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 위해 차린 치킨집 ‘프랜차이즈’로 발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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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킨 앞에는 ‘국민음식’이라는 칭호가 달린다. 동네 구석구석이 치킨집이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국내 치킨 프랜차이즈는 400여개로 가맹점 수는 2만4000개가 넘는다. 전세계에 있는 맥도날드 매장보다 많다고 한다. ‘치킨집을 연다’는 영세자영업을 의미하는 상징적 표현이 됐다. ‘치맥(치킨+맥주)’은 어느새 한류상품이 됐다. 이 같은 ‘치킨공화국’에 치킨을 소재로 한 영화가 없다면 이상하다.

이병헌 감독의 <극한직업>은 경찰 마약반 수사관들이 잠복수사를 위해 팀원들과 함께 치킨집을 창업하면서 벌어지는 좌충우돌 상황을 그렸다./CJ E&M

이병헌 감독의 <극한직업>은 경찰 마약반 수사관들이 잠복수사를 위해 팀원들과 함께 치킨집을 창업하면서 벌어지는 좌충우돌 상황을 그렸다./CJ E&M

이병헌 감독의 <극한직업>은 마약사범을 잡기 위해 치킨집을 위장개업한 마약단속반의 이야기다. 마약사범들도 치킨 배달은 피해가지 못할 것이라는 매우 한국적인 아이디어에서 출발했다. 여기에 코미디와 액션이라는 튀김옷을 입히니 엄청난 ‘케미’가 생겨났다. ‘지금까지 이런 영화는 없었다. 이것은 코미디인가 느와르인가.’ 이 새로운 맛에 놀라 벌써 1400만명이 봤다.

잠복근무를 위해 인수한 치킨집이다. 장사가 잘될 필요가 없다. 그런데 얼떨결에 손님에게 내어놓은 왕갈비소스 양념치킨이 대박을 터트리면서 이야기가 꼬인다. 입소문이 나면서 손님이 밀려든다. 형사인가, 닭집아저씨인가. 이때 마약사범들이 프랜차이즈 계약을 맺자며 나선다. 수원왕갈비통닭은 이제 본점이 됐다.

프랜차이즈란 본사가 가맹점에 영업기술을 제공하고, 자신의 상표나 상호 등을 사용해 자신과 동일한 이미지로 상품을 판매하도록 허용하면서 일정 대가를 얻는 경영기법을 말한다. 과거에는 창업을 하려면 창업자가 자신의 기술을 갖고 독자적인 매장을 구축해야 해 많은 돈과 시간이 들었다. 반면 프랜차이즈는 특정 기술이나 큰돈이 없어도 본사의 지원을 받아 쉽게 가게를 열 수 있다.

현대 프랜차이즈가 확산된 시기는 1950년대다. KFC(켄터키프라이드치킨)의 창립자 커넬 샌더스의 공이 컸다. 미국 켄터키주 국도변에서 식당을 운영하던 샌더스는 고속도로 건설로 문을 닫게 됐다. 나이 60에 새로운 가게를 열기 어려웠던 그는 자신의 프라이드치킨 레시피를 팔기로 하고 레스토랑을 찾아다녔다. 레시피대로 프라이드치킨을 만들어 팔고 일정 수수료를 낸다는 개념은 당시로서는 낯설었다. 2년간 1000곳이 넘는 식당에서 거절당한 끝에 유타주 솔트레이크시티의 한 레스토랑이 그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치킨 한 조각당 0.04달러를 받는 조건이었다. 1952년의 일이다. KFC의 흰수염 할아버지가 샌더스다.

국내 1호 프랜차이즈도 치킨점이다. 1977년 창업한 ‘림스치킨’은 닭을 조각내 튀겨내는 프라이드치킨을 국내에 보급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1980년대 페리카나, 멕시칸치킨 등이 나왔고 1990년대 교촌통닭, BBQ 등이 사업을 시작했다.

국내 프랜차이즈 산업은 급격히 성장했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브랜드 수는 6000개를 돌파했고, 가맹본부 4882개, 가맹점 수는 24만3000개가 넘는다. 가맹본부 기준으로 우리보다 경제규모가 큰 미국(약 3000개), 일본(1339개)보다 많다. 경쟁이 치열하다보니 평균 사업기간은 4년 11개월밖에 안 된다.

사표를 내고 치킨사업에 전념하려던 고 반장은 가맹점 곳곳에서 터지는 불만에 곤혹스러워한다. 고 반장, 아니 닭집아저씨가 직접 나선다. “소상공인은 목숨 걸고 장사해.”

<박병률 경제부 기자 mypar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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