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순제 장남 조용래의 30년, 그리고 정유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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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이 좋았다. 출판사 대표와 연락하니, 마침 저자와 함께 있다고 했다. 게다가 회사와 가까운 곳에. 기회를 놓칠 수는 없었다. “경향신문사에 방문하실 수는 없느냐”고 물었다. 인터뷰는 오후 9시에 성사됐다. 품었던 오랜 ‘의문들’을 털어놨다. 한참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시간은 밤 11시를 훌쩍 넘겼다.

'녹취록'의 주인공 조순제의 장남 조용래씨 / 박민규 선임기자

'녹취록'의 주인공 조순제의 장남 조용래씨 / 박민규 선임기자

조용래씨의 책 <또 하나의 가족>은 탄핵이 인용되던 3월 10일, 서점가에 나왔다. 주요 대형서점 베스트셀러 정치사회분야 1위다. 16일 출판사에 문의해보니 3쇄에 들어갔다고 한다. 조용래씨는 이번 최순실 게이트 국면에서 처음으로 세상에 공개된 이른바 ‘조순제 녹취록’의 주인공 조순제의 장남이다. 최태민의 의붓아들 조순제는 2007년 대선 당시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 때 박근혜 후보가 자신을 모른다는 말을 하는 것을 보고 격분해 당시 한나라당 후보검증위원회에 탄원서를 냈다. 그 후 자신을 찾아온 이명박 후보 측에 박근혜와 최태민의 관계에 대해 털어놨고, 그것을 채록한 게 ‘조순제 녹취록’이다.

저자를 만나 물어보고 싶었던 것 중 하나는 그 역시 1980년대 후반 벌어졌던 이른바 ‘영남대 박근혜 및 이사 친인척 비리사건’에 거론된 당사자라는 점이다. 이른바 영남대 친인척 비리 4인방 명단에는 ‘박근혜 비서 출신, 최태민 처의 전 남편 아들’이라는 설명이 붙은 조순제 이사가 있었고, 비리 중 하나로 ‘아들을 부정입학시켜 물의를 빚음’이라는 항목이 당시 작성된 문서에 있었다. 그 아들이 바로 조용래씨였다.

1988년 국정감사에서 폭로된 내용에 따르면 총 29명의 부정입학이 있었고, 각 2000만원을 거둬 재단 비자금으로 사용했다. 그 29명은 그 후 어떻게 됐을까. 2000만원을 냈다고 하더라도 당시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이었을 학생들이 낸 돈이 아니라 그들의 부모가 낸 돈이었을 텐데. 조심스레 물어봤다. “그 뒤 미국으로 건너가 공부했어요.” 개인으로선 말로 다 못할 마음의 상처였을 것이다.

30년 전의 영남대 비리사건은 어찌보면 정유라 이화여대 부정입학 사건의 판박이다. 조순제 이사가 ‘실세’인 것은 그가 이사장 박근혜 관련 인물이었기 때문이다. 조용래씨는 “아버지가 옳지 않은 일을 한 것은 잘 알고 있고, 본인도 돌아가시기 전에 많이 후회했다”며 “사실이 남기를 바라 책을 쓴 것이며, 탄핵 이후 한국 사회에서 부정부패가 사라지는 데 책이 기여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달 중순, 덴마크에서 범죄인 인도 심사를 받고 있는 정유라가 송환이 확정되면 정치망명을 신청할 것이라는 현지 변호사의 발언이 보도됐다. “능력 없으면 니네 부모를 원망해. 돈도 실력이야”라고 SNS에 썼던 유라씨는 30년 뒤 무슨 이야기를 할지 자못 궁금해진다.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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