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어러블 기기 ‘핏빗’ 이 바꾸는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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핏빗은 2007년에 제임스 박과 에릭 프라이드만이 샌프란시스코에 설립한 회사로, 회사 이름과 동명인 웨어러블 기기 핏빗을 판다. 핏빗은 쉽게 생각하면 스마트 만보기다. 그렇지만 제품에 따라서 하루에 걷는 걸음, 걸은 거리 외에도 오르고 내린 계단이나 심박수, 수면 시간을 측정해주기도 한다. 최근 제품은 자동으로 운동 시간을 재어준다. 공동 창업자 중 제임스 박은 한국계 미국인으로 빌 게이츠, 마크 저커버그 뒤를 이어 하버드대 학부에서 컴퓨터 사이언스를 전공했으나 중퇴했다.

이곳 샌프란시스코 항만 지역(베이 에어리어)에 살고 있으면 본인이 원하든 원하지 않든 이런 새로운 제품이나 서비스에 자연스럽게 노출이 된다. 실리콘밸리의 실리콘인 인텔, 이곳의 레전드인 애플·구글·페이스북, 유니콘 클럽 멤버(기업 가치가 1조원 이상인 스타트업)인 우버·에어비앤비 외에도 핏빗 같은 새로운 회사들이 계속 등장해서 전에 없던 무언가를 세상에 내놓기 때문이다. 그리고 여기는 1년 날씨가 한국의 봄이나 가을에 가깝고, 겨울철 우기를 제외하면 비가 거의 오지 않는다. 늘 바람도 선선하게 불어서 본인이 원하면 1년 어느 때든 야외에서 운동할 수 있다. 한국에서는 등산복을 생활복처럼 입고 다니는 사람들을 많이 보는데, 여기서는 요가 팬츠를 생활복으로 입는 사람들을 많이 본다. 테니스 라켓, 요가 매트 등을 메고 가는 사람들도 흔하다. 샌프란시스코 시내든, 해변가든 조깅하는 사람들을 보는 건 너무나 쉽다. 이런 환경과 문화 때문인지 이곳에서 핏빗은 정말 잘 팔리고, 주변에도 핏빗을 차고 돌아다니는 사람들이 많다.

핏빗과 같은 생활밀착형 서비스와 제품이 주목받는 이유는 이들이 제공하는 가치인 건강한 라이프 스타일이 정말 중요한 가치이기 때문이다. / fitbit

핏빗과 같은 생활밀착형 서비스와 제품이 주목받는 이유는 이들이 제공하는 가치인 건강한 라이프 스타일이 정말 중요한 가치이기 때문이다. / fitbit

나는 이번 여름에 상대적으로 늦게 핏빗 무브먼트에 조인했다. 이유는 두 가지였다. 하나는 내 자신의 건강이 많이 나빠졌고, 두 번째는 덩달아 아내의 건강도 같이 나빠졌다는 걸 느꼈기 때문이다. 부부는 같이 먹고, 같이 자고, 다른 많은 것들을 같이 하다 보니 기분뿐 아니라 건강도 기복을 같이한다. 이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서 아내의 경쟁심을 이용하기로 했다. 아내는 모바일 게임을 좋아한다. 게임 자체를 좋아하기도 하지만, 랭킹 시스템에서 경쟁하는 걸 재밌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핏빗도 핏빗 사용자들끼리 서로 챌린지를 해서 경쟁할 수 있는 여러 가지 모드들이 있다. 평소에 이런 신제품을 지르는 걸 아내는 싫어한다. 그래서 얼마 전에 아마존 에코를 지르자고 했다가도 혼났다. 이번에도 혼날 줄 알았는데, 흔쾌히 허락을 해서 그래도 가장 저렴한 편인 핏빗 플렉스 두 개를 사서 하나는 아내를 주고, 하나는 내가 차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그냥 걷기만 했는데, 지금은 매일 체육관에 나가고 있다. 버클리 같은 경우는 학생들은 체육관 이용이 무료고, 아침부터 저녁까지 개설되는 요가·필라테스·어반킥(카디오 킥복싱에 좀 더 체력적으로 요구되는 루틴을 추가한 것)·태극권·사이클·줌바(에어로빅에 라틴 댄스를 추가한 것) 등의 수업을 공짜로 들을 수 있다. 일주일에 두 번 테니스 레슨도 받고 있고, 주말에는 해변가에서 장거리로 뛰거나 아니면 버클리 뒤쪽의 하이킹 트래일인 파이어 트래일을 오른다. 물론, 이 모든 삶의 변화가 핏빗에서 온 것은 아니다. 그러나 핏빗이 중요한 방아쇠 역할을 한 것은 사실이다.

내 변화를 따라서 아내도 좀 더 많이 움직이는 삶을 살고 있다. 핏빗뿐 아니라 최근에는 파서블 푸드라고 해서 식물에 기반한 대체 고기를 만드는 회사도 뜨고 있다. 이런 생활 밀착형 서비스와 제품을 만드는 회사들이 뜨는 덴 이유가 있다. 내가 경험한 것처럼 이들이 제공하는 가치인 건강한 라이프 스타일이 우리가 더 행복하게 사는 데 정말 중요한 가치이기 때문이다.

<김재연 UC 버클리 정치학과 박사과정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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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새 뒤척인다. 겨우내 마음 편히 잠을 자지 못해 머리에 스모그가 낀 듯 무겁다. 창밖을 보니 눈이 내린다. 이상기온이 일상이 돼간다. 기후변화의 징후인 3월 중순 눈 쌓인 풍경은 더 이상 아름답지 않고 불길하다. 자연 시스템의 불안정성만큼이나 정치와 사법 시스템 또한 아슬아슬하다. 헌법재판소의 판결을 둘러싼 사회적 긴장은 한국 민주주의가 직면한 불안정성을 드러낸다. 일만 년간 이어온 기후 안정성과 40여 년이 채 안 된 한국의 민주주의는 기간으로는 비할 데 아니지만, 우리 삶에 당연히 주어지는 조건으로 여겨졌던 점은 흡사하다. 이번 겨울 기후환경이든 정치체제든, 우리가 당연하게 여겨온 것들이 얼마나 쉽게 흔들릴 수 있는지 여실히 드러났다. 기후위기와 정치위기라는 무관해 보이는 두 위기는 사실 그 원인 면에서도 맞닿아 있는데, 효율과 성과가 최우선시되는 과정에서 다른 중요한 가치는 간과했다는 점이다. 한국사회는 산업화하는 과정에서 빠르게 성장하는 법을 배웠지만, 화석 연료 중심의 에너지 구조를 전환하는 데 게을렀고, 정치적 다양성과 세대 간의 이해를 구현하지 못했다. 우리는 경쟁을 통해 눈부신 발전을 이루었지만, 이제는 그러한 방식의 성장이 우리 사회를 갉아먹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