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헤미안 랩소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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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큐리를 퀸으로 돌아오게 한 ‘관계재’

‘퀸’이라는 밴드명은 모를 수 있어도 퀸의 음악을 안 듣고 지나치긴 어렵다. 우승팀에게 주어지는 헌정곡은 언제나 ‘위아더챔피언스(We are the champions)’다. ‘위일록유(We will rock you)’도 흥겨운 이벤트에는 빠지지 않는 응원가다. 퀸의 음악은 수많은 CF 배경음악으로 사용됐다. 퀸은 1973년 데뷔해 15장의 앨범을 냈다.

[영화속 경제]<보헤미안 랩소디>

숱한 히트곡 중에서도 역시 대표곡은 ‘보헤미안 랩소디(Bohemian Rhapsody)’다. 보헤미안 랩소디는 당시에는 파격적인 6분짜리 대작이다. 아카펠라에서 시작해 발라드, 오페라, 록을 거쳐 발라드로 끝나는 멜로디는 지금도 찾아보기 힘들다. 2012년 런던 올림픽 폐막식에서 퀸의 리드보컬 프레디 머큐리가 깜짝 등장했다. 영상 속에서 부활한 그는 마치 살아있는 듯 관중들의 환호를 이끌어냈다.

브라이언 싱어 감독은 프레디 머큐리를 스크린 속에서 부활시켰다. 머큐리(라미 말렉 분)는 2시간의 러닝타임동안 마음껏 무대를 휘젓는다. 그 영화가 <보헤미안 랩소디>다. 영화는 퀸의 시작과 성공, 실패와 고뇌를 담고 있다.

퀸은 1991년 머큐리가 에이즈로 사망하기 전까지 단 한 명의 밴드멤버도 교체하지 않았다. 그들은 스스로를 ‘가족’이라 불렀다. 그 가족이 해체의 위기를 맞은 적이 있다. 머큐리가 CBS와 솔로 계약을 맺었을 때다. 밴드 생활과 음악에 지친 머큐리는 솔로 선언을 하며 퀸을 나온다. 400만 달러의 전속계약금은 머큐리를 돈방석에 앉게 했다. 하지만 돈은 주변사람들에게 행복을 나눠줄 뿐 자신에게 행복을 가져다주지 못했다. 머큐리는 멤버들에게 사과한다. “내가 이기적이었어. 하지만 가족들은 때로 싸우기도 하잖아.”

머큐리는 왜 퀸으로 돌아갔을까. 경제학적으로 설명하자면 퀸 멤버가 쌓은 ‘관계재(Relational Property)’의 가치가 400만달러보다 컸기 때문이다. 관계재란 인간관계, 즉 다른 사람과 함께 있을 때 생기는 재화를 말한다. 가족애, 우정, 사랑, 이웃간의 정, 동료애 등이다. 관계재는 상품과 같은 형태가 있는 재화가 아니라 서비스처럼 형태가 없는 무형의 재화다. 이탈리아의 사회경제학자 루이지노 브루니 교수가 제안한 개념이다. 전통경제학에서는 물품을 소비하면 만족감(효용)이 생긴다고 설명한다. 브루니 교수는 이런 재화를 ‘소비재’로 구분했다.

관계재와 소비재는 때로 대체재가 된다. 관계재는 혼자 있을 때는 형성되지 않는다. 가족과, 친구와, 연인과, 이웃과 함께 있어야 형성된다. 시간과 돈을 써야 한다는 의미다. 투자(시간과 돈)가 줄어든 만큼 생산이 줄어들 수 있다. 때때로 높은 자리로 올라간 사람들을 보기 힘들 때가 있다. 일에 바쁘다보니 주요 행사에도 빠지게 된다. 그만큼 성과와 보상은 있겠지만 관계재는 줄어든다. 문제는 빈곤해진 관계재는 돈이나 지위로 오롯이 메울 수 없다는 것이다. 비타민이 과부족하면 몸이 망가지듯 관계재가 과부족하면 인생이 망가질 수 있다.

퀸 멤버들과 헤어진 머큐리는 지독한 외로움에 빠진다. 파티를 열고, 향락에 빠져보지만 공허함은 채워지지 않는다. 주변에는 자신의 돈만 보고 날아드는 똥파리로 가득하다. 머큐리는 “나는 썩었다”고 말한다. 머큐리를 구해낸 사람은 평생의 연인이던 메리 오스틴과 4명의 퀸 멤버들이었다. 학창시절, 데뷔, 스타가 되기까지 20여년을 함께 했던 이들의 관계재가 머큐리를 다시 일으켜세웠고, 1985년 역대 최고의 콘서트인 ‘라이브 에이드’가 탄생하는 힘이 됐다.

<박병률 경향신문 경제부 기자 mypar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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