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무산(1955~ )
이렇게 작은 풀씨 하나가
내 손에 들려 있다
이 쬐그만 풀씨는 어디서 왔나
무성하던 잎을 피우고
환하던 꽃을 피우고
마침내 자신의 몸 하나
마저 비워버리고
이것은 씨앗이 아니라
작은 구멍이다
이 텅 빈 구멍 하나에서
어느 날 빅뱅이 시작된다
150억년 전과 꼭같이
꽃은 스스로 비운 곳에서 핀다
이렇게 작은 구멍을 들여다본다
하늘이 비치고
수만리 굽어진 강물소리 들리고
내 손에 내가 들려 있다
<김시언 시인 2013년 ‘시인세계’로 등단. 시집 <도끼발>(2015)이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