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리비안의 해적> 해상 공포심 유발하는 ‘플래그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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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새 그는 해적의 전형이 됐다. 유머러스하고 우스꽝스러우면서도 때론 비굴하고 야비한데 밉거나 무섭지 않다. 그는 캡틴 잭 스패로우(조니 뎁 분)다. 허당끼 가득한 잭 스패로우가 6년 만에 돌아왔다. 해적의 상징곡이 되어버린 OST ‘He’s a Pirate’와 함께 말이다.

[영화 속 경제] <캐리비안의 해적> 해상 공포심 유발하는 ‘플래그십’

<캐리비안의 해적: 죽은 자는 말이 없다>는 2003년 시작한 시리즈의 5편이다. ‘사일런트 메리호’를 이끄는 캡틴 살라자르는 해적 잡는 영국 해군이다.

유령선이 된 사일런트 메리호의 위압감은 상상을 초월한다. 바다밑에서 솟구쳐 올라와 단번에 다른 해적선을 찍어누른다. 영국 국기 유니언잭을 단 플래그십도 유령선을 당해낼 재간이 없다. 플래그십이란 깃발을 달고 전투를 지휘하는 대장함(플래그십·flag-ship)을 말한다.

플래그십은 상품시장에도 있다. 기업의 주력상품으로 통상 최상의, 최고급 기종을 말한다. 예를 들어 올해 삼성전자의 플래그십은 ‘갤럭시8’이다. 메르세데스-벤츠는 S클래스, 제네시스의 플래그십은 EQ900, 캐논의 플래그십은 1DX Mark2 등이다. 기업이 내세우는 최고의 제품인 만큼 대체로 가격대가 높지만 매우 고급스럽다.

서울 강남역 근처에는 카카오프렌즈의 캐릭터 매장이 있다. 카카오프렌즈의 가치가 높아지면 카카오의 가치도 높아질 것이다. 이런 상점을 플래그십 스토어라고 부른다. 성공한 특정 상품 브랜드를 앞세워 전체 브랜드의 성격과 이미지를 끌어올리기 위해 마련한 매장이다. 브랜드를 대표하는 매장(스토어)에 깃발(플래그)을 꽂는다는 의미다.

까르띠에, 오메가, 겐조 등 주로 명품 브랜드가 많다. 최근에는 삼성전자, 캐논, 아이리버 등 가전제조사, 한샘, 일룸, 까사미아 등 가구·인테리어사 등으로 플래그십이 확산되고 있다. KT와 SK 등 이동통신사와 CJ푸드빌, 네스프레소, 조니워커 등 식품 브랜드도 속속 플래그십 스토어를 세우고 있다. 하나은행, 우리투자은행 등 금융권은 VVIP 회원을 위해 플래그십 스토어를 운영하기도 한다.

플래그십 스토어는 대체적으로 트렌드에 민감하거나 구매력이 있는 소비자가 몰리는 지역에 많이 진출한다. 서울 청담동, 신사동, 신촌, 명동, 삼성동, 한남동, 강남역, 가로수길, 부산 광복동, 대구 동성로 등이 대표적인 플로그십 스토어 입자로 손꼽힌다.

플래그십 스토어는 일반 매장과 달리 감각적이고 독특한 인테리어를 갖고 있어야 한다. 브랜드의 아이덴티티(정체성)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일반 매장과 차별화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플래그십 스토어는 1990년대 후반 기업들의 마케팅이 제품에서 브랜드로 옮기면서 크게 확산됐다. 플래그십 서비스도 있다. 해당 회사가 운영하는 최고급의 서비스로 KTX 특실이나 항공사들의 퍼스트클레스 등이 이에 해당된다.

유리병에 갇힌 해적선 ‘블랙펄’을 빼내는 데 성공한 잭 스패로우는 블랙펄에 해적기부터 단다. 해골과 2개의 뼈다귀로 구성된 해적기는 그 자체로 일반 뱃사람들에게 위압감을 준다. 따지고 보면 세상에서 가장 빠른 배인 ‘블랙펄’은 그 자체로 플래그십 상품이다. 거기다 잭 스패로우가 캡틴으로 복귀했으니 최고의 플래그십 해적선이라는 호칭에 토를 달 사람은 많지 않아 보인다.

<박병률 경향신문 경제부 기자 mypa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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