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문화계 미투, 근원을 도려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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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투’ 운동이 우리 사회 전체를 흔들고 있습니다. 바로 어제까지 친근하게 보아오던 유명인사들의 과거 모습 또는 이면에 약자인 여성의 인권을 유린하며 자신의 사리사욕을 챙기는 어두운 모습이 있었다는 것에 대중들은 놀라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여성들의 용기 있는 고백으로 그 실체가 드러난 인물들은 법조계와 문화예술계를 포함해 스무 명을 넘어섰습니다. 이 중 이름이 거명된 배우들은 모두 공교롭게도 현재 출연 중인 작품이 있습니다. 

조재현이 출연한 <크로스>의 한 장면. tvN 캡쳐

조재현이 출연한 <크로스>의 한 장면. tvN 캡쳐

조재현은 tvN 드라마 <크로스>에 출연 중이었지만 12회를 마지막으로 극중 하차가 결정됐습니다. 원래 하차하는 역할이었지만 이번 사태로 그 시기가 앞당겨졌죠. 조민기 역시 출연 중이던 OCN 드라마 <작은 신의 아이들>에서 빠지기로 했습니다. 최근 결국 성추행 사실을 인정한 오달수 역시 tvN 드라마 <나의 아저씨> 촬영을 중단했고, 최일화는 방송이 예정됐던 MBC 드라마 <손 꼭 잡고>에서 하차하게 됐습니다.

현재 우리나라 대중문화계에서 ‘미투’ 운동이 활발한 이유는 특유의 문화에 기인합니다. 배우가 되기 위해 극단에 들어가고 연기관련 학과에 입학해 나름의 체계를 밟아가며 꿈을 키워가지만 여기엔 오랫동안 뿌리내린 ‘상명하복’의 문화가 있습니다. 이는 조직력을 높이는 순기능이 있지만 한편으로는 위계문화의 부정적인 부분이 개성과 인권을 해친다는 단점을 갖고 있습니다.

실제로 연극, 영화, 드라마 등 이들의 일터 대부분은 이러한 위계로 이뤄져 있습니다. 배우들은 선후배를 따져 서열을 정합니다. 연출자나 작가가 배우를 대하는 것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개인의 역량 혹은 능력이나 객관적인 자격이 아니라 친소관계, 위계질서에 따른 인간관계 중심으로 캐스팅이 이뤄집니다. 결국 무대에 서고 연기를 할 수 있는 기회를 얻는다는 것이 자신의 능력이 아닌 외적인 요인에 의해 좌우될 수 있으며 영향을 많이 받게 된다는 것이지요.

그러다보니 이 바닥에서 ‘권력자’ 혹은 힘있는 사람에게 잘 보여야 한다는 생각이 자리잡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권력을 가진 자는 어떤 전 횡을 저질러도 제어할 수 있는 구조나 시스템이 마련되어 있지 않습니다. 즉 ‘견제의 진공’ 상태에서 권력을 남용하게 되는 셈입니다. 잇따라 폭로가 이어지고 있습니다만 사실 이 같은 폭로는 이제 시작이라고 봐도 무방합니다. 그만큼 오랫동안 쌓여 왔던 문제니까요. 제 주변에도 이 같은 아픈 기억과 상처를 털어놓아야겠다고 마음먹고 있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비단 성 문제뿐 아니라 불평등한 권력구조에 의해 뿌리내려왔던 문제가 터져나오고 이를 바로잡으려는 움직임이 확산될 것 같습니다.

우리 사회 어느 분야나 마찬가지겠지만 대중의 마음을 위로하고 공감하고 발을 맞춰온 대중문화계에서 이처럼 권력이 남용되고 약자가 고통 받아 왔다는 사실은 착잡하기만 합니다. 하지만 이를 계기로 새롭게 출발하기를 바랍니다. 대중문화 콘텐츠의 내용뿐 아니라 그 이면의 제작환경 역시 대중들에게 위로와 감동이 되었으면 합니다.

<하경헌 스포츠경향 엔터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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