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 대선캠프에서 경선 경쟁자였던 안희정 충남지사에게 지사직을 사퇴하고 선거캠프에 합류하기를 요청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안 지사의 측근인 김종민 의원은 13일 tbs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사실이 아니다. 개인적 바람이나 전망 차원에서 오고간 얘기가 확대된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해 사실관계에 선을 그었지만, 캠프의 위기감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안 지사의 지지층 가운데 상당수가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에게로 이동한 것으로 보인다. 예견된 일이다. 안 지사는 민주당 지지층이 아닌 유권자들에게서 선호도가 높았다. 안 지사가 주장한 ‘협치’, ‘대연정’은 통합과 안정적 개혁을 요구하는 보수층의 목소리로 해석되지만, 민주당 후보로서 집권하더라도 여소야대 국면에서 피할 수 없는 난관을 통과할 방안을 제시한 것이기도 했다. 그러나 논쟁과정에서 문 후보 측은 안 지사의 지지율은 ‘역선택’이라고 폄하했고, 대연정은 현실성을 묻기보다 ‘적폐세력과의 연대’로 몰아붙였으며, 안 지사 편에 섰던 박영선 의원에게 지지자들이 문자폭탄과 18원 후원금을 쏟아낼 때 묵인했다. 완전국민경선의 특성상 경선의 후폭풍은 지지자들도 강렬하게 겪는다. 일련의 과정이 남긴 상처는 민주당 경선 후보들의 맥주 회동 사진을 언론에 내보내는 것으로 치유될 수준이 아니다.
문 후보 측은 “안철수 후보는 적폐세력의 지지를 받는 후보”라고 주장하고 있다. 문 후보를 떨어뜨리기 위해 안 후보를 지지하는 보수 정치·언론 엘리트를 지칭한다고 주장하지만, 안 후보를 지지하는 일반 유권자들을 싸잡아 적폐세력이라고 지칭한다는 오해를 비켜가기 쉽지 않다. 문 후보가 안 지사의 지지층을 흡수하지 못하는 이유가 여기에서도 드러난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은 민주당의 힘만으로는 이룰 수 없었다. 지난해 초 민주당 의원들이 중심이 된 필리버스터와 4·13 총선에서의 여소야대 정국 형성, 최순실 게이트 폭로와 촛불집회의 과정을 폄하하려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 지역에서 집회를 조직하던 실무자들 상당수는 정의당 및 노동당 활동가들이었고, 국민의당이 탄핵연대를 결성하지 않았다면 바른정당 의원들도 뛰쳐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이념과 성향이 제각기 다른 80%의 탄핵 찬성 여론이 헌법재판소 재판관들의 8대 0 판결을 이끌어냈다. 연쇄의 한 고리라도 빠지면 탄핵은 불가능했다.
문 후보 캠프는 이를 간과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것이 문 후보의 열렬한 지지자는 아니지만 표를 줄 수도 있는 유권자들을 떠나게 하고, 시민 간에 상처를 남긴다. 상처를 밟고 지지층을 결집해 집권하더라도 여소야대 정국이 기다린다. 그때의 통합은 훨씬 더 어려울 것이다.
<박은하 기자 eunha999@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