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아둘레길 추진, 순탄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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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해안에서 목격할 수 있는 여러 트레일 길 안내 표지판. / 손성일 아름다운 도보여행 이사장 제공

동해안에서 목격할 수 있는 여러 트레일 길 안내 표지판. / 손성일 아름다운 도보여행 이사장 제공

“문제는 트레일이 면밀한 검토 없이 지도에 줄긋기 식으로 조성되는 데 있다. 부처마다 트레일을 독자적으로 조성하다 보니 예산낭비에 중복구간도 속출하고 있다. 먼저 깃발을 꽂고 보자는 식으로 경쟁하다 보니 안내판이 없거나 부실한 경우도 허다하다.” 3년 전, 박강섭 국민일보 기자의 칼럼에 나오는 내용이다. 9개의 이름을 가진 트레일. 칼럼의 제목이다.

칼럼에서 예를 든 ‘9개의 이름을 가진 트레일’은 강원도 고성의 송지호에서 화진포에 이르는 구간이다. 고성군의 ‘관동팔경 800리 길’, 국토해양부의 ‘관동팔경 녹색경관길’, ‘해안누리길’, 행정안전부 ‘평화누리길’, 문화체육관광부의 ‘해파랑길’ 등의 이름이 붙어 있다. 여기에 다시 강원도는 ‘낭만가도’와 ‘산소길’의 이름을 붙였고, 고성군은 ‘고성갈래구경길’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지난호에 ‘코리아 둘레길, 박근혜 정부판 4대강 사업?’ 기사를 쓰면서 확인해보니 그 후에 여기에 ‘영웅길’, ‘송지호둘레길’, ‘화진포둘레길’이라는 이름까지 새로 추가된 모양이다. 손성일 사단법인 아름다운 도보여행 이사장은 “이름만 다른 길에 중복 투자되는 예산이 문제”라고 말했다.

정부가 발표한 코리아 둘레길 조성계획에 대한 반응은 그리 신통찮다. 여행작가 김남희씨는 언론 기고를 통해 “문제는 길이 아니라 길에 깃든 정신이라고요, 길의 하드웨어가 아니라 콘텐츠에 집중해주세요”라고 항변이라도 하고 싶었다”고 적고 있다. 6월 17일, 코리아 둘레길 조성계획이 첫 발표될 때부터 나온 비판이다. 계획을 발표한 문화체육관광부 쪽에서는 “아직 확정된 것은 아무것도 없다”며 한 발 물러섰다. 처음부터 민간 주도로 계획했고,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갈지도 역시 민간이 참여하는 추진위원회를 통해 결정될 것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제발 아무것도 하지 말라. 빨리 임기만 끝나길.” 기자가 쓴 코리아 둘레길 포털전송 기사에 가장 많은 추천을 받은 댓글이다. 1100여개의 댓글 대부분 비슷한 반응과 욕설이다. 대통령을 겨냥한 것들이다. 읽다보면 지나친 감도 없지 않다. 앞서 인용한 칼럼을 쓴 박강섭 기자는 지난해 1월부터 청와대 관광진흥비서관을 맡고 있다. 대통령의 남은 임기 동안 잘못된 길로 가지 않도록 잘 보좌하는 것이 그의 역할이다. 잘 보좌하리라고 믿는다. 코리아 둘레길 추진과정이 순탄치는 않겠지만 기자는 계속 주시할 생각이다.

<정용인 기자 inqb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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