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중한 가족과의 이별 ‘반려동물 추모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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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인에게 동물은 이미 가족이 됐다. 가족의 굴레는 친족을 넘어 반려동물로 확장되고 있다. 그러므로 반려동물의 죽음을 애도하는 공간은 지극히 우리 시대의 현실을 보여주는 곳이다.  

경기도 김포시 외곽의 반려동물 추모공원에 검은색 차량이 도착했다. 추모공원 직원들이 다가가 베로 싼 반려동물의 사체를 들고 운구의 예를 갖춘다. 반려동물의 주인은 울음을 멈추지 못한 채 추모실로 따라 들어갔다. 주인의 종교에 맞춘 분향실 제단 앞에서 알코올로 사체를 닦는 염을 하는 사이 마지막 작별인사를 나눈다. 마침내 화장로로 옮겨져 이승을 떠나는 최후의 절차를 마친다.

반려동물 추모공원에서 일상적으로 볼 수 있는 모습이다. 집에서 기르는 동물을 가축에서 가족으로 받아들여 반려동물로 지칭한 것은 불과 얼마 되지 않았다. 2008년 동물보호법이 시행된 이후부터 반려동물장묘업이 법적으로 규정됐다. 그전까지 반려동물 사체를 처리하는 일은 감염성폐기물로 소각하거나 쓰레기봉투에 넣어 버려야 했다. 일부 장묘업체는 모두 법적인 지위가 없는 불법 업체였다.

국내에 반려동물 추모공원과 장묘업이 최초로 생긴 것은 17년 전. 키우던 반려동물이 죽자 동물병원에 사체 처리를 문의했던 박영옥씨는 “그냥 아무 데나 묻으라”는 답을 들었다. 결국 고향 산에 애완견의 사체를 몰래 묻고 돌아오는 길에 동물을 위해서도 장례절차가 있으면 어떨까 고민했다. 석 달 동안 외국의 자료를 찾고 준비를 한 후에 국내 최초의 반려동물 장례식장이 문을 열었다.

반려동물 추모공원 내부 /김천

반려동물 추모공원 내부 /김천

동물의 죽음에 대한 태도 달라져
미국의 경우는 1900년대 초부터, 일본은 1930년대 이후부터 반려동물를 위한 장례의식을 치르기 시작했다. 죽음에 대한 인식과 동물을 대하는 태도가 달라진 것은 생활수준, 그리고 문화와도 깊은 연관을 갖는다. 죽음은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장례는 문화의 산물이다. 국민소득이 2만5000 달러 수준이 되었을 때 반려동물에 대한 처우와 인식이 변화된다고 추정하는 주장이 있다.

현재 국내 반려동물 수는 대략 1000만마리 정도, 그에 따라 관련 산업이 급격히 발달하고 있다. 가히 새로운 호황산업의 등장으로 호들갑이 대단하다. 전용 식당과 카페, 미용숍 등은 이미 보편화됐다. 반려동물용 호텔, 반려동물 에스코트 서비스, 24시간 동물을 위한 프로그램을 방송하는 펫TV 등 상상하기 어려운 업종들이 속속 등장하면서 시장이 확장되고 있다. 애완동물을 뜻하는 펫과 가족인 패밀리의 합성어인 펫팸족의 등장은 불황기에도 고성장 분야로 주목받는다. 덕분에 반려동물 추모공원도 각 사업체와 지자체 등에서 경쟁적으로 건립을 고려하고 있다. 반려동물 장례사라는 사설자격을 부여하는 단체도 등장했다.

장례절차 거치는 반려동물은 5%인 현실
“이 시장을 블루오션으로 보는 경향이 있습니다. 특히 지자체에서 앞다투어 정책안을 발표하고 있습니다. 경남 진해 같은 도시에서도 화장장을 추진하려 하고, 경기도에서도 여주에 35만평 이상의 반려동물 테마공원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결국 반대에 부딪혔습니다. 한마디로 냉철한 현상 파악이 없는 전형적인 전시성 행정입니다.” 국내 최초로 반려동물 추모공원을 시작한 박영옥씨는 고개를 저었다. 1000만명을 육박하는 펫팸족 중에서 죽음 이후까지 책임지는 이들이 얼마나 될지는 의문이라는 것이다. 그는 경험상 반려동물 중 겨우 5%만이 장례절차를 거친다고 주장했다. 지자체 등에서는 차라리 안락사당한 유기견이나 길에서 죽은 동물을 위한 공용화장장을 운영하는 것이 훨씬 공익적이라는 의견이다.

농림축산식품부는 한 해에 약 6만마리 이상의 유기견이 발생한다고 집계하고 있다. 동물보호단체의 추정치는 매년 10만마리 이상이 버려질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반려동물을 가족으로 대한다고 하지만 상황이 달라진다면 언제든지 버리거나 외면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죽음 이후까지 책임지는 것은 또 다른 어려움과 정성이 있어야 한다고 그는 지적했다.

생전에 좋아하던 간식과 장난감으로 반려동물을 추모하고 있다./김천

생전에 좋아하던 간식과 장난감으로 반려동물을 추모하고 있다./김천

현재 반려동물의 장례절차에 드는 비용은 대략 20만원 이상. 반려동물을 떠나보내는 데도 만만치 않은 비용이 드는 셈이다. 문제는 감염성폐기물로 처리할 때 비용은 ㎏당 3000원 정도라서 비용으로만 따져서는 경쟁이 되지 않는다.

대단한 시장성이 잠재할 것이라고 추정하지만 막상 수요분석을 해보면 성장세가 그다지 높지 않다는 진단도 있다. 특히 무허가 업체가 늘어나 수요보다 공급이 앞서가는 형편이라는 것이다. 현재 국내에 허가받은 반려동물 추모공원과 장묘업체는 18곳, 무허가 업체는 그 배 정도로 추정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로부터 반려동물 장묘업 허가를 받으려면 일정 규모 이상의 시설과 엄격한 환경검사를 받아야 한다. 하지만 무허가 업체에 처할 수 있는 벌금은 100만원 이하에 불과하다. 까다로운 규제를 받으며 허가를 얻기보다 적발되더라도 벌금만 물고 계속 영업할 수 있는 현실이 무허가 영업을 유혹하고 있다.

“반려동물 장묘장은 일종의 혐오시설로 분류됩니다. 때문에 시가지와 가까운 곳은 허가가 나지 않습니다. 이 업종의 특성이 접근성이 좋아야 하는데, 허가를 받은 곳은 시내에서 멀리 떨어진 곳이니 차라리 허가를 받지 않고 시내에서 영업하는 것이 더 나은 셈입니다.” 반려동물 추모공원 관계자의 말이다.

현재 허가업체는 수도권에 7곳, 지방에 11개 업체가 영업하고 있다. 김포와 광주가 각각 세 곳씩 가장 많은 업체가 집중되어 있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인구의 약 70% 정도가 수도권에 살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의 경우에는 차량에 화장로를 설치하여 집으로 찾아가는 서비스도 시행하고 있었다. 국내에도 그 방식을 도입한 무허가 업체가 있었지만 엄연한 불법이다. 일본도 최근 환경오염 문제로 지역주민들과 마찰을 빚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고 있다.

화장로에 들어가서 재가 되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대략 20분이다. 그동안 자신의 가족이었던 동물에게 편지를 쓰거나 추모공원에 안치된 다른 동물들을 둘러보는 이들도 있다. 분향소에서 초를 켜고 기도하는 모습도 볼 수 있다.

경기도 파주에서 온 박모씨는 자신보다 늦게 온 다른 이의 우는 모습을 보며 눈물을 그쳤다. “다른 이가 슬피 우는 모습을 보니 동물을 떠나보낸 슬픔이 나만의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사람의 슬픔이 공감이 되고 위로도 받았습니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동안 무엇인가를 사랑하는 법을 배웠고, 떠나보내면서 슬픔을 공감하는 법을 배울 수 있었다고 했다.

반려동물을 위해 천국으로 보내는 편지. /김천

반려동물을 위해 천국으로 보내는 편지. /김천

박씨는 고등학교 때부터 키운 반려견을 잃었다. 15년 동안 함께 웃고 울면서 보낸 시간 때문에 마지막 보내는 길에 예를 갖추려고 했다는 것이다. 그는 같이 뛰어놀던 뒷산에 유골을 뿌려주겠다고 했다. 그에게 반려견은 인간과 다른 차별의 존재가 아니었다.

5㎏ 남짓의 성견들은 화장 후에 채 한 줌도 못 되는 재를 남긴다. 화장로에서 섭씨 800도 이상의 고열로 뼈까지 다 태워 나온다. 800도 전후의 고온은 다이옥신 등 오염물질을 거의 배출하지 않는 온도이기 때문이다. 화장로에는 오염물질 배출 방지시스템이 철저하게 작동하고 있었다.

대부분은 남은 재를 흩뿌리거나 수목장을 한다. 일부는 유골항아리에 재를 넣어 추모공원에 보관한다. 납골공원을 찾는 이들의 10명 중 8명 정도가 여성이라서 카페가 연상되는 분위기다. 한쪽 벽에는 동물들이 살았을 때 갖고 놀던 장난감이며 즐겨먹던 간식들이 놓여 있었다. 추모공원 관계자는 4년째 매주 찾아와 반려견을 추모하는 이도 있다고 귀띔했다.

납골묘역 중 반려견 네 마리를 차례차례 떠나보내자 한 자리에 납골함을 모아서 기리는 경우도 볼 수 있었다. 애완견과 애완묘가 주이지만 고슴도치, 햄스터, 토끼 등도 추모공원의 주인이었다. 추억이 깃든 물건과 남은 사료, 애틋한 감정이 담긴 편지글들이 지난 시간들을 비추고 있었다.

“사람의 상을 치르는 것과 비슷합니다. 술 먹고 와서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하는 이도 있습니다. 올 때는 슬픔에 싸여 있지만 그래도 위로를 받고 돌아가는 모습을 보면 마음이 편합니다.” 추모공원의 직원은 스스로를 극한직업 종사자라고 소개했다.

추모공원마다 차이는 있지만 대략 하루에 다섯 구 이상의 반려동물을 처리하고 있다. 대부분은 가족이 함께 오지만, 업체에 사체의 처리만을 의뢰하는 경우도 있었다. 살아서는 가족이라 여겨도 죽고 나서는 처치 곤란한 짐이 된 셈이다.

오열하는 딸을 달래던 이모씨는 반려견이 화장로로 들어가는 모습을 보고는 결국 눈물을 흘렸다. “저 아이는 한 살밖에 되지 않았는데, 음식이 목에 걸려서 갑자기 변을 당했습니다. 딸아이 상심이 너무 커서 그게 더 걱정입니다.” 갑작스럽게 일을 당한 이들이 연락을 하면 추모공원 측은 직원과 차를 보내 반려동물과 가족을 데려온다. 인터넷이나 애완견 동호인, 또는 동물병원의 소개로 연락하는 경우가 많았다.

삼베 수의 입히고 오동나무 관 쓰기도
현대기술은 추모의 방식도 바꿔놓고 있었다. 일반적으로 뼛가루를 뿌리거나 납골항아리에 모시는 것 외에도 고열로 처리하여 유골을 보석형태의 결정체로 성형하는 방식이다. 메모리얼 스톤이라고 불리는 유골결정체는 목걸이나 반지로 가공하는 경우도 있다. 추모와 기억에도 상당한 비용을 지불해야 가능한 일이다.

대부분의 장례절차는 사람의 경우와 비슷했다. 호사를 입는 동물은 고급 삼베 수의를 입고 오동나무 관에 들어가 저승 문턱을 넘는다. 값비싼 유골함에서 사후를 보내는 반려동물도 있었다. 하지만 대다수는 주인의 슬픔과 아쉬움으로 마지막 길을 떠나고 있다. 추모의 겉모습은 돈으로 치장할 수 있지만, 진정 슬퍼하는 마음은 돈과 무관한 일이다.

“도저히 그냥 보낼 수가 없어요. 지금도 벌떡 일어나 뛸 것 같습니다. 그렇게 오랜 세월을 함께 보냈는데, 기억 속에서 지워버릴 수가 없습니다.” 늙어 폐수종으로 고생하는 반려견을 안락사시키고 온 박모씨는 납골묘역을 둘러보며 그를 위한 자리를 찾아보고 있었다.

추모공원을 추천하는 이는 반려견을 잃었던 자신의 경험을 이렇게 말했다. “당시에는 남들 앞에서 슬퍼하는 것조차 꺼렸습니다. 남자가 그까짓 것 가지고 우냐는 핀잔도 들었습니다. 외국에서는 반려동물을 잃고 나서 펫 로스트 증후군을 앓는 이들을 위한 심리치료도 보편화됐습니다. 그까지는 아니지만 떠나보낸 반려동물을 추모하고 마음을 추스를 시간과 시설이 필요합니다.” 모든 이별에는 시간이 필요하며 치유받고 위로를 얻을 공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현대인에게 동물은 이미 가족이 됐다. 경제사정, 가족관계, 인간관계, 정서문제 등 다양한 이유 때문에 동물에게서 위로를 얻는 이들이 늘고 있다. 가족의 굴레는 친족을 넘어 반려동물로 확장되고 있다. 그러므로 반려동물의 죽음을 애도하는 공간은 지극히 우리 시대의 현실을 보여주는 곳이다.

프랑스 소설가 생텍쥐페리는 사막에서 만난 어린왕자의 입을 통해 “사랑한다는 것은 서로를 길들이는 것이며, 길들이는 일은 책임을 지는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서로가 사랑으로 길들여진 반려동물의 마지막 길을 책임지는 추모공원에서 사람들의 외로움과 관계의 뒷모습을 엿볼 수 있었다.

<김천 자유기고가 mindtemple@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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