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존효과’를 부추기는 홍보와 광고
  • 인쇄
  • |
  • 목록
  • |
  • 복사하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밴드

P.T 바넘은 자신에 대한 비난과 구설마저도 홍보에 이용했다. 자신을 비난하는 기사를 오려 오면 50% 할인해줬다.

피니어서 테일러 바넘(P. T 바넘)은 사기꾼일 수도, 흥행의 천재일 수도 있다. 어쨌든 그는 스스로를 ‘쇼맨’이라 불렀다. 쇼를 보여주고 돈을 버는 사람이라는 것을 당당해 했다. 그에게 쇼란 남을 즐겁게 해주고, 그 대가로 돈을 버는 비즈니스였다. 쇼를 팔아먹기 위해서는 과장도 하고, 없는 이야기도 만들었다. “당신이 팔아먹는 것은 다 가짜”라는 날선 비평이 쏟아졌지만 아랑곳하지 않았다. “사람들의 웃음도 가짜로 보이냐”는 그의 반박에는 쇼에 대한 철학이 담겨 있다. 그는 “다른 사람들을 행복하게 하는 것이 진정한 예술이다”라는 말을 남겼다.

[영화 속 경제]‘의존효과’를 부추기는 홍보와 광고

마이클 그레이시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뮤지컬 영화 <위대한 쇼맨>은 쇼비즈니스의 개척자 P. T 바넘의 일대기에 픽션을 더했다. 가난한 재단사의 아들로 태어난 바넘, 하지만 그에게는 풍부한 상상력이 있다. 기괴한 것들을 끌어모아 호기심 박물관을 연다. ‘믿거나 말거나’ 한 이야기를 붙인 흑인노예 조이스헤스, 피지인어, 난장이 톰섬, 샴쌍둥이 창과 엥 등은 엄청난 흥행을 거둔다. 그가 기획한 ‘프릭쇼’는 수많은 윤리적·도덕적 논쟁을 낳는다.

바넘은 스웨덴 오페라 가수 ‘제니린드’의 미국 전국투어를 성사시키며 한때 주류세계로 진입한다. 마침내 부와 명예를 얻지만 달라진 그의 모습에 가족들이 떠난다. 때마침 화재로 극장이 전소한다. 모든 것을 잃은 순간, 그는 이동식 천막공연을 생각해 낸다.

P. T 바넘을 세계적으로 유명하게 만든 것은 서커스였다. 1871년 시작한 ‘바넘 앤 베일리 서커스’는 ‘지상 최고의 쇼’라 이름 붙인 세계 최고의 서커스로 성장한다. 링링 브라더스에 인수·합병되면서 1919년부터는 ‘링링 브라더스 앤 바넘 앤 베일리 서커스(Ringling Bros. and Barnum & Bailey)’라는 명패로 전세계를 찾아갔다. 2017년 5월 마지막 공연을 할 때까지 무려 146년간 전세계를 돌아다녔다.

바넘은 ‘이 시간에도 대중은 속기 위해 태어난다(There’s a sucker born every minute)’는 유명한 말을 남겼다. 그는 대중을 속이기 위해 홍보와 광고를 이용했다. ‘지상최대의 쇼’ ‘평생 단 한 번뿐인 기회’ ‘믿을 수 없는 특별한 할인가’ ‘폐업 대방출’. 이같은 홍보를 한 원조가 P. T 바넘이라고 광고학자 제임스 트웨젤은 말한다.

확실히 광고는 소비를 자극한다. 존 K 갤브레이스는 저서 <풍요한 사회>에서 소비가 광고에 영향을 받는 현상을 ‘의존효과’라고 이름 붙였다. 의존효과는 소비자는 자신의 필요나 욕구에 의해서가 아니라 생산자의 광고와 선전에 자극을 받아 의존적으로 재화를 소비한다고 본다. 광고가 욕망을 만들고 수요를 창출한다는 개념은 소비자가 주체적으로 소비활동을 한다는 고전경제학의 전제와 대치된다.

갤브레이스는 의존효과로 인해 민간부분의 재화와 서비스가 과잉공급된다고 봤다. 개인은 굳이 필요없는 물건까지 소비하면서 과소비를 하게 된다. 반면 꼭 필요한 공공재는 과소소비되고 과소공급된다. 갤브레이스는 저서 <결백한 사기의 경제학>에서 ‘소비자주권’ ‘소비자가 왕’ 등의 표현은 우리 사회에 만연한 사기 중 하나라고 주장한다. 현실적으로는 기업들이 독과점과 광고, 프로모션 등을 통해 가격과 수요를 결정하고, 이 비용을 소비자에게 전가시킬 뿐 소비자가 결정할 권한은 실제적으로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P. T 바넘은 자신에 대한 비난과 구설마저도 홍보에 이용했다. 자신을 비난하는 기사를 오려 오면 50% 할인해줬다. ‘노이즈마케팅’의 시작이었던 셈이다.

<박병률 경향신문 경제부 기자 mypark@kyunghyang.com>

영화 속 경제바로가기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