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의 세계 세력도> 아시아는 글로벌 경제의 새로운 성장동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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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가을에 일본은 위기를 맞을 것인가.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 속에서 스스로 화근을 자초한 대한(對韓) 수출규제에다 다음달 인상되는 소비세는 ‘10월 위기설’을 부채질한다. 손해를 보면서도 제재를 하고 대화 없이 무조건 양보를 주장하는 일본의 ‘비이성적 흥분’은 망국으로 치달았던 일본 제국주의의 행태에 다름 아니다. 게다가 개편된 아베 내각의 면면은 관계개선의 한 조각 기대마저 접게 하는 실정이다. 가뜩이나 미국과 중국의 갈등으로 세계는 ‘무엇을 모르는지 모르는(unknown unknown)’ 안갯속을 헤매고 있다.

사카키바라 에이스케 지음·삼정KPMG 경제연구원 옮김·현암사

사카키바라 에이스케 지음·삼정KPMG 경제연구원 옮김·현암사

이럴수록 뉴스 하나, 숫자 하나에 흔들리지 않는 긴 호흡과 냉철한 시각이 필요하다. 일본의 외환정책을 담당했던 세계적 이코노미스트 사카키바라 에이스케가 쓴 <경제의 세계 세력도>는 아시아가 글로벌 경제의 새로운 성장엔진으로 자리잡는 것은 역사적 필연이라고 단언한다. 세계 경제를 이해하기 위한 인식틀로 아날학파의 대가 페르낭 브로델의 역사방법론을 차용한 저자는 장기 구조적 관점에서 중국, 인도 등 아시아 국가들이 번영을 주도하는 것은 불가역적이라는 입장이다.

다만 전제가 있다. 평소 국제통화기금(IMF)의 폐해를 극복하는 수단으로서 아시아통화기금의 창설을 강조한 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공동통화를 제창한 것이다. 미국의 달러나 유럽의 유로가 환율 변동에 따른 불안정성을 회피해주는 것처럼 아시아 국가들을 아우르는 공통의 결제수단이 경제적 통합을 촉진시키고 성장의 담보가 된다는 근거에서다. 물론 쉽지는 않다. 경제가 급성장할수록 각국의 중산층에서 민족주의가 분출하기 때문이다. 한국, 중국, 동남아시아 등지에서 공통적으로 겪고 있지만 ‘정냉경열(政冷經熱)’로 극복할 수 있다는 낙관적 전망이다.

아시아가 세계 경제의 구조적 버팀목이 될 때 가장 주목되는 국가는 인도다. 이미 인도는 5년 전에 구매력평가(PPP) 기준으로 일본을 제치고 세계 3위의 경제규모를 시현했다. 저자 또한 중국보다 인도에 후한 점수를 준다. 무엇보다 자본시장에 관해서 인도가 앞서 있다는 설명이다. 여전히 인치주의적 성격이 강한 중국보다 법에 의한 지배, 즉 비즈니스나 시민생활 속에 현대적인 법·제도와 법치주의가 확실히 정착한 인도가 투자처로서 안정적인 매력을 갖기 때문이다. 관료와 정치가의 독직 건수가 상대적으로 적은 것도 법치의 풍토를 입증하고 글로벌 스탠더드에 한층 부합한다.

국가와 지역 같은 거시경제뿐만 아니라 세계 경제의 변동에 따른 개인의 대응을 조언해주는 것도 이채로운 대목이다. 금융자산 중 80~90%는 원금이 보장되는 것에 넣어두라면서 잦은 주식매매를 하지 말라고 충고하고, 리스크가 큰 투자에도 부정적인 시각을 내비친다. 주거용 주택은 충분한 금융자산이 있으면 사도 좋지만 융자를 받아서까지 구입하는 것은 현명하지 않다는 조언도 덧붙인다. 인플레이션이 심하지 않기 때문에 대출을 받지 말라는 것이다. 물가 안정기에는 빚을 내서 부동산이나 주식을 구입해서는 안 된다고 하는데, 글쎄다. 부동산 대폭락 시대가 온다고 오래전부터 떠들어왔지만 ‘강남불패’는 지속되고 있으니 각자 알아서들 판단할 일이다.

<정승민 독서팟캐스트 일당백 진행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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