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미화원은 고용승계 대상이 아니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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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모든 자치단체가 생폐 용역도 보호지침 적용대상으로 보고, 업체 변경 때 지침에 따라 고용승계를 의무화했다. 그런데 김포시는 고용승계를 의무화하지 않아 8명이 일자리를 잃게 됐다.

환경미화원이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비옷을 입고 쓰레기를 줍고 있다. / 권도현 기자

환경미화원이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비옷을 입고 쓰레기를 줍고 있다. / 권도현 기자

최근 <매일노동뉴스>는 경기 김포시가 생활폐기물(생폐) 수집·운반 용역업체 변경과정에서 환경미화원 고용승계를 의무화하지 않아 8명이 일자리를 잃게 됐다고 보도했다. 이 매체와 인터뷰한 김포시 관계자는 생폐 업무는 ‘용역근로자 근로조건 보호지침’(이하 ‘보호지침’)에 따른 고용승계 의무 적용대상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보호지침 적용대상 항목에는 ‘일반용역 중 청소·경비·시설물 관리 등 단순노무용역’이라고만 적혀 있다. 그러나 세부내용 중 ‘자치단체 생폐 용역의 경우, 입찰 예정가격 산정 시 시중 노임단가 중 보통인부 노임 등을 적용한다’라는 구절이 나온다. 그래서 그동안 모든 자치단체가 생폐 용역도 보호지침 적용대상으로 보고, 업체 변경 때 지침에 따라 고용승계를 의무화했다. 그런데 김포시는 보호지침 적용대상도 아닌 생폐 용역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서술하고 있다는 주장을 들고 나온 것이다.

김포시는 이런 대담한(?) 주장의 근거로 지난해 선고된 대구고등법원 판결을 들고 있다. 이 행정소송에서 원고는 A라는 생폐업자였다. 피고인 대구 서구청장은 생폐 용역 입찰공고를 하면서 계약방식을 ‘협상에 의한 계약’으로 정했고, 낙찰자로 B라는 생폐업자를 선정했다. 이에 A는 ‘생폐 용역은 단순한 노무를 제공하는 것으로서 협상에 의한 계약방식으로 입찰공고를 할 수 없는 용역’이라고 반발했다. 이에 대해 법원은 ‘생폐 용역은 일정한 시설이나 장비시스템을 이용하므로 (지방계약법 등 입찰계약방식 관련 법령에서 말하는) ’단순한 노무를 제공하는 용역’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이 소송에서 쟁점은 특정 계약방식의 적용 여부였을 뿐, 생폐가 보호지침의 적용대상인지 여부가 아니었다. 판결문에는 ‘보호지침은 용역업체에 소속된 근로자를 보호하기 위하여 용역업체와 근로자 사이에 적용될 근로조건에 관한 지침을 정한 것’이라는 대목도 나온다. 보호지침의 해석과 입찰방식 관련 법조문의 해석은 별개라는 것이다.

김포시의 ‘일탈’을 바로잡아줘야 할 행정안전부는 오히려 한 발 더 나아갔다. 행안부는 지난해 7월 행정규칙인 ‘지방자치단체 입찰 및 계약 집행기준’을 개정해 ‘노무비 구분 관리 및 지급 확인’ 대상에서 생폐 용역을 뺐다. ‘노무비 구분 관리 및 지급 확인’을 시행하면 발주기관과 계약상대자가 노무비를 노무비 이외의 대가와 구분하여 관리하고, 노동자의 개인계좌로 입금하게 된다. 입찰계약방식과 무관한 제도로, 용역업체의 비리와 전횡을 막는 데 유용하다. 그러나 앞으로 생폐 용역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위 법원 판결을 핑계로 이뤄진 개정이라고 한다.

생폐 용역 환경미화원은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대표 사례다. 그러나 업자들의 극심한 반발과 로비, 자치단체들의 소극적 태도 때문에 정부의 공공부문 정규직화 정책에도 불구하고 정규직 전환 비율은 0%가 될 가능성이 높다. 외려 기존의 고용안정 장치와 부정비리 차단 장치까지 흔들리는 형국이다. 다들 판결 탓이라는데 그런 판결은 내려진 적이 없다.

<임주환 변호사·희망제작소 객원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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