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의 ‘보궐선거 저지 작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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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이 불과 한 달 앞으로 다가왔는데도 “나를 뽑아 달라”고 말하지 못하는 후보가 있다. 자유한국당 대선후보로 선출된 홍준표 경남도지사다. 홍 지사는 7일 경기 안양 실내체육관에서 열린 경기·인천지역 선대위 발대식에서 단 한마디도 하지 못한 채 깃발만 흔들다 단상에서 내려왔다.

홍준표 경남도지사가 7일 안양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경기ㆍ인천 선대위 발대식에서 당기를 흔들고 있다. / 연합뉴스

홍준표 경남도지사가 7일 안양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경기ㆍ인천 선대위 발대식에서 당기를 흔들고 있다. / 연합뉴스

선거법 때문이다. 그는 현직 공무원 신분이기 때문에 선거운동도 할 수 없고 예비후보 등록도 하지 못했다. 대선에 출마하려면 지사직을 사퇴하면 되는데, 그는 “도지사직 사퇴는 4월 9일에 할 것”이라며 이날까지도 버티고 있다.

대선에 출마하려는 공직자는 선거일 30일 전까지 물러나야 한다. 그가 이 안에 사퇴하면 대선과 동시에 경남지사 보궐선거를 치르게 된다. 공직선거법상 보궐선거 실시 사유는 관할 선거관리위원회가 그 사유를 통지받은 날 확정된다. 그런데 여기 법의 허점을 활용한 꼼수가 도사리고 있다. 홍 지사는 공공연히 사퇴시한인 9일 밤 늦게 사퇴할 것이라고 밝혀 왔다. 사퇴는 9일 안에 해 자신은 대선에 출마하되, 선관위 통보는 9일을 넘기는 방법으로 보궐선거를 막는 안을 계획한 것이다. 애꿎은 선관위 직원들만 야간 비상근무에 돌입하게 됐다. 이미 선관위는 “지자체장의 잔여임기가 1년 이상 남아있을 때에는 보궐선거를 실시하는 것이 공직선거법의 정신”이라는 입장을 밝힌 상태다.

홍 지사의 ‘계획’대로라면 경남도정은 그가 임명한 행정부지사에 의해 내년까지 운영된다. 340만 경남도민의 참정권은 박탈된다. 보궐선거를 치르면 돈이 많이 든다는 게 홍 지사의 주장이지만, 홍 지사 본인 역시 2012년 대선과 함께 치러진 보궐선거에서 당선됐다. 오히려 이런 ‘보궐선거 저지 작전’의 속내는 추락할대로 추락한 지지율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지금 상황이라면 보궐선거가 열리더라도 자유한국당 후보가 당선될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 홍 지사 자신의 대선주자 지지율도 선거비용을 보전 받느냐 마느냐를 먼저 고민해야 할 수준이다. 그가 내년에 돌아갈 곳으로 다시 경남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구심이 나오는 이유다.

그게 아니라면, 이 역시 ‘노이즈 마케팅’일까. 최근 한층 업그레이드 된 전방위 독설로 그에겐 ‘홍키오테’에서 ‘홍트럼프’라는 별명까지 추가됐다. 원내 제2정당의 대선후보 자격으로 출연한 TV 뉴스에서 앵커와 민망한 신경전까지 벌여놓고 “정치는 결국 국민 즐겁게 하는 것”이라며 태연하다. 본인은 즐거울 수 있지만 시청자는 낯 뜨겁고 피곤하다. 홍 지사는 45년 전 한 방송사 개그맨 공채에 응시했다고 한다. 그의 개그가 ‘본능’이었다고 이해해주기엔, 개그의 질이 좀 낮다.

<선명수 기자 sm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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