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암물질 배출하는 아스콘 공장 어찌하나
  • 인쇄
  • |
  • 목록
  • |
  • 복사하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밴드

양평 소재 아스콘 공장에 대하여는 폐쇄명령을 결정하였고 안양 소재 공장은 사업자와 주민, 안양시, 경기도 등 4자간 협의를 통해 아스콘 공장 부지를 포함한 주변 일대를 공영개발하기로 했다.

아스콘 공장에서 배출되는 유해물질로 인한 건강피해 우려가 우리 사회에서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실제 아스콘 공장 주변에 거주하는 주민들의 질병 현황을 살펴보면 주민들의 우려는 상당한 근거가 있어 보인다. 전북 남원시 내기마을의 경우 40여명의 주민들 중 15명이 암으로 사망하였고, 익산 장점마을은 피부암 발병률이 전국 평균보다 30배 정도 높게 나왔으며, 주민 80여명 중 12명이 암으로 사망하였고 주민 중 11명은 현재 투병 중이라고 한다.

아스콘 선적차량들이 한 아스콘 공장에서 대기하고 있다./정지윤 기자

아스콘 선적차량들이 한 아스콘 공장에서 대기하고 있다./정지윤 기자

공장 1.5km 이내에 위치한 학교 무려 904곳

관공서도 예외는 아니었다. 경기 의왕경찰서의 경우 아스콘 공장과 불과 50m 거리에 위치해 있었는데 경찰관들 3명이 암으로 사망하거나 천식질환을 겪고 있어 경찰서를 이전하기도 하였다. 특히 남원 내기마을에 대한 서울대학교의 역학조사 결과는 아스콘 공장에서 나오는 다환방향족 탄화수소가 마을주민들의 암 발병과 연관이 있다는 점을 확인해주었으며, 최근 아스콘 공장에서 1급 발암물질인 벤조피렌이 배출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아스콘 공장 주변 주민들의 대책 마련을 요구하는 목소리는 어느 때보다 높을 수밖에 없게 되었다.

물론 아스콘은 도로 포장용도로 사용될 수밖에 없고, 아스콘의 특성상 공장에서 출하되어 공사현장까지 허용되는 운송시간은 1시간30분 정도로, 전국에 아스콘 공장이 산재할 수밖에 없기는 하다. 그러나 녹색연합이 최근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전국 435개의 아스콘 공장 주변 1㎞ 이내에서 신규 아파트를 건설하거나 택지개발을 하고 있는 곳은 총 24곳, 3만3793가구에 이른다.

이 중 네 곳은 택지개발이나 도시개발 지구단위계획만이 수립된 상태로 신규 세대수는 더 증가될 수밖에 없다. 이미 주택개발이 완료되어 주민들이 거주하고 있는 세대수를 포함할 경우 아스콘 공장 주변 건강피해가 예상되는 국민의 숫자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할 수밖에 없다. 또한 방송프로그램인 <추적 60분>에서 조사한 바에 의하면 전국 500여곳의 아스콘 공장 주변 500m 이내에 위치한 학교는 58곳, 1.5㎞ 이내에 위치한 학교는 무려 904곳에 이른다. 건강약자인 아동과 청소년들의 피해가 더욱 우려되는 상황이다.

위와 같이 아스콘 공장으로 인한 피해 우려 상황은 아스콘 공장에서 배출되는 유해물질로 인한 인근 주민의 건강피해를 고려하지 않고 아스콘 공장에 대한 인·허가를 남발하거나, 아스콘 공장 주변의 집단주거지 조성 허가를 남발해준 지방자치단체와 관련 법령을 적시에 정비하지 못한 국가에 의하여 야기된 것으로, 지방자치단체와 국가가 현재의 아스콘 공장 사태에 대한 일차적 책임이 있다.

이러한 비난여론을 의식한 듯 환경부는 아스콘 공장에서 배출되는 벤조피렌 등 유해물질에 대한 배출 허용기준을 새롭게 설정하겠다고 하고 있으며, 지방자치단체 중 경기도는 아스콘 공장 사태를 해결하기 위한 행정조치들을 예정하고 있다.

먼저, 안양시 소재 연현마을 주변 아스콘 공장과 관련하여 경기도는 아스콘 공장 사업자와 주민, 안양시, 경기도 등 4자간 협의를 통해 아스콘 공장 부지를 포함한 주변 일대를 공영개발하여 사업자에게는 사업장 운영 종료에 따른 보상과 개발이익을, 주민에게는 아스콘 공장 운영 중단에 따른 쾌적한 환경을, 지방자치단체는 부지 매입비용 등의 축소를 통한 비용절감을 달성할 수 있도록 시도하고 있다. 반면 경기도 양평군 북포리 소재 마을 주변 아스콘 공장에 대하여는 아스콘 공장에 대한 폐쇄명령을 결정하고 사전처분 통지를 하였다.

왜 경기도는 동일한 아스콘 공장 문제에 대해 공영개발 방식과 사업장 폐쇄조치 방식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을까?

국토계획법은 전국토를 도시지역, 관리지역, 농림지역, 자연환경보전지역이라는 네 종류의 용도지역으로 구분하고 있으며 용도지역 유형에 따라 건축할 수 있는 건축물의 용도와 종류, 규모 등을 제한하고 있다. 이 중 관리지역은 다시 보전관리지역과 생산관리지역, 계획관리지역으로 구분하고 있는데, 보전관리지역과 생산관리지역은 신축이 가능한 건축물을 허용하는 것 이외에는 모두 금지하는 포지티브 방식으로, 계획관리지역은 일부 시설에 대해서만 입지를 제한하는 네거티브 방식을 사용하고 있어 다른 지역에 비해 공장 입지가 용이한 측면이 있다.

기준농도 초과하는 배출사업장은 폐쇄해야

이러한 연유로 양평 아스콘 공장을 포함한 전국 아스콘 공장 중 최소한 261개 아스콘 공장이 계획관리지역에 위치하고 있다. 그럼 계획관리지역에서는 아스콘 공장 건축허가 신청이 들어왔을 때 지방자치단체가 이를 허용하여야만 할까? 그렇지는 않다. 국토계획법상 입지제한을 충족하였다 하더라도 다시 대기, 토양, 수질 등의 공익 보호를 목적으로 하고 있는 개별 환경법률들에 의한 허가절차를 사업자는 거쳐야 한다.

환경부는 2015년 12월 10일 특정 대기유해물질 중 다환반향족 탄화수소를 배출하는 사업장에 대한 허가대상 기준농도를 10ng/m로 설정하였다. 즉, 위 기준농도를 초과하는 배출사업장은 허가를 받아야만 사업을 영위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양평 아스콘 공장의 경우 조사결과 위 기준치를 5000배 초과하는 것으로 조사되어 배출시설 허가를 받아야만 하였고, 안양 아스콘 공장의 경우 위 기준치를 초과하지 않았기에 신고만으로도 사업을 계속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럼 왜 경기도는 양평 아스콘 공장에 대해 배출시설 허가를 해주지 않고 공장 폐쇄명령을 하려는 것일까?

대기환경보전법 제23조에서는 배출시설에 대한 허가를 도지사가 할 경우 배출 허용기준이 준수되어야 하고, 다른 법률에 의하여 배출시설 설치제한에 대한 규정을 준수하여야만 허가를 해줄 수 있도록 하고 있는데, 양평 아스콘 공장에 대한 허가 당시는 물론 현재까지도 다환방향족 탄화수소에 대한 배출 허용기준이 설정되어 있지 않아 이를 이유로 도지사가 허가를 거부할 수는 없다.

그러나 국토계획법은 용도지역 중 계획관리지역 내에서 대기환경보전법상 특정 대기유해물질에 대한 허가대상 기준농도 이상으로 유해물질을 배출하는 공장은 건축할 수 없도록 제한하고 있으므로, 도지사는 이를 이유로 배출시설에 대한 허가를 거부할 수 있다. 나아가 대기환경보전법 제38조는 배출시설의 설치장소가 다른 법률에 따라 설치가 금지된 경우에는 그 배출시설의 폐쇄를 명하여야 한다고 의무규정으로 되어 있다. 따라서, 도지사는 계획관리지역 내에서 특정 대기유해물질인 다환방향족 탄화수소를 기준농도 이상으로 배출하는 아스콘 공장에 대해서는 해당 배출시설에 대한 폐쇄명령을 할 수밖에 없다.

전국에 잠재되어 있는 아스콘 공장으로 인한 건강피해 우려도 이번 경기도의 해법과 유사한 방식으로 조속한 행정조치가 있어야 할 것이다. 주민의 건강과 환경을 지키는 일차적 책임은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에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공영개발 방식에 의한 협의를 하는 과정에서도 주민들의 건강피해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조업을 중단한 상태에서 신속하게 협의를 진행하는 방식이 주민의 건강과 적법한 사업장 운영자 모두를 위한 해결방법이 될 것이다.

<최재홍 법무법인 자연 변호사·민변 환경보건위원회 위원장>

법률 프리즘바로가기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