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를 낳았다-반려동물과의 동행, 의무와 책임감 따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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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 작가의 만화 <개를 낳았다> 중 한 장면. 네이버웹툰

이선 작가의 만화 <개를 낳았다> 중 한 장면. 네이버웹툰

웹툰의 제목에 한참 시선이 머물렀다. ‘개를 낳았다’라니. 이 문장의 주어가 개가 아닌 ‘사람’임을 눈치채기란 어렵지 않다. 애완동물 대신 반려동물이라는 말이 익숙해진 시대다. 2017년 농림축산검역본부 발표에 따르면 우리나라 반려동물 사육 가구수는 600만가량으로 추정된다. 2000년대 이전 한국 사회에서 익숙한 개의 서사는 300㎞를 달려 집으로 돌아온 백구 이야기나 사망한 주인을 9년 동안 기다린 하치코의 이야기 같은 것들이었다. 이러한 이야기 속에서 개는 충직함을 칭송받는 존재였다. 충직이란 임금과 신하, 주인과 하인 같은 사이에서 아랫사람이 갖춰야 할 덕목이다. 개가 ‘자식’ 같은 존재로 비유될 때는 개의 충직보다는 인간의 돌봄이 더 강조되는 것처럼 보인다.

<개를 낳았다>는 프리랜서 일러스트레이터인 주인공이 동생과 함께 강아지를 맞이해 정성들여 키우는 이야기다. 그저 애지중지하는 게 아니다. 작가는 개를 기르는 일 역시 불편함과 희생을 감수해야 한다는 사실을 전한다. 의무와 책임감 없이 덤벼들었다가 개를 버리는 이들을 향한 은근하거나 노골적인 분노가 작품 곳곳에서 드러난다. 그러나 비판보다는 대안을 보여주는 작품에 가깝다. 개와 함께 살게 될 때 마주하게 될 현실적 문제들을 섬세하게 극화해 보여주는 솜씨가 놀랍다. 고충만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어떠한 대응과 변화가 필요하거나 가능한지를 잘 보여준다. 또한 관계는 상호적이라는 사실을 상기시키며, 그 상호성을 인식할 때 어떻게 두 존재가 함께 성장하는가를 보여주는 점도 감동적이다.

그러나 나는 ‘개를 낳았다’라는 말 앞에서 어딘가 마음이 편하지 않다. 밥을 주고, 몸을 씻겨주고, 아프지 않게 살펴주는 돌봄은 부모와 자식 간에만 일어나지 않는다. 우리는 친구를 입양하지 않는다. 부모를 입양하지도 않는다. 개가 자식으로 비유된다는 것은 결국 일정한 상하관계를 내포한 것이다. 그 관계를 인간의 관점에서 고착하는 것이기도 하다. 애완이 아닌 반려를 말하는 시대지만 유기동물은 빠른 속도로 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유기동물은 매년 8만마리 정도에서 2017년 10만마리를 넘겼다. 2018년에는 12만마리로 크게 늘었다. 고양이는 증가세이긴 해도 연간 2만마리대에 머물러 있는 반면, 강아지의 유실이나 유기는 2014년 5만9180마리에서 지난해 9만1797마리로 50%가량 증가했다. 반면 유기동물 분양률은 2015년까지 32%로 증가세를 기록하다 이후 매년 하락하는 추세다. 이것은 개를 기르려는 이들에게 ‘좋은 부모’가 되라는 교육만으로 바꿀 수 있는 현실일까.

나는 이것이 동물을 바라보는 우리 사회의 근본적 인식과 ‘동물산업’을 건드리지 않고는 해결되지 않을 문제라고 생각한다. 독일과 같이 유기동물 문제를 잘 해결하고 있는 나라들은 산업을 규제하고 입양 시스템을 강화하는 쪽으로 정책과 사회 변화를 이끌었다. 한국에서는 지방자치단체에 등록만 하면 반려동물 판매업을 누구나 할 수 있다. 반려동물 관련 산업은 시장 규모가 가파르게 증가하면서 ‘블루오션’으로 불린다. 실험동물이 늘고 있다는 점도 눈여겨볼 지점이다. 산업은 욕망과 소비를 끊임없이 만들어낸다. 그 산업의 기반에 인관과 동물의 수평적이지 않은 관계가 있다. 인간의 필요에 따라 동물을 이용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생각. 지금 필요한 것은 모든 것을 인간화하려는 그 욕망의 근원을 살펴보는 일이 아닐까.  

<박희정 기록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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