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걸 그룹 풍년은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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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우리 대중음악계의 핵심 양상은 예년과 크게 다르지 않을 듯하다. 기존에 활동하던 팀이든 신인이든 많은 아이돌 그룹이 바통을 넘겨 가며 1년 내내 득세할 것이 뻔하다. 힙합은 이런저런 서바이벌 방식의 프로그램을 숙주 삼아 비주기적으로 성행할 것으로 전망된다. 속속 생겨나는 노래 경합 프로그램들도 트렌드의 한 축을 담당할 예정이다. 중견 가수의 컴백은 비슷한 모습을 답보하는 가요계에 약간의 신선함을 주입해 주지 않을까 한다.

플레디스 엔터테인먼트 / 플레디스 걸즈

플레디스 엔터테인먼트 / 플레디스 걸즈

CJ E&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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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초 소녀와 성인 여성 101명을 소집했던 Mnet의 <프로듀스 101>이 시사하듯 걸 그룹이 되고자 하는 지망생들은 도처에 산적해 있다. 그 중 연예기획사에 속해 노래와 춤을 연마해 온 이들이 먼저 대망의 데뷔를 치른다. 이로써 걸 그룹 시장은 표면장력을 키우며 아슬아슬한 포화상태를 지속할 것이다. 여섯 명의 10대로 구성된 보너스 베이비가 1월 걸 그룹 각축전의 포문을 연다. 여기에 작년 6월 싱글 ‘위’(We)를 발표한 플레디스 걸즈, 안무가 배윤정이 제작한 씨앗, 스타제국의 올망졸망, 달샤벳 소속사 해피페이스엔터테인먼트의 7인조 드림캐처 등이 출격을 준비하는 중이다. 2016년 10월부터 한 달에 한 명씩 멤버를 공개하는 12인조 이달의 소녀도 모든 멤버가 소개되는 9월 이후 본격적으로 활동에 들어간다. 올해에도 걸 그룹 풍년이 계속된다.

힙합은 최근 3, 4년 사이에 큰 인기를 얻으며 대세가 됐다. 코미디 프로그램에서는 힙합을 소재로 한 코너가 심심찮게 만들어진다. 래퍼를 섭외하거나 힙합을 상품 선전의 매개로 삼은 광고도 다수다. Mnet의 <쇼 미 더 머니>, <언프리티 랩스타>, JTBC의 <힙합의 민족> 등을 통해 힙합이 많은 시청자에게 전달된 덕분이다.

오는 2월 Mnet은 또 다른 힙합 서바이벌 프로그램을 선보인다. 지원자들을 고등학생에 한정한 <고등래퍼>다. 이 프로그램의 편성은 단순히 감상하는 수준을 넘어 랩을 직접 하면서 힙합을 적극적으로 즐기는 10대가 많음을 일러준다. 하지만 <쇼 미 더 머니>로 충분히 검증됐듯 <고등래퍼>도 랩을 하는 어린 학생들이 얼마나 욕을 쓸데없이, 아무렇지 않게 입에 담고 있는지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가 될 것 같다. 더불어 목적성과 의식 없이 영어를 무분별하게 혼용하는 현실을 확인하는 자리가 될 것이다.

MBC도 <나는 가수다>의 힙합 버전을 파일럿 프로그램으로 제작한다. 아무리 팬이 많다고 해도 아직은 언더그라운드 문화인 힙합이 이제 단독으로 지상파에까지 진출하게 됐다. 역사적인 일이긴 하나 걱정이 앞선다. 기존 <나는 가수다>는 대체로 고음 경쟁에 매몰될 뿐이었다. 힙합 버전의 방송도 래핑 기량에만 혈안이 되는 경진대회로 전락할까봐 우려된다.

중견 솔로 가수들의 복귀도 눈여겨볼 만한 동향이다. 엄정화는 12월 27일 새 앨범 <더 클라우드 드림 오브 더 나인>(The Cloud Dream of the Nine)을 발표하며 8년 만에 가수 활동에 나섰다. ‘댄싱 퀸’이라는 칭호가 붙었을 만큼 댄스음악을 주되게 해 왔지만 매번 음악적인 변화를 모색하는 그녀이기에 신보는 더욱 반갑게 느껴졌다. 비도 1월 중에 새 앨범을 발표한다. 2014년 <레인 이펙트>(Rain Effect) 이후 3년 만에 이뤄지는 컴백으로, 파격적인 협업을 준비했다고 귀띔했다. 2013년 결혼 후 특별한 대외 활동 없이 가정생활을 이어 간 이효리는 작곡가 김형석과 함께 음반을 제작하고 있다. 한때 가요계를 주름잡았던 이들이 아이돌 군웅할거 시대에 과연 지각 변동을 일으킬 수 있을지 궁금하다.

<한동윤 대중음악 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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