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정순(1954~)
거미가 형광등 밑에 집 한 채 건축했다
인삼은 판매하지 않고
우두커니 계산대나 지키는 전자저울
긴 목이 썰렁하다
스르르 끼어드는 졸음
못 이기는 척, 따뜻한 패널에 귀를 대고 눕는다
옆 점포에서 들려오는 코고는 소리,
누군가의 전화통화를 도청하지 않을 수 없다
가게 한 구석에 방을 들인 생쥐의 이빨처럼 사각사각
시멘트벽을 갉아먹는 물방울소리가 떨어진다
먼지 한 점 날지 않는 통로
좌판에 쌓인 인삼뿌리에 곰팡이 번지는 느낌처럼
누가 오는 소리다
민첩해진 반가사유상 눈꺼풀들,
점포마다 얼굴 꽃대 일어선다
얼굴보시를 렌즈처럼 모아들이는 탁발스님
흰 고무신 걸머진 바랑, 공복의 위처럼 훌쭉하다
내민 고개들이
독경소리 목탁소리를 귀에 담고
쪼르륵 곯은 속을 들여다본다
불경기가 佛經期다
<김시언 시인 2013년 ‘시인세계’로 등단. 시집 <도끼발>(2015)이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