 사용자가 만연하면 사회 전체의 생산성이 감소할 수 있고, 중독이나 병 등으로 사회가 치러야 할 비용이 늘어날 수 있다. 이러한 이유에서 국가는 개별 마약 사용자를 처벌할 수 있다. 우리 헌법 제37조 제2항에서 기본권 제한의 사유로 ‘사회 질서 유지’를 적시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처벌 논리를 찾는다 해도 현실에서 무엇을 옳고 그른 것으로 판단하는지가 문제된다. 술은 사회적 악영향이, 담배는 위해성이 매우 심한 약물이지만 국가는 이를 허가하고 고율의 세금을 걷어 재정에 활용한다. 대마초 사용자 입장에서는 담배를 허용하고 대마를 금지·처벌하는 것이 부당하다고 볼 수 있다. 국가의 금지는 자의적인 면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어서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로 어떤 약물을 규제하는 것이 정당한지를, 그 약물이 개인과 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 섬세하게 논의할 필요가 있다.

이런 점에서 마약 단순투약자에 대한 처벌 수위나 사회적 비난이 너무 높다는 의견을 경청해야 한다. 많은 연구를 통해 마약 단순투약자에 대한 처벌보다 판매자들에 대한 처벌이 마약 투약자 감소에 영향을 준다는 것이 밝혀졌다. 그런데 우리의 경우 판매자에게 ‘리스트’를 받고 판매자 형량을 줄여준 뒤 리스트에 있는 소비자를 검색하는 방식의 수사가 자주 이루어지는데, 이런 수사 방식은 비판의 소지가 있다.

마약 사용으로 법정에 선 프랑수아즈 사강은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고 외쳤다. 그러나 사회 질서를 위해서는 ‘나를 파괴할 권리’는 제한될 수 있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개인의 자유를 제한하는 일이라 비난과 처벌 모두 섬세할 필요가 있다. 대마와 필로폰은 위해성과 중독성이 완전히 다른데도 동일하게 비난한다. 마약 중독자에게 갱생의 기회를 주기보다 연예계에서 퇴출하고 사회 구석으로 몰아내는 건 기본권 존중의 측면에서 정당하지 않다. 마약중독자의 수를 줄이고, 국가 전체의 피해를 줄이는 데도 도움이 되기 힘들다.

<박기태 법무법인 한중 소속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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