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우 유 씨미 : 마술사기단>-과거 자료로 미래 예측 ‘적응적 기대이론’
  • 인쇄
  • |
  • 목록
  • |
  • 복사하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밴드

현대사회에서 더 이상 마법은 없다. 마법사나 마녀가 가졌다는 ‘설명할 수 없는 불가사의한 힘’이란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도 ‘불가사의하게 보이는 일’은 만들 수 있다. 손놀림을 재빨리 하거나 여러 가지 장치, 속임수를 쓰면 된다. 그것이 마술이다.

2013년 나온 <나우 유 씨 미 : 마술사기단>은 마술을 이용해 은행을 터는 이야기였다. 존 추 감독의 <나우 유 씨 미2>는 전편에서 마술팀 ‘포 호스맨’에게 당했던 트레이슬러 회장이 복수를 시도한다. 전작에서 FBI 요원이었던 딜런(마크 러팔로 분)은 알고보니 포 호스맨의 리더였다. 딜런의 지휘 아래 4년 만에 포 호스맨은 다시 뭉친다. 하지만 이들은 트레이슬러 회장의 아들인 윌터가 파놓은 함정에 빠진다. 포 호스맨은 반격에 나선다. 12월 31일 런던에서 마술쇼를 통해 윌터와 트레이슬러 회장의 정체를 밝히겠다는 것이다.

트레이슬러 부자 폭로를 막기 위해 이들을 뒤쫓지만 신출귀몰한 포 호스맨을 잡기는 쉽지 않다. 이들이 생각한 방법은 과거 포 호스맨의 패턴이었다. 포 호스맨은 맛뵈기와 같은 즉석공연을 시작해 대중들의 시선을 끌어모은다. 경찰이 현장을 급습할 즈음 제3의 장소에서 모여 그들이 진짜 의도하는 마술쇼를 벌인다. 포 호스맨의 동선을 쫓던 윌터는 마침내 “패턴을 알아냈다”며 환호한다. 포 호스맨을 사로잡는 데 성공한 윌터는 의기양양하게 말한다. “니네들은 예측불가라고 생각하겠지만 매번 패턴이 똑같아. 미끼, 미끼, 미끼, 그리고 피날레. 자정 정각에 템즈강에서 폭로를 하려고 했지?”

[영화 속 경제]<나우 유 씨미 : 마술사기단>-과거 자료로 미래 예측 ‘적응적 기대이론’

과거 자료는 때로 미래를 예측하는 데 유용하다. 과거의 자료를 바탕으로 예상오차를 조금씩 수정하며 미래를 예측하는 것을 경제학에서는 ‘적응적 기대(Adaptive expectation) 이론’이라고 한다. 예를 들어 인플레이션을 예측할 때 “과거 몇 년간 인플레이션이 낮았으니 내년도 그다지 높지 않을 거야”라고 추정하는 방식이다. 1960년대 통화주의학파들은 경제주체들은 이런 적응적 기대를 한다고 주장했다. 예상 인플레이션율과 실제 인플레이션율이 다르다면 그 오차만큼을 부분적으로 수정한 뒤 실제 인플레이션과 가깝게 예상 인플레이션율을 수정한다. 물가에 대한 예측도 비슷하다. 이미 예상하고 있던 물가기대치와 현실의 물가를 비교한 뒤 거기서 괴리가 발생한다면 그 괴리를 서서히 좁혀나가면서 기대치를 수정해나간다.

가장 한국적인 ‘적응적 기대이론’은 부동산 불패신화다. 과거 50년 동안 그랬으니 아무리 인구가 줄고 성장이 둔화돼도 부동산이 크게 떨어질 리가 있겠느냐는 믿음이 있다. 야구의 ‘수비 시프트’도 적응적 기대이론을 근거로 한다. 시프트는 타자의 과거 타구방향을 분석한 뒤 그 쪽으로 야수를 집중 배치시킨다.

돈을 풀어 경기를 살리자는 양적완화의 이면에도 적응적 기대이론이 있다. 과거에는 돈을 풀면 어김없이 경기가 살아났다. 그러니 경기가 살아날 때까지 돈을 풀었다. 추가경정예산안 편성 때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에 돈을 많이 배정하자는 것도 적응적 기대이론의 하나다. 적응적 기대이론은 불황에 대한 처방전을 갖고 있는 케인스주의자들에게 힘을 실어준다.

적응적 기대이론에 빠진 사람들은 비가 오기 전까지는 절대 우산을 준비하지 않는다. 경기가 어려워지기 전에는 저축도 하지 않는다. 하지만 실제로도 그렇던가? 아침에 아무리 날이 맑아도 저녁에 비온다는 예보를 듣는다면 으레 우산을 챙기게 된다. 앞으로 회사가 어려워질 것 같다는 얘기를 들으면 소비를 줄이고 저축을 늘린다. 의사결정 때 미래에 벌어질 일까지 고려한다면 ‘합리적 기대이론’이다.

적응적 기대이론을 따른 트레이슬러 부자는 포 호스맨을 붙잡았다고 생각했다. 트레이슬러 부자는 과연 포 호스맨에게 복수를 할 수 있을까. 답은 영화에 있다.

<박병률 경향신문 경제부 기자>

영화 속 경제바로가기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