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준은 한국에 들어올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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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스티브 승준 유(한국명 유승준)는 1976년 우리나라에서 태어나 가수로 활동하다가 2002년 미국 시민권을 취득하면서 국적을 상실했다. 그가 가수로 활동하던 시절 병역을 꼭 이행하겠다는 약속을 거듭해 좋은 이미지를 가지고 있었기에, 그가 미국 국적을 취득하면서 병역을 기피하자 많은 국민은 실망과 함께 그를 비난했다. 그는 이후 17년간 비자를 받아 한국에 들어오려고 시도했으나 장인의 장례식을 위한 사흘간의 입국 외에는 허용되지 않았다. 그러던 중 지난 7월 대법원 판결로 그가 재외국민 사증(F-4 비자)을 받을 수 있는 길이 열렸고, 그에 대한 파기환송심 판결을 앞두고 있다. 대법원 판결은 왜 나왔고, 파기환송심 판결은 어떻게 나올까, 그리고 그는 한국에 들어올 수 있을까.

2019년도 첫 병역판정검사가 실시된 지난 1월 28일 서울 영등포구 서울지방병무청에서 병역판정검사 대상자들이 신체검사를 받고 있다./김창길 기자

2019년도 첫 병역판정검사가 실시된 지난 1월 28일 서울 영등포구 서울지방병무청에서 병역판정검사 대상자들이 신체검사를 받고 있다./김창길 기자

외국인의 입국 허용 여부는 국가의 재량행위다. 국가는 외국인의 입국 여부를 선택할 자유가 있고, 이는 주권 국가의 기본적이고 배타적인 권리다. 외국인이 범죄를 저질렀다가는 약간의 의심만 있어도 국가는 입국을 거부할 수 있다. 예컨대 대한민국은 2011년 일본 국회의원들을 모두 입국 금지했던 적이 있다. 강정마을 기지 건설에 반대했다는 이유로 그린피스 회원들의 입국을 막은 적도 있다. 입국 금지의 이유가 타당하지 않다는 이유로 비판의 대상이 될 수 있지만, 국가의 자유가 인정되는 영역이라 법원을 통해도 입국 금지를 막기는 힘들다.

그러나 재량행위라 해도 국가는 제반 사항들을 모두 잘 파악하고 비교한 뒤 선택할 수 있는 자유가 있는 것이지, 제반 사항들을 아예 판단하지 않은 채 결론을 내리면 위법하다는 것이 행정법의 대원칙 중 하나다. 예컨대 범죄를 저질러 강제 퇴거당한 외국인은 5년간 입국 금지 제한을 받을 뿐인데, 국가는 스티브 유에 대해 ‘병역을 기피한 네가 더 잘못이니 17년이 지났지만 안 들여보낼 거야’라고 판단할 자유가 있다. 그러나 적어도 강제 퇴거당한 외국인과의 형평성 문제는 고려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충분히 고려한 결과를 처분서로 보여줘야 한다. 이렇듯 아예 판단하지 않은 채 결론을 내리는 것을 법에서는 ‘재량권의 불행사’라고 한다.

이 사건에서 총영사관은 법무부 내부전산망에 입국 금지의 내용이 기재되어 있다는 이유만으로 비자 발급을 거부했다. 구체적으로 왜 거부하는지 살피지 않았고, 그 내용을 스티브 유에게 문서로 전달하지도 않았다. 대법원은 이런 점에서 총영사관이 ‘재량권 불행사’, 즉 제반 사항들을 아예 판단하지도 않은 위법이 있다고 판단했다. 그리고 특별한 일이 없는 한 대법원의 판단에 기속되는 파기환송심은 대법원과 동일하게 해당 처분이 위법하다고 판결할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앞으로 어떻게 될까. 판결이 나오면 총영사관은 다시 처분해야 한다. 다시 비자 발급을 거부할 수도, 형평성을 고려해 허용할 수도 있다. 법원은 ‘재량권 행사를 하지 않은 것’ 자체를 위법이라 판단했으므로, 다시 제반 사항을 고려하고 이유를 적시해, 즉 ‘재량권을 행사’해 비자 발급을 거부하면 문제가 없다. 물론 대법원 판결의 의의를 고려할 때, 그러한 거부가 바람직한지는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다만 재외동포 비자가 나온다 하더라도, 스티브 유의 비자 신청 이후 변경된 현행 재외동포법 제5조에 따르면 병역기피자에게 체류자격을 부여하지 않도록 하고 있어 다음번 비자 발급은 어려울 가능성이 크다.

<박기태 법무법인 한중 소속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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