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 없이 꾸준한 김생민
  • 인쇄
  • |
  • 목록
  • |
  • 복사하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밴드

2017년이 지나고 2018년이 밝았습니다. 한 해가 지나가면 어김없이 열리는 것이 각 방송사의 각종 시상식이죠. 올해는 단 하나의 행사가 빠졌습니다. 바로 KBS의 <연예대상>입니다.

이 행사는 100일이 넘게 지속되고 있는 KBS 새 노조의 파업 때문에 열리지 못했습니다. 이 사이 MBC에서는 <나 혼자 산다>의 전현무가, SBS에서는 <미운 우리 새끼>의 출연자들 어머니들이 대상의 영예를 안았습니다. 그렇다면 KBS에서도 <연예대상>이 열렸다면 누가 가장 유력한 수상자였을까요.

지난해 TV를 열심히 본 분들이라면 방송인 김생민의 수상을 아마 가장 유력하게 보고 계시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그는 지난해 팟캐스트에서 출발한 <김생민의 영수증>을 일요일 오전에 방송하는데도 불구하고 6%에 육박하는 시청률을 거두는 프로그램으로 밀어 올렸습니다. 이 프로그램 외에도 MBC의 파일럿 프로그램 <전지적 참견시점>과 tvN의 <짠내투어> 등에도 출연했습니다. 각종 광고에 행사 그리고 프로그램 출연 섭외 등 김생민은 데뷔 이래 정말 오랜만에 소속사를 골라야 했을 만큼 바쁜 한 해를 보냈습니다.

/ KBS 방송화면 캡처

/ KBS 방송화면 캡처

/ KBS 방송화면 캡처

/ KBS 방송화면 캡처

1973년생으로 이미 10여년째 예능 대세로 활약 중인 유재석보다 불과 한 살 어린 김생민은 서울예술대학교 연극과를 졸업하고 1992년 KBS 특채 개그맨으로 데뷔했습니다. 데뷔 당시부터 지석진, 송은이, 백재현 등 끼와 입담이 좋은 동기들과 함께 했던 그는 정확한 발음이나 연기력, 귀여운 외모를 갖고 있었지만 개그맨으로서 도드라진 활약을 하지는 못했습니다.

1990년대는 쇼버라이어티의 시대였고, 2000년대는 리얼 버라이어티의 시대였습니다. 그리고 2010년대는 리얼리티의 시대죠. 화려한 이미지도 아니고 개인기나 캐릭터가 분명한 것도 아니었고 게다가 일상을 드러내는 일이 쑥스러웠던 그에게 어느 시대도 전성기라 불리는 호사를 내려주지는 않았습니다. 기다림의 시간도 많고 외로움의 시간도 많았습니다. 그는 자신의 입지를 빨리 깨닫고 1990년대 후반부터 장점인 순발력과 전달력을 십분 활용해 리포터나 내레이터로서 자리매김합니다.

그가 고정출연 중인 프로그램은 KBS2 <연예가중계>로 1997년부터니 20년이 넘었고, MBC <출발 비디오 여행>은 1998년부터라 올해가 20년. SBS <동물농장>은 2001년부터 출연해 17년째 등장하고 있습니다. 그는 알게 모르게 3대 지상파 채널 모두에서 20년 가까운 시간 한 프로그램의 고정을 지킨 숨은 실력자였던 셈입니다.

이미 <김생민의 영수증>이나 다양한 프로그램에서 보이듯 그에게는 절약과 절제가 몸에 배 있습니다. 정확한 시간관념과 경제관념 그리고 미래를 위한 절제 등은 어느 때에는 대수롭지 않은 것처럼 보였지만 지금처럼 하나라도 아껴 잘 살아보려는 이들이 많은 시대에는 그를 ‘멘토’로 만들었습니다. 그는 결코 자신의 철학을 다른 이에게 강요하지 않고 다소 깐깐해 보이긴 해도 인간미가 깔린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봅니다.

<해피선데이-1박2일>에서 9년을 꾸준히 활약했다고 김종민에게 대상을 준 KBS였습니다. 그런 기준이라면 훨씬 오랜 시간 헌신해왔고, 지금 가장 뜨거운 김생민에게 상이 가는 건 어쩌면 당연했겠죠. 세상에는 ‘소리 없는 영웅’들이 많습니다. 26년 동안 묵묵히 제자리를 지켜온 김생민이야말로 지금 방송가의 소리 없는 영웅입니다.

<하경헌 스포츠경향 엔터팀 기자>

클릭TV바로가기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