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자 날자, 한 번 더 날자꾸나 ‘한강드론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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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첨단 기술이 만들어 낸 새로운 놀이 공간. 드론공원에서 어린이부터 70대의 할머니까지 눈앞에서 펼쳐지는 새로운 경험을 만끽하고 있었다. 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없지만 추락의 경험마저 경이로운 순간을 드론이 만들고 있다.

지난 6월 25일 광나루 한강공원에 드론을 위한 공간이 문을 열었다. 공식적인 명칭은 한강드론공원. 놀이문화도 시대에 맞춰 진화한다는 사실을 실감할 수 있는 곳이다. 그것도 최첨단 과학과 IT기술이 결합된 놀이공간이다. 드론은 아이와 어른 모두에게 꿈과 재미를 준다. 한강드론공원 이용객 중의 절반 이상은 가족들이다. 아이뿐 아니라 노년의 주부도 날릴 수 있을 정도로 드론 날리기는 손쉬운 취미가 됐다.

드론은 여러 개의 프로펠러를 소프트웨어가 제어해 안정된 비행이 가능하다. 게다가 휴대폰 또는 태블릿으로 비행상태를 확인하며 부착된 카메라를 통해 실시간으로 하늘에서 보는 광경을 즐길 수 있다. 강과 공원을 끼고 있어 탁 트인 비행 시야를 얻을 수 있는 한강드론공원은 비행을 위한 최적의 공간이 됐다.

한강을 끼고 있는 한강드론공원은 크게 세 구역으로 나눠져 있다. 강에서 가장 가까운 쪽으로 고정익 구역이 있다. 일반적인 비행기 모양의 드론을 위해 활주로를 갖추고 있다. 그 앞으로 드론 경주를 위한 레이싱 구역, 그리고 일반적인 비행을 위한 드론 구역이 있다. 드론 구역의 한편에는 헬기 형태의 회전익 비행체가 함께 하늘을 날고 있다.

6월 25일 문을 연 한강드론공원, 인터넷 예약을 거쳐 3시간까지 이용이 가능하다. /김천

6월 25일 문을 연 한강드론공원, 인터넷 예약을 거쳐 3시간까지 이용이 가능하다. /김천

안전사고, 사생활 침해 등 최소화 공간
취미를 목적으로 드론을 날리는 이들이 늘면서 새로운 문제가 발생하기 시작했다. 가장 큰 문제는 안전. 드론을 장난감으로 인식하지만 고속으로 회전하는 프로펠러는 자칫 큰 인명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두 번째는 사생활 침해문제가 꼽힌다. 대부분의 드론은 카메라 장비가 장착돼 있어 의도치 않게 타인의 사생활을 들여다 볼 수 있다. 야외수영장 인근을 비행하는 드론에 대해 거센 항의와 신고가 이어진다. 주택가에서는 주민들과의 마찰이 그치지 않고 있다. 세 번째 문제는 보안 관련 사항들이다. 북한 드론 비행체에 관한 의혹이 종종 있는 만큼 보안이 예민한 지역의 드론 비행은 엄격히 금지되고 있다. 실제 서울의 대부분 공역은 비행금지구역이다. 촬영 등을 위해 드론을 날리려면 사전에 수도방위사령부 등에 허가를 받아야 한다. 허가를 받고도 비행고도는 150m 이내로 제한되어 있다. 청와대 인근에서 드론을 날리다가 군·경이 긴급 출동하는 일도 있었다. 특정지역에서는 방해전파를 발사해 드론 비행 자체를 불가능하게 하는 경우도 있다. 드론 잡는 전자파 총도 등장했다.

이런 여러 가지 불편함을 딛고 마음껏 드론을 날리기 위해 개방된 곳이 한강드론공원이다. 물론 한강드론공원 외에도 드론을 날릴 수 있는 곳은 있다. 서울의 경우 대부분이 수방사 비행금지구역과 공항 인근 비행금지구역으로 묶여 있지만, 풍납동 일부 지역 등 비어 있는 틈새구역이 몇 군데 있다. 하지만 주택가 등이어서 법적인 문제를 떠나 실제 비행에는 큰 어려움이 따른다. 쉬운 길로는 드론 관련 동호회에서 운영하는 비행장을 이용하는 방법이 있다. 서울 인근에는 신정비행장과 가양비행장, 분당 탄천비행장 등이 있다. 한강드론공원도 한국모형항공협회에서 2009년부터 모형항공기 조정장으로 운영하던 곳을 편의시설 등을 보강해 드론에 개방한 것이다.

한강드론공원에서 날릴 수 있는 드론은 12㎏ 이하의 취미용 기체이다. 현행법상 12㎏을 초과하는 드론은 기체를 등록해야 하고, 무인비행장치 조종 면허를 가져야만 날릴 수 있다.

휴대폰 화면을 들여다보면서 한강을 따라 드론을 조종하고 있는 이효상씨는 드론의 재미를 한마디로 표현했다. “남자라면 안 좋아할 수가 없어요.” 그가 날리는 기체는 약 200만원대의 드론이다. 상급 입문용으로 널리 쓰인다. 그의 원래 취미는 자전거. 자전거를 타는 모습을 찍기 위해 드론을 구입했다가 취미의 서열이 바뀌었다. “드론을 날리려면 공부를 많이 해야 합니다. 미리 정보도 모으고 나름 비행계획도 세워야 합니다.” 그는 휴대폰에 깔린 서너 가지 앱을 보여주었다. 지역에 따른 비행 금지 여부를 알려주고 풍속·지구자기장 등의 영향을 보여주는 ‘레디 투 플라이’는 국토부에서 공동 제작한 드론 관련 앱이다. 앱을 통해 비행 직전의 상태 등을 미리 점검한다. 그리고 비행 시뮬레이션 앱, 카메라로 실시간 비행 장면을 보여주는 앱, 드론 조종 앱 등이 그가 주로 쓰는 애플리케이션이었다. “드론의 단점은 점점 돈이 많이 든다는 것입니다. 상급기에 대한 욕심이 자꾸 생깁니다.” 그는 드론을 ‘재미의 수렁’이라고 표현했다.

한강드론공원은 취미와 정보를 공유하는 공간이 됐다./김천

한강드론공원은 취미와 정보를 공유하는 공간이 됐다./김천

국내 드론의 대부분은 중국 업체가 장악하고 있다. 중국이 세계 취미용 드론시장을 지배하고 있다. 수만원대의 입문용에서 수천만원대의 프로용까지 중국 업체인 다장(DJI)사 제품을 많이 찾는다. 국내 업체도 이제 막 걸음마를 시작했으나 당분간은 그 격차를 따라잡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다장사는 드론계에 혁신을 이끈 업체로 평가 받고 있다. 드론 한 가지만으로 기업가치 10조원을 넘보고 있으며, 발 빠르게 시장의 요구에 부응하고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결합하여 과거와는 다른 제품을 저렴하게 공급하고 있다.

한강드론공원을 날아다니는 대부분의 드론이 다장사의 제품이었다. 국내 드론 업계에서 규제완화와 지원을 요청하는 것도 드론이 낳을 막대한 시장효과 때문이다. 드론 시장을 제2의 휴대폰 시장에 비유하는 것이 전혀 근거 없는 소리는 아니다. 이미 세계적인 경쟁이 시작됐고 중국이 그 선두에 서 있다.

취미를 넘어 새로운 직업의 창출도
한강드론공원에서도 취미를 넘어 생업과 관련해 비행연습을 하는 이를 찾아볼 수 있었다. 형광색 비행클럽 조끼를 입고 중급기를 조종하고 있는 이모씨는 새로운 직업의 기술로 드론을 선택했다. 그가 모색하고 있는 시장은 드론을 통한 방제업. “얼마 전 중국 다장사에서 2500만원대의 방제용 드론을 발표했습니다. 지금 몇몇 지방에서 드론으로 농약 살포에 활용하는 조합 형태의 업체가 생기고 있습니다.” 그는 드론을 이용하면 농업에 혁명이 올 것이라고 예견했다. 비교적 저렴한 비용으로 적절한 농약 살포와 파종 등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는 드론이 가져다 줄 미래를 위해 투자도 아끼지 않았다. 450만원을 들여 실기교육을 받고 교통안전공단의 무인비행장치 조종자격 실기시험을 치러 합격했다. 12㎏ 이상의 업무용 드론을 조종할 수 있는 자격증을 갖춘 것이다. 그밖에도 장비 구입과 연습에 만만치 않은 비용을 투자했다. “아내에게는 얼마나 들었는지 비밀입니다.” 그는 취미가 생업으로 이어지는 문턱을 넘고 있었다.

현재 국내에서 법으로 드론 활용이 허용된 분야는 협소하다. 방제·촬영·시설물 진단 등의 분야에서만 제한적으로 허용하고 있다. 외국의 경우 아마존과 월마트 등이 드론을 이용한 택배 배송 개발에 막대한 투자를 하고 있다. 최근에는 사람을 운송할 수 있는 드론 택시도 시연했다.

드론의 가능성에 대한 인식이 새로워지고 있다. 정부는 최근 2020년까지 드론 택배 배송을 실용화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뿐만 아니라 산림과 해안 감시, 국토 조사, 시설물 안전진단, 통신망 활용과 점검, 촬영, 농업기술 등 8개 산업분야에서 드론 활용을 높이기 위한 시범사업을 펼친다고 밝혔다. 드론에 대한 본격적인 투자를 예고한 것이다.

한강드론공원 입구/김천

한강드론공원 입구/김천

20년 이상 광나루한강공원에서 엔진헬기와 드론 등을 날려 온 광진구 사진작가회 김화연 회장은 드론이 산업분야에서 성공하려면 넘어야 할 큰 벽이 있다고 강조했다. “무선 조종은 언제라도 제어능력을 잃을 수 있습니다. 전파상태가 나빠질 수도 있고 예측치 못한 제3의 조건이 개입되면 추락하거나 엉뚱한 곳으로 날아갈 수 있는 것이 드론입니다.” 남북의 군사상황도 예기치 못한 사고를 일으킬 수 있다고 강조했다. 간간이 보고되는 북한의 GPS 교란 전파도 드론 비행에는 치명적이라는 것이 그의 견해다.

실제 한강드론공원 인근에도 전파가 약해지는 구역들이 존재하고 있었다. 동호인들은 조종이 불가능해질 정도의 특정 지역 정보를 교환하고 있었다. 태양의 대규모 흑점 폭발이 있는 날도 드론 비행에 치명적이다. 전파교란이 심하기 때문이다. 그밖에도 바람이 불거나 비가 오는 날도 비행에 좋지 않다. 드론을 날리려면 배워야 할 것이 많다는 말을 실감할 수 있었다.

고급기종에는 조종 불능 상태가 됐을 때 출발지로 귀환하는 기능이 있지만, 대부분의 취미용 기기는 그대로 추락하거나 알 수 없는 곳으로 날아가 버린다. 경험자들은 기기를 잃을 뿐 아니라 사고까지 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실제 한강드론공원에서 드론을 날리던 이용객은 자신의 손목에 난 상처를 보여주면서 드론의 위험성도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스물여덟 바늘을 꿰맸습니다. 이게 장난감처럼 보여도 날개가 고속으로 회전하기 때문에 엄청 위험해요. 저기 드론 조종하는 제 아들도 손을 다쳤습니다.” 그는 특히 착륙과 이륙 때 더 주의해야 한다고 했다. “아이들은 신기하다고 달려들어 만지려 합니다. 강아지도 뛰어들어요. 이곳에도 안전관리 요원이 있다고는 하는데 잘 보이지 않아요. 이·착륙 공간과 비행구역에는 2m 넘는 보호망을 쳐달라고 건의했습니다.” 실제로 드론이 낮게 내려오자 아이들이 환호하며 달려왔다. 그가 아이들을 만류하러 뛰어가는 모습에서 몸으로 배운 드론의 위험성을 엿볼 수 있었다. 그는 자신의 드론에 5억원 한도의 배상책임보험을 들어 놓았다. 이용객들의 요청에 의해 드론공원 주변에는 떨기울타리와 나무펜스가 쳐 있다. 드론을 날리는 이들이 위험성을 가장 잘 알고 있었다.

드론은 사람들에게 전혀 다른 시각을 선물했다. 사람들이 땅을 떠나지 않고도 새처럼 볼 수 있는 눈을 갖게 됐다. 방송과 영화 촬영 현장에서 드론은 필수장비로 등장했다. 초기에는 다큐멘터리 등에 제한적으로 도입했으나 지금은 예능프로를 비롯해서 쓰이지 않는 곳을 찾기가 어려울 정도이다. 드론을 통해 과거에는 경험하지 못했던 시선을 얻었으나 드론이 만능은 아니다.

사람이 볼 수 없는 전혀 다른 시각 선물
한국방송공사 이근일 촬영감독은 드론을 날리면서 드론으로 찍지 못할 기술을 만들어냈다고 했다. “드론은 스포츠 중계 현장이나 쇼 무대 등에서는 쓸 수 없습니다. 대중이 모인 곳에서는 위험하기 때문입니다. 드론 촬영의 경험을 통해 와이어캠이라는 장비를 개발할 수 있었습니다.” 와이어캠은 200m 정도의 거리에 로프를 걸어 카메라를 초고속으로 이동하며 영상을 촬영하는 기술이다. 이 감독은 드론은 기존의 촬영방식을 변화시킨 촉매가 됐다고 표현했다.

드론 촬영기술 교육장에는 현업 프로듀서들의 참여가 많다고 한다. 현장을 다른 방식으로 보는 법을 배울 수 있고, 자신만의 영상을 자유롭게 표현하는 법을 배울 수 있기 때문이다. 드론은 땅에 얽매인 시선의 고정관념을 깬 혁신의 도구이다.

최첨단 기술이 만들어낸 새로운 놀이공간. 드론공원에서 어린이부터 70대의 할머니까지 눈앞에서 펼쳐지는 새로운 경험을 만끽하고 있었다. 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없지만 추락의 경험마저 경이로운 순간을 드론이 만들고 있다. 소설가 이상이 살아 있었다면 아마도 한강드론공원을 반드시 찾았을 것이다. 그곳은 시대의 기술을 통해 “날자, 날자. 한 번만 더 날자꾸나. 한 번만 더 날아 보자꾸나”를 간절히 외치는 이들이 모인 곳이기 때문이다.

<김천 자유기고가 mindtemple@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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