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태준(1970~ )
은밀한 시간에
근심은 여러 개 가
운데 한 개의 근심을 끄집어내 들고
나와 정면으로 마주앉네
그것은 비곗덩어리처럼 물컹물컹하고
긴 뱀처럼 징그럽고, 처음과 끝이 따로 움직이고
큰 뿌리처럼 나의 신경계를 장악하네
근심은 애초에 어머니의 것이었으나
마흔해 전 나의 울음과 함께 물려받아
어느덧 굳은살이 군데군데 생긴 나의 살갗처럼 굴더니
아무도 없는 검은 밤에는
오, 나를 입네, 조용히
근심을 버리는 방법은 새로운 근심을 찾는 것
빗방울, 흙, 바람, 잎사귀, 눈보라, 수건, 귀신도 어쩌질
못하네
<김시언 시인 2013년 ‘시인세계’로 등단. 시집 <도끼발>(2015)이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