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SB-C, 골칫거리 케이블을 정리할까
  • 인쇄
  • |
  • 목록
  • |
  • 복사하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밴드

책상 위의 케이블이 한둘이 아니다. 모든 케이블을 한꺼번에 동시에 쓰지는 않으므로 하나만 남기면 좋겠지만, 제품마다 다른 케이블을 요구한다. 단말 업계는 지금 애플과 구글의 양강 구도니까 케이블도 딱 두 종류로 통일되어도 좋으련만, 그것이 그리 쉽지가 않나 보다.

애플은 라이트닝 케이블로 통일된 것 같지만 구형 제품은 여전히 넓적한 모양이고, 삼성 제품은 종래의 태블릿과 노트3 단자가 폰과도 또 다르다. 여기에 그냥 안드로이드 폰은 ‘마이크로 USB’면 그만일 줄 알았으나 최근의 구글 레퍼런스폰은 또 다른 새로운 걸 쓰고 있다. 또 새로운 케이블이 등장해 버렸다.

바로 미래의 케이블이라는 USB-C다. 풀어쓰면 ‘USB 타입 C(Type-C)’인데, 타입(형)이라는 말이 암시하듯 USB의 모양새를 나타내는 규격이다. 우리가 PC에서 많이 봐온 USB가 바로 A형, 안드로이드폰에서 자주 쓰이는 그 생김새가 바로 (마이크로) B, 그리고 이제 새롭게 C형이 등장한 것이다.

USB-C는 1년여 전 애플의 신형 맥북에 유일한 포트로 탑재되면서 시장에 나오기 시작했다. 사진은 아마존 리테일러가 판매하고 있는 USB-C 케이블. / 아마존

USB-C는 1년여 전 애플의 신형 맥북에 유일한 포트로 탑재되면서 시장에 나오기 시작했다. 사진은 아마존 리테일러가 판매하고 있는 USB-C 케이블. / 아마존

한 5년 전만 해도 마이크로 B 대신 ‘미니’ B가 대세였고, 노트3가 탑재한 것은 마이크로 B의 3.0 전용이었으니 USB의 족보도 여간 복잡한 것이 아니다. 여기에 USB 이외의 케이블이 가세하니 더 복잡해진다. HDMI에, 디스플레이 포트에, 썬더볼트에 개성 만점 케이블들로 책상은 대혼돈에 빠진다.

USB-C는 이러한 카오스에 대한 해법으로 등장했다. 세상 모든 케이블이 이 타입 C의 생김새를 지닐 수 있다면, 책상 위의 혼돈은 정리될 수 있을 것만 같다.

아무리 전자제품이 깔끔해도, 여기에 케이블들이 연결되는 순간 바로 생활감이 찾아온다. ‘인테리어는 이사 들어오면 끝’이라는 말이 있듯이 케이블도 어떻게든 미적으로 정리되어야 할 골칫거리였다.

USB-C는 1년여 전 애플의 신형 맥북에 유일한 포트로 탑재되면서 시장에 나오기 시작했다. 종래의 USB는 물론, 모니터 연결 및 전원선마저 USB-C로 대통합을 하는 파격을 진행한 것. 문제는 USB-C 구멍을 단 하나만 마련하다 보니, 동시에 두 가지 접속이 필요하면 또 돈을 들여 분배기를 사야만 했다. 그러나 역발상으로 생각해 보면 노트북에 전원, 모니터, USB 등 온갖 선이 주렁주렁 매달린 것보다는 별도의 분배기에 몰려서 매달려 있는 것이 편할 경우도 있다. 선 하나만 뽑고 들고 나갔다가 돌아와서 선 하나만 다시 꼽으면 바로 원상 복귀가 된다.

또한, USB의 고질적 짜증의 원인인 거꾸로 꼽기 문제가 USB-C에선 사라진다. 앞뒤 어느 쪽으로 꼽아도 상관이 없는데, USB를 뒤집느라 보낸 인류의 인생은 이제라도 절약될 예정이다.

하지만 미래에서 온 USB-C. 미래에서 온 만큼 현재와의 불화가 상당했다. 시판되는 USB-C 케이블의 상당수가 제대로 동작하지 않는 일이 너무나 많았던 것. 규격 자체가 너무 최신인 데다 모든 것을 대통합해야 하는 책임이 있는 USB-C 케이블인 만큼 그 경우의 수가 공장의 예측을 넘어서는 일이 일상다반사였다. 주위에서 잘 팔지도 않고, 해외에서 주문해도 제대로 동작하지 않는 일이 너무나 많으니 꼭 리뷰를 확인하는 편이 좋다.

그러나 모든 미래는 현재가 되듯 USB-C는 곧 주류가 될 터이다. 이제 델이나 LG 등 PC 쪽의 최신 노트북에도 탑재되기 시작했고, LG와는 달리 뜸을 들이던 삼성도 갤럭시 노트7부터 전격 탑재하리라는 풍문이다.

<김국현 IT칼럼니스트·에디토이 대표>

IT 칼럼바로가기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