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수자 작가의 <우리는 핑퐁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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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달장애아 어머니들은 어떻게 살아갈까

이 작품은 한 여성이 결혼하고 발달장애가 있는 아이를 낳으면서 전혀 예상치 못한 삶에 접속해 느끼는 혼란과 불안을 현실감 있게 표현한 작품이다

지난해 전직 정치부 기자인 류승연씨가 발달장애아의 엄마로 사는 삶, 우리 사회와 장애에 관한 생각이 담긴 책을 펴냈다는 소식을 듣고 반가운 마음이 들었다. 기록활동을 하는 나는 3년 전쯤 발달장애가 있는 아이를 양육하는 엄마들의 이야기를 인터뷰해 책으로 펴내는 일에 함께했는데, 그때만 해도 발달장애가 있는 엄마들의 진솔한 목소리를 공공의 장에서 만나기 어려웠다.

한수자 작가의 만화 <우리는 핑퐁가족>의 한 장면. / 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 웹진 이음

한수자 작가의 만화 <우리는 핑퐁가족>의 한 장면. / 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 웹진 이음

그들의 존재 자체가 아예 가려져 있었다는 말은 아니다. <말아톤> <맨발의 기봉이>와 같이 실화에 기반한 영화에서 어머니의 존재는 매우 중요하게 등장한다. 그러나 그러한 서사들이 관심을 두는 것은 ‘장애’ 그 자체가 아니다. 장애에도 불구하고, 그들이 어떤 일을 이루어내는가가 핵심이다. 따라서 이러한 서사들이 ‘어머니’란 존재에 대해서 기울이는 관심은 그이가 어떠한 조력을 해내는가, 혹은 주인공(발달장애인)에게 어떠한 의미의 존재로 자리하고 있는가에 머무른다.

우리 사회에는 지적장애가 있는 이들을 희화화하는 ‘바보 형’이라는 말이 있다. 한편에 천재적 능력을 갖춘 자폐성 장애인을 경탄하는 태도도 존재한다. 조롱과 신비화. 두 방식 모두 발달장애인의 주체성을 상상하지 않고, 그들을 철저히 자기가 보고 싶은 대로 들여다보는 문제적 태도라고 할 수 있다. 발달장애인의 어머니가 겪는 고통과 고난에 접근할 때도 마찬가지다. 이들은 대단한 어머니라고 치켜세워질 만하지 않으면, 불쌍하거나 뭔가 문제 있는 엄마라고 쉽게 내리깎인다. 여기에는 장애인 혐오뿐만 아니라 여성 혐오가 함께 작동한다.

이러한 구도 속에서는 한 개인의 삶이 어떻게 구성되고 있는지를 들여다보기 어렵다. 그래서 그러한 구도에 균열을 내고 실제 한 사람의 삶이 어떻게 구성되고 있는가를 말하는 목소리를 만나는 일은 늘 가슴 설렌다. 장애예술 웹진 <이음>에 연재되고 있는 한수자 작가의 <우리는 핑퐁가족>이 그 중 하나다.

이 작품은 한 여성이 결혼하고 발달장애가 있는 아이를 낳으면서 전혀 예상치 못한 삶에 접속해 느끼는 혼란과 불안을 현실감 있게 표현한 작품이다. 주인공은 아이를 낳은 후, 남편과 손끝이 닿는 것조차 어색해져 버릴 만큼 대화는 닿혔고, 가슴속은 말로 풀어낼 수 없는 복잡한 마음으로 가득 찼다. 핑, 퐁. 남편과 서로 공을 주고받듯 대화가 오가는 관계를 바라지만 입을 열자 오가는 것은 상처뿐이다.

발달장애인은 백인백색이라는 말이 있다. 그만큼 장애가 발생하는 경로, 정도나 양상, 필요한 서비스가 다 다르다는 말이다. 양육에 대한 책임감을 짊어진 여성은 깊은 혼란을 느낀다. 그 짐은 덜어질 수 없는 것일까?

절대 그렇지 않다. 발달장애인 어머니들을 인터뷰하면서 알게 된 사실 하나는 발달장애인 가족이 살아가는 지역사회가 발달장애인에게 얼마나 친화적으로 구성되었는가, 돌봄과 교육이 얼마나 적절히 제공되었는가에 따라서 가족들의 삶이 달라진다는 점이었다. 인터뷰해준 여성 대부분이 어머니로 사는 삶과 자기 자신을 분리할 여유 없이 살아가고 있었지만, 모든 여성이 그러한 것은 아니었다. 다른 삶은 상상하는 만큼 우리 곁에 다가온다. 상상은 무에서 태어나지 않는다. 우리를 상상하게 하는 것은 삶을 토하는 목소리들이다. <우리는 핑퐁가족>의 이야기가 오래 계속되기를 바란다.

<박희정 기록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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