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유미의 맹활약, 시사프로의 재발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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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스는 누구 겁니까?” “강원랜드에 몇 명 꽂아(?)주셨습니까?” “청장님께 댓글은 어떤 의미입니까?”

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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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주 목요일 오후 많은 시청자들은 한 개그맨의 시사활극(?)을 흥미있게 지켜보고 있습니다. 물론 많은 개그 프로그램에서 기자 역할을 한 적도 있지만 그가 지금 처한 상황은 모두 실제 상황입니다. 개그맨 강유미는 목요일 밤 방송되는 SBS <김어준의 블랙하우스>

에서 ‘질문특보’로 활동하면서 많은 현실 정치인을 만났습니다. 그는 첫 회부터 이명박 전 대통령의 발자취를 캐기 시작하더니 태극기 집회에 참석해 태극기의 의미를 묻고, 최근에는 2012년 당시 경찰 댓글공작 관련 의혹을 받고 있는 김용판 전 경찰청장을 만나 질문을 했습니다. 무엇보다 화제가 됐던 것은 지난 2월 말 국회에서 강원랜드 채용비리 연루 의혹을 받고 있는 자유한국당 권성동 의원을 딜러 복장으로 만나 “몇 명을 꽂아주셨습니까?”라고 묻는 장면이었습니다. 이 유명한 사건 이후 강유미는 각종 의혹을 받고 있는 전·현직 정치인들에게는 가장 만나기 꺼려지는 방송인으로 등극했습니다. 전화는 거절되기 일쑤고 많은 이들이 강유미의 시선을 피합니다. 어쩌면 새로운 형태의 엔터테이너가 만들어진 게 아닌가 싶습니다. 기존에 ‘정치적인 견해를 갖고 이를 방송에서 말하는 연예인’이라는 의미의 ‘폴리테이너(Politainer)’와는 좀 결이 다릅니다. 기자가 아니지만 기자 같은 역할을 한다는 의미로 ‘리포테이너(Reportainer)’라는 이름을 붙여도 좋지 않을까 싶습니다.

강유미가 취재원들을 무작정 기다리고 그들에게서 한마디를 들으려고 애쓰는 모습은 기자들의 취재기법 중 하나입니다. 영어로는 ‘앰부시(Ambush)’라고도 하는데 ‘매복’이란 뜻이죠. 기자들끼리의 은어로는 ‘뻗치기’라고도 합니다. 몇 시간이고 만나야 할 사람이 있는 길목에서 기다리다가 말을 붙이는 기법이죠. 이는 첨예한 이슈의 중심에 있는 인물을 만나거나, 많은 탐사보도에서 의혹을 규명하는 데 핵심적인 인물들을 만날 때 주로 쓰입니다.

이러한 전략은 실제로는 통하기 쉽지 않습니다. 여러 매체의 추적을 받는 사람이 그를 오랜 시간 기다렸다고 해서 특정 기자에게 이야기를 다 털어놓을 거라고 생각하는 발상은 순진하죠. 하지만 거기서 얻어지는 것도 있습니다. 일종의 ‘보여주기’ 전법입니다. 피하는 모습을 통해 많은 대중은 그가 의혹과 더욱 밀착하고 있다고 생각하게 됩니다. 바꿔 말해 강유미의 질문을 피하는 이들일수록 대중으로 하여금 ‘뭔가 켕기는 곳이 있구나’ 생각하게 한다는 거죠.

‘뻗치기’를 감수하는 강유미의 모습은 대중의 열광을 끌어냅니다. 그리고 기성언론은 왜 그렇게 하지 못하냐는 반응을 부르기도 합니다. 강유미의 시도는 방송인의 영역을, 시사 프로그램의 영역을 넓히는 기폭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이미 작가로, 유튜브 크리에이터로 역량을 보여준 강유미는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며 가능성을 보여줍니다. 그의 활약은 개인뿐 아니라 올드미디어인 TV 프로그램의 영토 확장도 이끌고 있는 셈입니다.

<하경헌 스포츠경향 엔터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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