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에 대한 시험 편의제공은 법적 의무
  • 인쇄
  • |
  • 목록
  • |
  • 복사하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밴드

면접시험에서는 장애인에 대한 편의제공 공고는 물론 편의를 제공하기 위한 어떤 지침도 없었다. 그 같은 장애인이 편의를 제공받기 어려울 수 있는 구조였던 것이다.

장애인 취업박람회를 찾은 구직자들이 면접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 연합뉴스

장애인 취업박람회를 찾은 구직자들이 면접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 연합뉴스

그는 뇌성마비가 있었다. 특수학교에서 열심히 공부했고, 특수교사가 되겠다는 꿈을 키웠다. 2004년 사범대학을 졸업하고 해마다 임용시험 장애인 구분모집에 응시했다. 세 차례 필기시험에 합격한 적도 있었다. 하지만 수업실연과 면접시험에서 탈락했다. 임용시험에 도전한 지 10년이 되는 해에 다시 한 번 기회를 얻었다. 필기시험 합격자가 단 한 명, 그 혼자였다.

그는 뇌성마비로 인해 언어장애도 있었다. 유창하지는 않지만 평소에 편안하게 말하는 데에는 큰 문제가 없었다. 면접시험은 모든 수험생이 동일하게 특수교육과 관련된 4개 질문에 대해 10분 동안 구술하는 방식이었다. 면접시험이 걱정되었던 그는 면접시험 당일 스케치북을 가지고 갔다. 자기 발음이 부정확하니 면접관들에게 스케치북에 글씨를 쓰면서 설명하겠다고 하였고, 그렇게 면접을 보았다. 면접이 진행되는 동안 면접관들은 그의 말을 온전히 이해하지 못했음에도 한 번도 그에게 다시 말해 보라거나 손으로 써서 보여 달라고 요청하지 않았다. 면접시험 결과는 0점이었다. 면접관들은 그가 의사소통이 어려워서 부적격하다고 판단했다. 그는 마지막이라고 생각하며 불합격처분 취소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보통 면접시험에서 면접관의 재량을 넓게 인정해 왔다. 이런 법원의 태도대로라면 아무리 면접시험 점수가 0점이더라도 면접관들의 판단이 잘못되었다고 인정받기는 쉽지 않았다. 결국 소송의 주된 쟁점은 면접시험이 그를 공정하게 평가할 수 있도록 절차를 준수했는지 여부로 모아졌다. ‘교육공무원 임용후보자 선정 경쟁시험 규칙’ 제4조 제3항은 “시험 실시기관은 장애인이 시험에 응시한 경우 장애의 종류 및 정도에 따라 필요한 편의를 제공하여야 한다”고 규정하였고,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 제10조와 제11조는 사용자의 장애인 차별 금지를 규정하면서, 시험시간 연장, 확대 답안지 제공 등 장애인의 능력 평가를 위한 보조수단 마련 등의 편의제공 의무를 규정하고 있었다. 그에게 제대로 편의가 제공되었는지에 따라 소송의 향방이 달라질 상황이었다.

해당 교육청은 그가 요구한 대로 스케치북을 사용하도록 했기 때문에 충분한 편의를 제공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스케치북은 정당한 편의가 아니고, 장애가 없는 사람과 동일한 시간에 행해진 면접시험은 그에게 불리할 수밖에 없었다고 주장하였다. 해당 교육청은 필기시험에 대해서는 장애인 편의제공 신청서를 공고하는 등 구체적으로 장애인 편의제공 신청절차를 마련하고 장애인에 대한 편의를 제공하고 있었다. 하지만 면접시험에서는 장애인에 대한 편의제공 공고는 물론 편의를 제공하기 위한 어떤 지침도 없었다. 이는 전국 17개 시·도교육청이 모두 마찬가지였다.

법원은 그의 주장을 받아들여 스케치북은 정당한 편의제공에 해당하지 않고, 시험시간 연장 등이 없었던 면접시험은 간접차별이라고 보았다. 그리고 불합격처분을 취소하였다. 법원의 판단이 있은 뒤에 전국 시·도교육청은 임용시험의 2차 시험에서도 장애인 편의제공 신청절차를 마련하였다. 그도 의사소통 보조기기를 사용하고 시험시간 연장을 받아 다시 면접을 보았다. 결과는 합격이었다. 그는 마침내 선생님이 되었다.

<김재왕 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만드는법 변호사>

법률 프리즘바로가기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