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툰의 방송가 무한 질주
  • 인쇄
  • |
  • 목록
  • |
  • 복사하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밴드

현재 방송 중인 드라마의 편성표를 잘 들여다보면 웹툰을 원작으로 한 작품 비중이 상당히 높아졌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현재도 <당신의 하우스헬퍼>(KBS), <내 아이디는 강남미인>(JTBC) 등이 주요 시간대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하반기에도 <일단 뜨겁게 청소하라>(JTBC), <좋아하면 울리는>(tvN·넷플릭스), <계룡선녀전>(tvN), 그리고 방송사가 확정되지 않은 <우리사이느은> 등입니다. 웹툰을 드라마로 만드는 것이 방송 시장의 ‘대세’가 된 것은 전혀 새롭지 않은 이야기입니다. <미생> <치즈 인 더 트랩>처럼 많은 시청자들이 떠올릴 만큼 인기를 얻었던 작품들도 꽤 많습니다.

SBS, MBC 제공

SBS, MBC 제공

원소스를 다양한 방식으로 활용하고 파생 콘텐츠를 만들어내는 것은 콘텐츠 산업의 시스템입니다. 이런 시스템에서 웹툰은 응용의 객체, 활용의 대상에 머물렀지요. 그런데 요즘 환경을 보면 상당히 달라졌습니다. 웹툰이 주체가 되고 아예 처음부터 다른 장르의 부가 콘텐츠를 제작하기 위해 기획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웹툰 드라마의 장으로 알려져 있는 포털사이트들은 최근에 제작 관련 부서를 대거 충원했습니다. 본격적인 2차 저작물을 기획하고 처음부터 준비하겠다는 것이지요. 포털사이트 네이버는 웹툰의 영상화를 전문으로 하는 법인 ‘스튜디오 N’을 최근 열었습니다. 이 회사는 기존 영화 및 드라마 제작사와 협력하는 가교 역할을 하면서 세계에 한국 웹툰을 진출시키는 기능을 맡고 있다고 합니다. 다른 업체인 카카오 역시도 카카오M의 음악·영상 사업부문을 신설 법인으로 분리해 카카오페이지가 보유한 웹툰의 영상화에 박차를 가할 계획입니다. 이렇게 되면 지금까지 방송사나 제작사에서 웹툰을 찾아내 판권을 계약하는 과정에서 수동적인 위치에 있던 웹툰 생산자나 유통업체가 주도권을 쥡니다. 아예 기획부터 영상화를 염두에 둔 웹툰이 제작되고 포털사이트의 법인들은 이를 제작사나 방송사에 적극적으로 판매하게 될 겁니다.

웹툰은 그 콘텐츠뿐 아니라 웹툰의 생산자 역시 스타로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패션왕> <복학왕> 등의 콘텐츠로 영화화의 수혜를 봤던 작가 기안84는 MBC 예능 <나 혼자 산다>를 통해 방송인으로 거듭났습니다. 이 인기를 발판으로 최근 개최된 부천국제만화축제의 홍보대사가 되기도 했죠. 또한 <찌질의 역사>라는 작품을 냈던 김풍은 2014년부터 JTBC <냉장고를 부탁해>에 출연하며 요리실력도 보이고 있습니다. <이말년씨리즈>로 유명한 작가 이말년은 SBS 라디오 <배성재의 텐>에 출연 중입니다.

최근에는 아예 출연자를 모두 웹툰 작가로 채운 프로그램도 등장했습니다. <쌩리얼 야매 놀이단 축제로구나>(SBS플러스)에서는 앞서 말씀드린 김풍·이말년을 포함해 영화 <신과 함께>의 원작자 주호민과 심윤수 등 웹툰 작가들이 등장합니다.

웹툰은 이제 단순한 콘텐츠의 제공을 넘어서 방송판권 시장의 흐름을 바꾸고, 출연자의 영역까지 넘보는 등 방송가에서 무한 증식 중입니다.

<하경헌 스포츠경향 엔터팀 기자>

클릭TV바로가기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