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골라 루렌도 가족의 ‘공항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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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민과 함께 공동행동 회원들이 지난 2월 19일 루렌도씨 가족 입국 허가와 체류 보장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석우 기자

난민과 함께 공동행동 회원들이 지난 2월 19일 루렌도씨 가족 입국 허가와 체류 보장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석우 기자

앙골라에서 온 루렌도 가족의 부부와 어린 4명의 자녀들이 9개월째 인천국제공항 출국장에서 지내고 있다. 부부는 콩고 출신 앙골라인에 대한 차별로 인해 박해를 받았다면서 공항에서 난민신청을 했다.

인천공항출입국외국인청은 이 가족은 ‘명백히 난민이 아니다’라고 해 입국을 허가하지 않고, 난민심사를 받을 기회도 주지 않았다. 가족은 앙골라에서 안전하게 살 수 없어 살던 집까지 처분하고 한국으로 온 상황이라 앙골라로 돌아갈 수 없는 것은 명백했다.

언론을 통해 사건을 접한 내 동료들은 급히 공항으로 가서 가족을 만났다. 난민심사의 기회도 주지 않은 결정이 잘못되었다는 소송을 시작했다. 1심 소송 내내 동료들은 수시로 공항으로 달려갔다. 재판 준비를 위해서 가족의 이야기를 들어야 했을 뿐 아니라, 가족 중 누군가 아플 때에도 변호사가 동행해야 잠깐 병원을 다녀올 수 있었다.

이 가족은 난민심사를 받을 기회를 달라고 호소했지만, 1심 재판에서 졌다. 공항에서 고생하는 가족, 특히 6살·8살·10살 아이들이 눈에 밟혔다. 난민법상 ‘난민신청자’의 미성년자 가족은 초·중등교육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이 가족들은 난민심사를 받지 못하고 있어 난민법상 ‘난민신청자’에 해당하지 않는다. 4명의 자녀들은 9개월 동안 아무런 교육을 받지 못했다.

그리고 동료들이 고생하는 것이 마음이 아팠다. 그래서 나는 2심에 작은 힘이라도 보태기로 했다. 우리는 적극적으로 사실관계를 확인해 봤다. 가족이 앙골라를 떠나기 전에 머물던 집의 임대인에게 직접 연락해 전화 인터뷰를 하고, 가족을 도와준 목사님을 찾아 확인서를 받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시민단체와 종교단체로부터 큰 도움을 받았다.

지난 9월 27일, 2심 재판부는 우리의 손을 들어줬다. 특히 재판부는 “공항에서의 난민인정심사 불회부 사유에 해당하는지 다소라도 의심의 여지가 있으면 난민인정심사에 회부하여 그 지위를 신중히 심사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최소한 난민심사를 받을 기회는 주어야 한다는 우리의 주장을 받아들여준 것이다.

나의 동료들은 판결 선고 직후 공항으로 가서 가족들에게 기쁜 소식을 전했다. 4명의 아이들은 달려와 동료들의 품에 안겼다고 한다. 그 상황을 전해 듣는 것만으로도 행복해서 배시시 미소가 나왔다. 마침 그날은 6살 막내의 생일이어서 판결은 멋진 선물이 되었다.

아직 이 가족의 갈 길은 험난하다. 상고 여부와 입국 시기도 모두 법무부의 결정에 달려 있다. 입국 후 의식주 해결도 고민이다. 난민으로 인정받기까지 얼마나 오랜 시간이 걸릴지도 알 수 없다. 하지만 2심 판결이 희망의 시작인 것은 분명하다. 이들을 응원하는 많은 사람들이 있기에, 어느 시인의 노래처럼 이제 이 가족을 위한 새로운 문이 열리기 시작했다.

<이주언 사단법인 두루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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