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극으로 탄생한 ‘몬테크리스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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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울한 죄명을 쓰고 감옥에 갔다. 동료 죄수의 도움으로 큰 재산을 얻어 겨우 탈출했는데, 가장 친한 친구와 믿었던 동료가 자신을 모함했던 사실을 알게 된다. 심지어 목숨까지 바칠 만큼 사랑했던 약혼녀는 배신자의 부인이 됐다. 처절한 복수가 떠오르지 않을 수 없다. <몬테크리스토 백작>의 줄거리이자 연말 우리 공연가를 강타하고 있는 뮤지컬 속 이야기이다.

<몬테크리스토 백작>은 ‘삼총사’로 유명한 알렉상드르 듀마가 1844년 완간한 소설이다. 극적인 귀환과 처절한 복수, 애틋한 러브스토리는 쉽게 독자들의 호기심을 자극했고, 듀마를 인기절정의 이야기꾼으로 인정받게 만들었다. 워낙 유명한 이야기여서 출판물 말고도 다양한 문화상품으로 변화돼 인기를 누렸다. 리처드 챔버레인이 주연을 맡았던 1975년작 영화나 프랑스 국영방송인 TF1에서 방송된 1998년작 제라르 드빠르듀 주연의 미니시리즈가 대표적인 사례다. 철마다 반복되고 재생산되지만, 이번엔 장희빈이 누구고 한명회는 어느 배우가 등장하느냐가 다시 화제가 되는 우리나라 안방극장의 사극물에 비할 만하다.

EMK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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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앙코르가 꾸며지며 세간에 이목을 집중시키는 뮤지컬 버전이 처음 등장한 것은 2009년 스위스에서였다. 비교적 근작에 속하는 뮤지컬인 셈이다. ‘지금 이 순간’으로 유명한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의 작곡가 프랭크 와일드혼이 오랜 콤비인 잭 머피와 함께 크리에이티브 팀으로 참여했다. 수려한 선율과 극적인 대비가 뛰어난 뮤지컬 넘버는 흥행 작사·작곡가의 실력을 유감없이 보여주는 이 작품 최고의 재미다. 우리나라 일반 관객들이 좋아하는 전형적인 유럽 시대극적인 요소를 효과적으로 포장해 보여준다.

워낙 인기있는 원작을 가져와 무대를 만든 만큼 흥행에 장점도 있지만, 그래서 생긴 어려움도 있다. 특히, 5권이라는 방대한 볼륨의 원작 소설을 두세 시간으로 정리해내야 한다는 점은 힘든 과정이다. 피를 토할 정도로 억울하고 분한 모함 사건을 무대에서 구체화해야 하고, 그래서 관객들은 주인공의 배신과 분노에 함께 공분할 수 있어야 하며, 치밀한 계획의 복수가 뒤통수를 때리고 무릎을 치게 만들어야 한다.

뮤지컬에선 선택과 집중을 극대화했다. 수차례 앙코르 공연을 통해 작품의 매력을 효과적으로 다시 치장해낸 셈이다. 덕분에 소설 속 몬테크리스토가 계획한 복수의 치밀함은 뮤지컬에선 사라졌지만, 반대로 감상적인 주인공의 러브스토리와 인간적인 성숙, 그리고 아름다운 음악극으로서의 정체성은 강화됐다. 요즘 효과적인 볼거리를 더해 무대 체험을 극대화하는 제작사 EMK의 노하우가 작품의 정교함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킨 느낌도 받게 된다.

사실 무대가 지닌 가장 큰 재미는 살아있는 생명체처럼 숨 쉬고 성장한다는 점이다. 한 번 제작하면 같은 내용을 반복적으로 재생만해야 하는 영상물과는 확연히 구별되는 특징이자 매력이다. 올해 연말 무대로 만나는 몬테크리스토의 묘미도 여기에 있다. 특히, 책읽기가 예전만 못한 요즘 젊은 세대들에겐 이야기의 재미를 여실히 느끼게 해 줄 수 있는 좋은 사례 같아 반갑다. 아이들의 방학을 맞아 문화체험을 계획하고 있다면 꼭 기억해두면 좋겠다. 물론 작품을 감상하고 원작을 다시 찾아 읽게 된다면 일석이조가 아닐까. 좋은 관극을 바란다.

<원종원 순천향대 공연영상학과 교수·뮤지컬 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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