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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국(1946~ )

사는 일은 밥처럼 물리지 않는 것이라지만
때로는 허름한 식당에서
어머니 같은 여자가 끓여주는 국수가 먹고 싶다

삶의 모서리에 마음을 다치고
길거리에 나서면
고향 장거리 길로 소 팔고 돌아오듯
뒷모습이 허전한 사람들과 국수가 먹고 싶다

세상은 큰 잔칫집 같아도
어느 곳에선가
늘 울고 싶은 사람들이 있어
마을의 문들은 닫히고 어둠이 허기 같은 저녁

눈물자국 때문에
속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사람들과
따뜻한 국수가 먹고 싶다

며칠째 청와대 초호화 오찬이 화제가 되고 있다. 송로버섯, 샥스핀 찜, 캐비어 샐러드, 훈제연어, 바닷가재, 한우갈비, 능성어 등이 메뉴였다고 한다. 박 대통령과 새누리당 새 지도부는 이 음식을 먹으면서 서민 가정의 전기료를 몇천 원 깎아주는 문제를 논의했다. 폭염 속에서 서민은 하루하루 살기가 더 어렵다. 시인은 ‘세상은 큰 잔칫집 같아도’ ‘늘 울고 싶은 사람들이’ 있다면서 ‘뒷모습이 허전한 사람들과 국수가 먹고 싶다’고 한다. ‘따뜻한 국수가 먹고 싶다’고 한다. 국수 한 그릇 후루룩 말아먹고 힘내야겠다. 그러면 도무지 끝날 것 같지 않은 더위도 저만치 물러나 있지 않을까.

<김시언 시인 2013년 ‘시인세계’로 등단. 시집 <도끼발>(2015)이 있음.>

<글·윤무영 그림·김용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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