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는 오다 그치고
가을이 나그네처럼 지나간다
나도 한때는 시냇물처럼 바빴으나
누구에게서 문자도 한 통 없는 날
조금은 세상에게 삐친 나를 데리고
동네 중국집에서 짜장면을 사준다
양파 접시 옆에 묵은 춘장을 앉혀놓고
저나 나나 이만한 게 어디냐고
무덤덤하게 마주 앉는다
사랑하는 것들은 멀리 있고
밥보다는 짜장면에 끌리는 날
그래도 나에게는 내가 있어
동네 중국집 데리고 가
짜장면을 시켜준다
깨달음의 길을 함께하는 동반자를 도반(道伴)이라 한다. 휘이 둘러봐도 함께할 이 없는 날은 내 반쪽이 길을 함께하는 도반(道半)이다. 슬몃 내가 나를 끌고 짜장면 집에도 가고 주머니 털어 탕수육도 시켜보면 어떨까. 내 도반을 위하여.
김시언 시인 2013년 ‘시인세계’로 등단. 시집 <도끼발>(2015)이 있음.
<이상국(194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