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과 관련된 ‘함께 살아가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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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래도 장애쪽 일을 하니 장애와 관련된 법률 얘기를 많이 하게 될 것 같다. 그리고 애엄마이다보니 여성이나 아동과 관련된 얘기도 하면 좋겠다.

장애인차별철폐연대 회원들이 2018년 8월 14일 서울 시청역에서 지하철 장애인 리프트 철거 및 역사 엘레베이터 설치를 요구하며 시위를 벌이고 있다./권도현 기자

장애인차별철폐연대 회원들이 2018년 8월 14일 서울 시청역에서 지하철 장애인 리프트 철거 및 역사 엘레베이터 설치를 요구하며 시위를 벌이고 있다./권도현 기자

법률프리즘의 기고를 제안받고 잠시 망설였다. 법도 잘 모르고 글재주도 없는 내가 법과 관련된 글을 쓰고 그것을 여러 사람들이 읽게 된다니. 주간지가 발간될 때마다 긴장이 될 것 같았다. 그럼에도 내가 하는 일과 생각을 공유할 수 있는 기회가 매력적이라 마다하지 않고 덜컥 해보겠다고 했다. 사실 가족에게도 (어쩌면 가족이라서 더) 내가 하는 일과 생각을 나누는 일이 쉽지 않다. 지난호 ‘내 인생의 노래’에 글을 싣고도 제일 보여주기 민망한 사람들이 가족이었다. “오다 줏었다”는 말이 TV의 우스갯소리만은 아닌 ‘경상도 가스나’라 더 그런 것 같다. 앞으로 내가 쓰는 글들이 가까운 사람들에게부터 내 일과 생각을 나누는 시간이 되면 좋겠다.

앞으로 무슨 얘기를 해야 할까. 아직은 막막하다. 내 머릿속과 내 상황을 벗어나지는 못할 것이므로 우선 나를 소개해보련다. 나는 ‘두루’라는 공익단체에서 일하는 변호사다. 주로 장애인의 권리와 관련된 일을 한다. 보통 공익변호사, 장애인권을 말하면 “좋은 일을 한다”는 소리를 듣는다. ‘장애인을 돕는 착한 변호사’라는 이미지에 갇혀 있는 것 같아 낯간지럽다.

요즘 지하철에 리프트를 없애고 승강기를 설치하라고 요구하는 소송을 하고 있다. 소송을 하면서 17년 전의 일이 떠올랐다. 나는 당시 장애인 야학을 하면서 장애인들을 만났다. 학생과 함께 외출해 그의 휠체어를 밀어주면서 지하철역에 설치된 리프트를 함께 타본 적이 있다. 계단이 아득하게 멀어지고, 리프트가 흔들려서 타고 내려가는 내내 너무 무서웠다. “무서워 죽을 뻔 했어요”라는 내 얘기에 그 분은 이렇게 대답했다. “나는 무서운 것보다 쪽팔려 죽겠어요.” 리프트가 움직일 때마다 모두가 돌아보게끔 만드는 음악소리가 창피하다는 것이었다. 사실 나는 평소에 걸어가기 바빠서 그 소리를 제대로 인지하지도 못했다. 안전을 위한 조치였겠지만, “장애인 행진!”이라고 광고하는 듯한 소리가 당사자에게는 정말 싫었을 것이다. 국가인권위원회에서도 벌써 10년 전에 지하철역에 설치된 리프트는 위험한데다가 수치스럽기도 하여 정당한 편의가 아니라고 보았다.

이 소송 덕분에 리프트만 있던 곳에 승강기가 설치되면, 장애인에게도 좋지만 결국 나처럼 유모차를 끄는 엄마들, 노인들, 여행가방을 옮기는 사람들에게도 좋은 일이다.

아무래도 장애쪽 일을 하니 이렇게 장애와 관련된 법률 얘기를 많이 하게 될 것 같다. 그리고 아이 엄마다보니 여성이나 아동과 관련된 얘기도 하면 좋겠다. 내가 만나는 사람들 중에 멋진 사람들이 많아서 소개하고 싶기도 하다. 그 외에도 글을 쓰다 보니 이야깃거리들이 계속 떠오른다. 오지랖 넓은 내가 한 가지 주제씩 정해서 누군가에게 얘기한다고 생각하니 자꾸 정리되지 않은 말들이 머리에서 맴돈다. 어려운 얘기보다는 함께 살아가는 이야기, 함께 생각을 나누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 제안이든, 질문이든, 질책이든 기다리면서 메일(jelee@jipyong.com)을 열어두겠다.

<이주언 사단법인 두루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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