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인양, 그리고 침몰원인 음모설의 운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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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티즌 수사대 자로를 만난 것은 지난 1월 초였다. 지난해 말, 그가 유튜브에 공개한 8시간49분2초짜리 영상 <세월X>가 화제를 모았다. 인터뷰는 자로가 근무하는 회사 사무실에서 진행했다. 퇴근시간 후, 빈 사무실이었다. 자로의 회사 동료들은 그가 ‘자로’인지 몰랐다.

세월호가 3년 만에 떠오른 후 그와 인터뷰하면서 질문하고 받아 적었던 취재자료를 다시 읽었다. 그 중 기사에 옮긴 부분은 극히 일부분이다.(주간경향 1210호, ‘세월호 외력침몰설, 가설인가 진실인가’ 기사 참조) 기자는 자로에게 이렇게 물었다. ‘외력침몰설은 어차피 세월호가 인양되면 검증될 부분이다. 만약 세월호 선체에 외력이 작용한 흔적이 나오지 않는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그의 답은 이랬다. “내가 틀려도 좋다. 그냥 욕먹어도 상관없다. 진실을 보기 위해 한 명의 시민이 이렇게까지 노력했다는 것을 남기고 싶었다. 후회는 없다.”

3월 26일 전남 진도 인근 해상에서 반잠수식 선박 위에 올려진 세월호의 배수와 잔존유 제거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 이준헌 기자

3월 26일 전남 진도 인근 해상에서 반잠수식 선박 위에 올려진 세월호의 배수와 잔존유 제거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 이준헌 기자

세월호는 왜 침몰했나. 정부의 공식 발표는 과적과 조타 실수, 증·개축으로 인한 복원력 약화 등의 ‘복합원인설’이다. 그 대척점에 ‘항적 조작-고의 침몰설’이 있다. 아직도 적지 않은 사람들이 공감하고 있다. 이 설은 전형적인 음모론이다. 합리적인 추론으로는 거의 검증 불가능한 가설이다. 은폐하기엔 공모자의 수가 무한대로 늘어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세월X>는 상당 부분이 정부의 공식 발표와 함께 이 ‘항적 조작-고의 침몰설’에 대한 비판에 돌리고 있다.

그렇다면 대안으로 내놓은 ‘외력충돌설’은? 역시 사건 은폐와 그 주체를 가정하고 있다는 점에서 음모설이다. 다만 한 가지, 자로나 김관목 이대 교수도 인정하듯 시한이 정해져 있는, 검증 가능한 하나의 가설이었다. 이런 가설이 본격적으로 음모설로 발전하는 것은 가설과 배치되는 사실이 드러났을 때 인지부조화·확증편향이 컬트화하면서 심화될 때다. 이 부분은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지 지켜봐야 한다.

‘음모설이 왜 나타나는가’, 다시 말해 ‘왜 음모설이 대중들에게 설득력 있게 받아들여지는가’라는 문제에 대해 전통적인 설명은 주어진 정보가 충분치 않을 때였다. 세월호 사건이 벌어진 후 정부의 태도를 보면 이 혐의를 벗기 어렵다. ‘진실을 인양하라’는 구호가 여전히 광장에서 많은 공감을 얻고 있는 이유다.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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