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감자 ‘경찰의 1차 수사종결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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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의 지휘 없이 경찰의 판단으로 사건을 끝낼 수 있는 수사종결권에 대해 검찰은 깊은 우려를 표시하고 있다. 경찰은 검사가 영장청구를 통해 언제든지 경찰 수사에 개입할 수 있기에 문제 없다는 입장이다.

최근 국회 신속처리안건 대상으로 지정된 검·경 수사권 조정 법안에 반대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힌 문무일 검찰총장이 지난 5월 7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으로 출근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연합뉴스

최근 국회 신속처리안건 대상으로 지정된 검·경 수사권 조정 법안에 반대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힌 문무일 검찰총장이 지난 5월 7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으로 출근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연합뉴스

이혼을 앞둔 부부가 고속도로에서 다툼을 벌이던 중 운전하던 남편이 심한 욕을 하며 위협했다. “다 같이 죽자”라며 가속해 앞서 달리던 트럭과 충돌 직전까지 갔고 부인은 비명을 질렀다. 이러한 상황이 고스란히 녹음되어 있음에도 담당 검사는 경찰 수사관의 기소 의견을 무시하고 부부관계임을 고려해 불기소처분했다. 고소 대리인인 필자는 항고해 관할 고등검찰청에서 치열한 대질신문까지 벌였고 남편은 결국 기소됐다. 피해자의 감사 인사를 들으며 필자도 사필귀정의 안도를 깊이 느꼈던 지난주 사건 결과였다.

변호사의 업무 중에 고소 대리도 무시할 수 없는 비중을 차지한다. 의뢰인이 털어놓는 억울한 사연에 딱 들어맞는 처벌조항을 찾아서 구성요건에 맞게 사연을 재구성한다. 고소사건의 절차 진행은 헌법상 범죄 피해자의 재판절차 진술권과 관련이 깊다. 피해자가 형사재판에서 진술하기 위해서는 검사의 기소가 선행돼야 하기 때문이다. 헌법재판소는 검사의 자의적인 불기소처분이 형사 피해자의 평등권과 재판절차 진술권을 침해한다고 판시한 바 있다.

고소 절차는 ‘고소→항고→재정신청’의 단계로 진행된다. 검찰청에 고소할 경우 검사의 수사지휘로 경찰 수사가 시작된다. 관할 경찰서 담당 수사관이 기소 혹은 불기소 의견으로 송치하면 담당 검사가 검토하고 처분을 내린다. 이 과정에서 담당 검사의 판단 아래 보강수사 지시를 내리거나 기소와 불기소가 바뀌기도 한다. 기소 시 피해자는 재판절차에서 진술할 기회를 갖게 되지만, 불기소처분 시 관할 고등검찰청에 항고할 수 있다. 다시 항고가 기각되면 관할 고등법원에 재정신청을 할 수 있다. 이와 같이 형사 피해자의 재판절차 진술권을 보장하기 위해 여러 단계의 제도를 두고 있다.

최근 검·경 수사권 조정 법안에 담긴 ‘경찰의 1차 수사종결권’이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고 있다. 검찰의 지휘 없이 경찰의 판단으로 사건을 끝낼 수 있는 수사종결권에 대해 문무일 검찰총장을 비롯한 검찰은 깊은 우려를 표시하고 있다. 경찰은 검사가 영장청구를 통해 언제든지 경찰 수사에 개입할 수 있기에 문제 없다는 입장이다.

‘검찰 대 경찰’의 대결구도를 떠나 형사재판에서 피해자 진술을 해야 하는 고소인의 관점에서 살펴보면 분명히 우려되는 점들이 있다. 첫째, 직업의 특성상 법 이해도와 판례의 숙지도가 검사보다 낮은 경찰이 법률을 다루는 수사를 독자적으로 진행하고 종결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최근 강요죄 고소를 대리하는데 사법경찰관이 강요죄를 잘 몰라서 애를 먹기도 했고, 또 대물변제 약정의 법리를 모르는 사법경찰관이 사기죄 불기소 의견으로 송치한 탓에 항고 과정에서 바로잡은 적도 있다. 둘째, 사법경찰관의 수가 검사보다 월등히 많다는 것도 무시할 수 없다. 한국 사회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인맥 동원을 고려하자면 경찰만의, 혹은 검사만의 수사는 의혹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국민의 감시와 통제는 대상의 수가 많을수록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안다솔 다솔 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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