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반대말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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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우(1970~ )

행복과 불행이 반대말인가
남자와 여자가 반대말인가
길다와 짧다가 반대말인가
빛과 어둠
양지와 음지가 반대말인가
있음과 없음
쾌락과 고통
절망과 희망
흰색과 검은색이 반대말인가

반대말이 있다고 굳게 믿는 습성 때문에
마음 밑바닥에 공포를 기르게 된 생물,
진화가 가장 늦된 존재가 되어버린
인간에게 가르쳐주렴 반대말이란 없다는 걸
알고 있는 어린이들아 어른들에게
다른 놀이를 좀 가르쳐주렴!

‘나누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자신만의 잣대로 세상을 둘로 나누고 그 속에 갇혀 힘을 과시한다. 다른 사람을 깎아내려야 더없이 편안하다. 하지만 세상의 모든 일을 둘로 나눌 수 있을까. 시인은 ‘여전히 반대말놀이’를 하느라 ‘진화가 가장 늦된 존재가 되어버린 인간’은 ‘반대말이 없다는 걸 알고 있는’ 어린이들에게서 배워야 한다고 말한다. 그런데 어른들은 ‘반대말놀이가 있다고 굳게 믿는 습성’을 버릴 수 있을까. 아니, 함께할 수 있는 놀이가 있다는 사실을 알기나 할까.

<김시언 시인 2013년 ‘시인세계’로 등단. 시집 <도끼발>(2015)이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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