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쇄
  • |
  • 목록
  • |
  • 복사하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밴드

송경동(1967~ )

문득, 주름이라는 말에 대해 생각해본다
마흔 넘다보니 나도 참 많은 주름이 졌다
아직 마르지 않은 눈물이 고여 있는
골도 있다 왜 그랬을까?
채 풀리지 않는 의문이 첩첩한 고랑도 있다
여름 볕처럼 쨍쨍한 삶을 살아보고 싶었지만
생은 수많은 슬픔과 아픔들이 접히는
주름산과 같은 것이기도 했다 주름의 수만큼
나는 패배하고 있는 것 아닌가라는 두려움도 많았고
주름이 늘어버린 만큼 알아서 접은 그리움도 많았다
하지만 돌이켜보면 그런 주름들이
내 삶의 나이테였다 하나하나의 굴곡이
때론 나를 키우는 굳건한 성장통, 더 넓게
나를 밀어가는 물결무늬들이었다 주름이
참 곱다라는 말뜻을 조금은 알 듯도 하다
산다는 것 그것은 어쩌면
수많은 아픔의 고랑과 슬픔의 이랑들을 모아
어떤 사랑과 지혜의 밭을 일구는 것일 거라고
혼자 생각해보는 것이다

신들도 젊어지고 싶었다. 북유럽신화에 나오는 여신 이둔은 아스가르드의 신들에게 ‘젊음의 사과’를 한 입씩 먹게 한다. 사과를 먹은 신들은 저마다 아름다워지고 남자다워지고 낭랑한 목소리를 낸다. 친절한 이둔은 늘 문제를 일으키는 로키에게도 사과를 한 입 먹게 하는데, 로키는 오히려 더 짓궂고 사악해진다. 시인은 주름을 ‘내 삶의 나이테’, ‘나를 키우는 굳건한 성장통’, ‘나를 밀어내는 물결무늬들’이라고 한다. 또 ‘산다는 것’은 ‘수많은 아픔의 고랑과 슬픔의 이랑들을 모아 어떤 사랑과 지혜의 밭을 일구는 것’이라고 한다. 세월호 참사 유가족들이 대통령에게 세월호 참사 당일 7시간 행적에 대한 진실을 밝혀달라고 했다. 최근, 성형시술 프로포폴 등의 의혹이 낭설이 아니라 정황상 근거가 확인되고 있다. 근무시간인 그 시간, 국민의 생명보다 더 중요한 일은 무엇이었을까.

<김시언 시인 2013년 ‘시인세계’로 등단. 시집 <도끼발>(2015)이 있음.>

<글·윤무영 그림·김용민>

시로 여는 한 주바로가기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